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88년도에 뉴욕에 온 기사분 이야기

무사히 하루하루 넘기면 좋겠다

by 김지수

2021. 12. 17 금요일



IMG_7478.jpg?type=w966 뉴욕 새벽하늘



뉴욕은 겨울인데 화창한 봄날 같았다. 한국은 하얀 눈이 펑펑 내린다고 하는데.


뉴욕 겨울이 원래 무지 춥다. 다음 주는 추워진다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려나. 1주일 후면 크리스마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면 좋겠다.


먹고사는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어느새 냉장고는 텅텅 비어가 아침에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육고기와 사과 약간과 단감 박스와 두부와 생선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대 앞에 섰다. 너무너무 오른 물가 앞에 아찔하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기본적인 식품을 구입했는데 너무 비싸 가슴이 조인다.


한인 택시를 불러 집으로 오는 동안 기사와 이야기를 했다. 뉴욕에 온 지 30년이 넘었단 기사님(88년도에 오셔 뉴욕에서만 살았다고). 80년대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때 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민이 뭔지도 모르고 주위에 이민 간 사람도 없어서 몰랐다.


-요즘 어때요? 물가가 십 년 전 보다 너무 많이 올랐어요.

-뭐가 좋아요.

십 년 전이 아니라 팬데믹 전보다 엄청 올랐어요.

물가는 오르고 갈수록 힘들지요.

뉴욕 거지들이 많아요.

지금은 한국이 더 좋아요.

하지만 한국에 살려면 최소 집 한 채는 있어야 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왔는데 삶이 갈수록 힘들다. 그래서 내 마음도 흔들린다. 한국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살지만 마음이 어찌 가볍다고 하겠는가. 두 자녀가 미국에서 살고 싶어 하니 아직 버티고 있긴 하지만 참 견디기 힘든 현실. 가슴에 눈물이 펑펑 흐르지만 말할 사람조차 없이 그냥 지낸다.


그분은 뉴욕에 산 가난한 이민자들을 '뉴욕 거지'란 표현을 하셨다. 참 어렵고 어려우니 한국에 방문해도 친구들이 돈을 쓴다고 하셔 놀랐다. 대개 아무리 가난하게 살아도 고국 방문하면 돈을 물쓰듯 펑펑 쓰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한번 방문하면 왕복 항공료 포함해 1만 불이 쉽게 나가니 고국 방문하고 싶어도 마음뿐이라고 하는 분들도 무척 많은데.


이민 생활을 잘 모른 분들이 많다. 나 역시도 모르고 뉴욕에 왔다. 아무도 없는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 삶이 눈에 뚜렷하게 보였다. 뉴욕에 이리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를 절감하고 산다. 뉴욕 맨해튼에 가면 거지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하철에도 구걸하는 거지들이 참 많다.


반대로 문화생활하긴 엄청 좋은 도시다. 무료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다. 천재들 공연도 공짜로 거의 매일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뉴욕에 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아무리 뉴욕이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라도 예술을 사랑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그냥 밋밋한 회색빛 도시로 보일지도 모른다. 렌트비와 교육비와 물가와 보험료 등이 무지무지 비싸서 지옥 같은 면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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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드 학교 팸플릿, 플러싱 삼원각 깐풍이 요리


줄리아드 학교에서는 봄학기 공연 팸플릿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공연 스케줄이 적혀 있을 텐데 아직 열지도 않았다. 1년 약 700 여개 공연을 열고 일부는 유료 공연이지만 무료 공연도 무지 많아서 음악팬들에게 멋진 선물이다. 선물을 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음악을 들으면 천상의 나라로 여행 떠나니 얼마나 좋은가.


저녁 오랜만에 플러싱 삼원각에서 주문한 깐풍기를 먹었다. 딸이 먹고 싶었는지 사 가지고 왔다. 삼원각에 가면 노년과 중년층 손님들이 많다. 아주 오래전 먹은 바로 그 맛이다.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는 깐풍기


새벽하늘은 예뻤다.


무사히 하루하루 넘기면 좋겠다. 며칠 무척 바빠 운동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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