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건만
2022. 1. 14 금요일
복잡한 일이 생겨 머리가 무거웠다. 당장 처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니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날씨는 춥고 하얀 냉장고는 텅텅 비어 가고. 다음날 더 춥다고 하니 힘을 내어 장을 보러 갔다. 수레에 채소와 생선과 돼지고기와 두부와 쌀을 담고 계산을 했다.
비싼 물가 영수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짐이 무거워 한인 택시를 부르고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얼마 후 도착한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동안 기사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목소리가 무척 젊어 20대인 줄 알았다고 하니 기분 좋다고 말씀하신 기사님이 웃으시며 40년 전에 뉴욕에 와서 살고 있다고 하셨다.
뉴욕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니 "그때도 좋고 지금도 좋아요"라고 말씀하셨다. 행복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마도 소수일 거다. 그때도 안 좋고 지금도 안 좋아요,라고 말한 분도 있을 거고, 그때가 지금 보다 더 좋았어요,라고 말한 분도 있을 거다.
40년 전 난 무얼 하고 지냈을까. 까마득한 세월이다. 그때는 뉴욕에 올 거란 상상조차 못 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하고 그 후 결혼하고 두 자녀 출산하고 사직서 제출하고 두 자녀 교육으로 무척 바빴고...
세월이 흐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학 시절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늘 바쁘기만 했다. 교직 생활할 때도 보충 수업까지 하니 방학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평소에도 보충 수업도 해야 하니 정신없이 바빴다. 담임 엄부와 사무일도 동시 하니 더더욱 바빴고.
어쩌다 보니 뉴욕에 와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편하게 지낸 적은 없었지만 뉴욕 삶은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긴긴 세월 지났지만 여전히 삶은 불안정하다. 남들과 비교하면 불행 시작이니 다른 사람 삶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오로지 내 일게 관심을 갖는다. 다른 나라에서 늦게 시작한 삶이 어찌 하루아침에 안정이 되겠는가. 꿈과 사랑과 희망으로 지어진 뉴욕 오두막에서 자유롭게 산다.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식사하고 복잡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P에 도착해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불가능하단 단 한마디. 한국이라면 가능했을 텐데 뉴욕과 한국 문화가 다르다. 칼바람이 부니 몸이 날아갈 듯 추웠다. 집에 돌아와 전화를 해서 처리가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직원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가까스로 연결이 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일을 처리하려는데 시간은 자꾸 흐르고... 늦은 오후까지 전화를 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는데 어렵게 처리되어 기뻤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 피곤했다. 하지만 복잡하고 복잡한 일을 처리한 내게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메트 러시 티켓을 구입해 오페라를 보러 갔다. 저녁 7시 토스카 오페라 공연 시작. 대개 러시 티켓이 1-2분 이내 팔리는데 평소와 달리 늦은 오후까지 남아 있어 운 좋게 구입했다.
GIACOMO PUCCINI
푸치니의 3막 오페라 끝날 무렵에 흐르는 '별이 빛나건만' 아리아를 모른 사람이 드물 것이다.
복잡했던 일 처리하고 오페라 보러 가니 피곤해 잠이 쏟아질 거 같아서 1막 끝나고 쉬는 시간 메트 밖으로 나가서 커피 한 잔 사 먹으려는데 낯선 분이 혹시 오페라 안 보고 그냥 떠나냐고 물어서 웃었다. 아마도 내가 오페라 안 보고 그냥 떠나면 공연 티켓 그냥 달라는 말로 느껴졌다. 나도 매일 오페라 보고 싶은데 현실과 내 마음이 다르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님 오미크론 때문인지 오케스트라 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러시 티켓인데 무대 가까운 곳이라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했다.
복잡한 일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