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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3일의 금요일 밤

크리스티 경매장과 북까페 에피소드

by 김지수


13일의 금요일 밤이 되어버렸어. 유령이 찾아올까 봐 공포가 밀려와. 달님과 별님도 어디로 숨어 버리고 풀벌레 소리도 안 들려. 고요한 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별님, 달님, 풀벌레들 어디로 숨어버렸지. 살아가는 동안 수 없이 만난 유령들 이제 더 이상 안 찾아오면 좋겠다. 엊그제 아들과 황금 연못에 갈 때 고목나무 가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수년 전 뉴욕에 찾아온 샌디가 생각나. 정말 유령처럼 으스스했어. 전기가 끊기고 주유소에서 가스 채우려면 수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마치 원시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지. 그런데 내가 살던 아파트는 더 극심해. 세상에 믿어지지 않은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났지. 아파트 천정 지붕이 무너져버렸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일이었어. 믿을 수 없더군. 무너진 천정으로 바닥으로 물이 새고 양동이를 얼른 갖다 두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하고 그 많고 많은 아파트 가운데 오로지 내가 사는 아파트가 그랬어. 동화 속에서 나 천정이 무너진 줄 알았지. 내가 사는 아파트 지붕이 무너질 거라 언제 상상도 안 했지. 암튼 샌디 덕분에 몇 주 동안 고생을 했지. 물난리가 나니 얼른 가구와 옷가지 등을 치우고 천정 수리하는데 오래오래 걸렸지.

그뿐이 아니야. 맨해튼에 가서 집에 돌아오는데 플러싱 109 경찰서에 풍선 일곱 개가 매달려 있어. 수년 전 내가 사는 아파트 도로 옆에 주차된 내 차를 누군가 박고 도주해버렸다. 그 사고로 수 천 불을 지불했지. 상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로가에 줄줄이 차가 주차되어 있는데 중간에 있는 내 차만 박고 도주한 사고가. 이웃집 한인 여자가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것을 목격했다고 내게 말했고 경찰이 그 범인을 쫓는 것을 봤다고 하는데 경찰은 범인을 찾지 못했지.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고 연락이 안 오니 다시 경찰서에 찾아가 확인을 했다. 바로 그 109 경찰서에 7개의 풍선이 매달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뿐이 아니야. 수년 전 어느 해 겨울 너무너무 추워 창고에 오래 보관해 두고 입지 않은 럭셔리 겨울 외투를 꺼내 입고 맨해튼에 갔는데 누가 칼날로 그 외투를 찢어버렸지. 정말 슬픈 일이지. 딸은 엄마가 그 럭셔리 외투를 입으면 위험하다고 자주 말했지만 그해 정말 추워 안 입을 수가 없었어. 그렇게 유령은 날 자주자주 찾아와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지. 삶이 다 그래. 뜻하지 않은 슬픈 일이 자주자주 일어나. 이제 유령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말자.

지난 9월 28일 시작한 제55회 뉴욕 영화제가 내일 막을 내리고 어제 링컨 센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만난 낯선 뉴요커가 내게 영화제에 대해 물었다. 언제 무슨 영화를 하는지 아느냐고. 내 손에 든 뉴욕 영화제 프로그램을 그분에게 줘버렸다. 그분은 아드님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는 감독이라고 하면서 이번 영화제에 오르지는 않았다고 해. 가끔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면 그런 얘기를 듣곤 해. 아들이 뮤지컬을 하고 영화를 촬영하고 등등.

내일 15일과 16일 오픈 하우스 축제도 열리고 미리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는 곳도 많고 작년에 코로나에 있는 루이 암스트롱 하우스에 갔다.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 루이 암스트롱이 살던 하우스가 뮤지엄으로 변신했지. 오픈 하우스는 평소와 달리 무료로 입장 가능. 또 15일과 16일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공연이 열리고 149불- 791불 사이. 어떻게 그 공연을 볼 수 있겠니. 마음과 달리 현실은 너무 무거워. 20일은 빌리 조엘 공연이 열려. 건스 앤 로지스 공연보다는 더 저렴하나 역시 내겐 좀 비싸. 빌리 조엘이 뉴욕 출신이란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 자주 빌리 조엘 노래 들었는데. 전에 우리 가족이 살던 롱아일랜드 제리코 이웃 동네 힉스 빌에서 오래 거주했다는 빌리 조엘. 언제 공연 보고 싶어. 뉴욕은 정말 극과 극의 세계를 보여줘. 가장 좋은 것과 가장 추악한 세상. 거리거리에 홈리스 너무 많아. 뉴욕의 초상류층은 내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런던에 비해 오픈한 도시지만 상류층 세상을 모두에게 공개하지는 않아. 럭셔리하게 지낸 초상류층도 정말 많은 뉴욕. 적당히 눈을 감고 살아야 하는 도시다. 남 하는 대로 모두 할 수 없으니. 럭셔리 백화점에 들어가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직원이 쳐다본다고 하니 감히 들어갈 수 있어야지.



13일 뉴저지 뉴왁에서 출생한 폴 사이먼의 생일이라고 해. 뉴욕 시립 대학 퀸즈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 "사이먼과 가펑클"로 오래 활동하다 해체되었지.



사이먼과 가펑클 노래 가운데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도 유명하고 자주 들었지. 1970년대 그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해체되고 1981년 그룹이 해체된 후 11년 만에 센트럴파크에서 연 무료 공연에 50만 명이 넘은 청중이 찾아와 화제를 모았다는 그룹. 아름다운 시월에 태어난 폴 사이먼 "생일 축하해".



금요일 오전 황금 연못에 가려다 못 가고 집에서 메모를 작성 후 미트볼 스파게티를 준비해 식탁에 두었다. 아들 보고 왼쪽에 있는 게 너 거라 하니 아들이 엄마 보고하는 말. 내 쪽에서 보인 왼쪽 아니면 엄마 쪽에서 왼쪽. 순간 실수를 한 것을 알았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다른 일도 많이 그래. 상대방의 입장에서 본 것과 내 입장에서 본 것이 다른 게 많지. 함께 윈윈이면 좋지만 아닌 게 많아.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갔다. 식사 후 바로 지하철을 타고 달리니 졸음이 쏟아져. 초등학교 시절 자주 들은 "섬집 아기" 동요도 생각이 나고.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스로 잠이 듭니다.

동요의 일부분을 적어봐. 난 아기도 아닌데 잠이 쏟아지고 하마터면 환승할 지하철역을 지나칠 뻔했다. 라커 펠러 센터에 가는 지하철에 환승해 맨해튼 미드 타운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 맛있는 빵 냄새가 나는 곳을 지나 부자들이 잔치를 하는 크리스티 경매장에 갔다. 19세기 가구, 장식품, 그림 등 전시를 보려고. 그런데 날 놀라게 한 티파니 스탠드. 오래전 어퍼 이스트사이드 소더비 경매장에 가서 티파니 스탠드를 보고 너무 예쁘니 나중 집을 구입하면 티파티 스탠드로 장식을 해야지 하며 가격표를 봤는데 기절을 할 뻔. 분수를 몰라도 너무 몰랐지. 세상에 스탠드 하나에 10만- 20만 불 해. 정말 뉴욕은 뉴욕. 너무너무 비싼 게 많아. 그런데 오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본 티파니 스탠드는 가격이 무려 60만 불- 80만 불. 세상에 이렇게 깡충 뛰었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인상되었지. 물론 같은 티파니 스탠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이 어느 정도 비슷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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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퀸즈 미술관에 가서 티파니 전시회를 보다 티파니 역사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1893년 퀸즈 코로나에 루이 컴포트 티파티와 그의 사업 파트너 아서 내시와 함께 철로 트랙 옆에 유리 회사를 설립했다. 1898년 티파니 아이콘인 티파니 램프를 생산했다. 1900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 대공황으로 티파니 회사는 어려움을 겪고 1940년 파산신청을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민 온 Dr. Egon Neusadt와 그의 부인 Hildgegard이 티파니 제품 초기 컬렉터였다. 1935년 그리니치 빌리지 중고품상에서 램프를 12.5 불 주고 구입했다. 당시 유행에 뒤떨어졌고 대중들의 취향과 거리가 먼 이유로 저렴했다. 그 부부는 그 후 50년 동안 200개 이상의 티파니 램프를 모았다고.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고가의 스탠드로 변해 버렸어. 정말 미술품은 귀족들의 대잔치 같아.

해마다 봄과 가을에 열리는 아트 경매 전 프리 뷰를 일반에게 오픈하고 자주 찾아가 전시회를 보곤 한다.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은 방문자에게 무료로 커피와 차를 제공하고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라테도 마시고 전시회도 보고. 라커 펠러 센터에 갔으니 사랑하는 채널 가든도 보고. 보랏빛 과꽃도 정말 예쁘게 피었더라. 호박과 국화꽃향기가 가득한 채널 가든에. 관광객이 정말 사랑하는 채널 라커 펠러 센터를 지나고.

그 후 그랜드 센트럴 역에 가서 유니언 스퀘어에 가는 익스프레스 지하철을 탔는데 바로 지옥철.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왜 그리 승객이 많은지. 탑승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지. 유니언 스퀘어 역에 내려 사랑하는 북 카페에 도착. 그런데 빈자리가 안 보여. 자주 보는 할아버지들 테이블에 앉아서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고 계시고. 오래오래 기다렸다. 뉴욕에 와서 적응해야 하는 입석 문화. 서서 책을 보고 서서 음식을 먹고 난 아직도 많이 불편해. 암튼 30분 이상 서서 기다렸는데 멋진 외모의 젊은 뉴요커 청년이 날 보고 미소를 지어. 그 미소는 자신은 떠날 테니 그 자리에 앉으라는 말. 그런데 젊은 아가씨가 금세 그 자리에 앉아버려. 내 것이 아니었나 봐. 할 수 없지. 아무리 슬퍼도 내 것이 아닌데. 다시 오래오래 기다렸다. 그래도 맨해튼에 가면 사랑하는 북 카페에 가서 슬픈 내 영혼을 달래줄 몇 줄의 글을 읽어야지. 얼마 후 빈자리에 앉아 레귤러커피를 주문해 돌아왔는데 이제 라이브 공연을 하는 뉴요커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뉴요커 아저씨가 여긴 조용히 해야 하는 공간이에요, 라 해도 귀담아듣지 않으니 그냥 떠나버려. 양키스 선수에 대한 책을 읽고 계시던데. 돈이 없어요, 라는 불평을 하고 뭐라 중얼중얼하는데. 얼굴에 하얀 수염이 난 분인데 마치 셰익스피어 연극 대사를 읊는 거 같아. 정말 도저히 안 되겠어. 책을 읽을 수가 있어야지. 집중해서 천천히 읽어야 머릿속에 남을 텐데. 마음을 비우고 집에 돌아와 버렸다. 맨해튼 음대에서 공연이 열리나 포기 모마도 취소. 평소보다 더 일찍 집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따뜻한 밥을 먹었다. 사진 업로더도 안 되고 그래서 사진 작업도 할 수 없고 슬픈 날이네. 이 밤이 가면 슬픔도 모두 가면 좋겠다. 슬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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