2021. 11. 20 토요일
낙엽 밟는 소리에 귀가 행복한 계절도 곧 멀리 떠나려나. 굉장히 추워졌다. 올 겨울 얼마나 추울까 미리 염려가 된다. 하얀 겨울도 좋긴 한데 추위는 싫다.
코로나로 한동안 중지되었던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등에서 천재 학생들 무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 맨해튼이 아닌 플러싱에 사니 어려운 점이 많다. 왜냐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말 플러싱에서 맨해튼으로 향하는 7호선 스케줄이 변동된 것도 깜박 잊고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퀸즈보로 플라자 역까지 운행한다는 방송이 울렸다. 아...
1주일 전 보스턴 여행 갈 때도 정상 운행을 하지 않아 고생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보스턴 여행을 갈지 말지 무척 망설이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메가 버스 티켓을 예약했는데 혹시나 하고 지하철 운행을 확인하니 11월 주말 변경된다고 나오니 얼마나 답답하던지. 이미 티켓은 구입했는데 어쩌란 말인지. 할 수 없지.
돈이 없으면 고생을 한다. 플러싱에서 맨해튼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교통비가 무척 비싸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새벽 6시 반 메가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집에서 일찍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새벽 시간에는 시내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결국 집에서 플러싱 지하철역까지도 걸었다. 맨해튼에 산다면 보스턴 여행도 훨씬 더 가벼울 텐데 플러싱에 사니 더 힘들다. 새벽 4시경 출발 다음날 새벽 1시 가까울 무렵에 집에 돌아왔으니 보스턴 여행 여독이 쉽게 풀리지 않았지만 보스턴 코먼과 퍼블릭 가든과 찰스강과 하버드 대학 교정의 가을도 만끽할 수 있어서 좋긴 했다.
맨해튼에 갈 때 7호선에 탑승하는데 퀸즈보로 플라자 역까지 운행한다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데 가다 멈춰 움직이지 않은 지하철. 30분 정도 멈췄나. 마음은 답답한데 내 힘으로 불가능하니 그냥 앉아서 기다렸다. 몸에 날개가 있다면 훨훨 날아다닐 텐데... 어디서 날개를 만들까.
토요일 아침 일찍 산책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아파트 지하에서 세탁하고, 한인 마트에서 장도 보았으니 바쁜 일과였다. 그런데 지하철이 말썽을 부렸다.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들려할 일이 있는데 7호선이 퀸즈보로 플라자 역까지 운행하니 어쩔 수 없이 난 더 자주 환승해야만 했다.
가다 멈춘 7호선. 그리고 환승 환승 환승... 피곤했다.
볼일 보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시러 아지트에 갔다. 잠시 휴식하고 나니 기운이 솟아 원래 줄리아드 학교에서 3시 공연을 보려고 했지만 포기하고 센트럴 파크에 가서 산책을 했다. 가을 햇살이 비출 때 사진 느낌이 좋다. 곧 겨울이 올 거 같으니 어쩌면 마지막 가을 풍경을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후 5시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보기 위해 줄리아드 학교에 도착해 로비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이 찾아오는 학교 로비. 수년 전 자주 보던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보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무료로 감상하니 얼마나 좋은가. 뉴욕의 문화 예술면은 정말이지 좋다. 천재 학생들 공연이 카네기 홀 공연보다 수준이 더 낮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학생들 공연은 참 신선하니 좋다. 5시 공연은 챔버 뮤직. 오랜만에 듣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음악이 날 행복하게 했다.
하지만 지하철만 말썽을 부린 게 아니라 노트북도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 그래서 참 힘들다. 날 힘들게 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