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황홀한 오후_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줄리아드 학교 피아노 결승 대회

by 김지수

2021. 12. 2 목요일


천재 피아니스트들 연주에 귀가 황홀한 오후. 약 3시간 동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네 번 반복해서 들었다.


항상 기회가 오지 않아. 네 번이 아니라 백번이라도 듣겠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한 번 듣기도 힘들고 지루하지만 음악팬은 백만 번이라도 들을 것이다. 좋고 안 좋고 차이가 이리 삶의 색채를 다르게 한다.



첫 번째 학생 피아노 연주는 정말 좋아 다시 듣고 싶은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줄리아드 학교 Robert McDonald 교수님 제자라고 말했다.


객석에는 몇몇 심사위원들과 함께 학부모와 친구들 또는 음악팬들이 앉아 음악을 감상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마지막까지 감상한 팬들도 있고 아닌 경우 한 곡만 듣고 홀을 떠난다. 난 줄리아드 학교 대회는 특별한 경우 아니면 대개 마지막 학생 연주까지 듣는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결승 대회가 열려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이다. 유료도 아니고 무료. 얼마나 좋아. 공연 티켓도 미리 예약도 필요 없다. 매년 열리는 대회이고 일반인에게 오픈한다. 작년 코로나로 중지되었다 다시 대회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결승 대회에 오른 4명의 학생들 가운데 한인 학생들이 3명이라 더 반갑고 기뻤다.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베토벤 곡을 연주했다. 협주곡이라 오케스트라 대신 다른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했다.


어릴 적 붉은 스카프를 맨 야성적인 음악가 베토벤 초상화를 자주 보았지만 그때는 베토벤 음악을 잘 몰랐다. 그의 음악의 위대함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자주 라이브 공연을 볼 기회가 드물었는데 뉴욕은 천재 학생들 공연을 무료로 자주 볼 기회가 많다. 뉴욕에서 누리는 특권 가운데 하나가 아닐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학기 중 자주 줄리아드 학교, 맨해튼 음대, 매네스 음대에서 공연을 본다.


네 명의 피아니스트 연주 가운데 첫 번째 무대에 오른 한인 남학생 연주가 가장 좋았다. 마치 카네기 홀에서 피아노 공연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그 학생은 연주가 끝나고 내 앞자리에 앉아 다른 학생들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대회는 오후 4시 시작 7시 가까운 시각에 끝났는데 심사 결과를 듣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났다. 내 마음에 든 첫 번째 피아니스트는 5세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해 26세라고. 지금 줄리아드 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 내가 그의 연주가 좋다고 하니 얼굴에 장밋빛 미소가 번졌다. 20년 이상을 눈만 뜨면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보고 연습을 했을 거다.


프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을 통과하기가 왜 그리 힘들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세상으로 변했다. 우승자는 웃고 아닌 경우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잔혹한 현실. 음악의 길도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지만 어느 분야든 과거보다 훨씬 더 좁은 문으로 변했다.


심사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음악 해석도 달라서 그럴까. 대회 우승자는 1월 중순 링컨 센터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고 유료다.


집이 링컨 센터 근처라면 좋을 텐데 맨해튼이 아닌 플러싱에 산다. 천재 학생들 공연을 들을 때는 천국이었지만 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산다. 맨해튼에 외출하려고 샤워하려는데 온수가 나오지 않아 겨울철 차가운 냉수로 샤워를 했다. 이러다 도인이 되는 걸까. 추위를 싫어하는데 샤워를 안 하고 외출하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 왜 갑자기 말도 없이 온수가 안 나오는 건지. 그뿐 만이 아니다. 수도꼭지에서 흙탕물이 쏟아졌다. 이건 뭐야.... 아파트 슈퍼가 미리 경고를 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 놀랐다.


맨해튼에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도착해 다시 시내버스에 탑승해야 하는데 지옥의 바람이 불어 거리에 쓰레기가 뒹굴어 마치 유령의 파티 장소 같았다. 추운 겨울날 거리에는 홈리스가 누워 잠들고 지하철 안에서도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IMG_5669.jpg?type=w966 메트에서 푸치니 토스카 오페라 공연이 열린 날 12/2 저녁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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