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추위가 참 무섭다.
2022. 2. 5 토요일
퀸즈 식물원에서 구정 이벤트가 열린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 맨해튼에 갈지 말지 망설이다 모처럼 퀸즈 식물원에 가볼까 생각하며 찾아보니 이벤트가 열리고 있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달려갔다. 집 근처 버스는 오지 않아 터벅터벅 걷다 좀 떨어진 정류장에 도착했다.
추운 날 시내버스는 바로 오지 않아서 오래오래 기다렸다. 그런 날은 시내버스에 탑승해도 빈자리가 없고 탑승한 것만으로 감사하다.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식물원에 도착해야 하니 마음이 급한데 버스는 오지 않고...
가까스로 시내버스에 탑승했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조차 힘들었는데 반대로 자리에 앉은 사람은 편히 휴대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상황이 정반대였다. 같은 시내버스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사람들 마음이 달라진다. 우리들 삶도 그렇다. 겉으로 보면 비슷비슷하나 개인 사정이 다르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처한 상항도 모르면서 판단하면 얼마나 위험할까. 편견은 오해를 부른다. 오해는 오해를 낳는다.
가까스로 퀸즈 식물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추운 날 구정 이벤트를 보러 몰려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난 처음이지만 아마도 매년 열렸을 것이다. 퀸즈 식물원은 플러싱에 있지만 가끔씩 방문하면 중국인들 식물원 같을 정도로 대부분 방문객들이 중국 이민자들이다. 함께 운동하고 산책하는 것을 보곤 한다. 구정 이벤트를 보러 온 구경꾼들이 많아서 사진 한 장 찍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도 갔으니 어렵게 찍었지만 셔터를 누른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거처럼 추웠다.
겨울 장미는 잘 지낸 지 궁금해 장미 정원에 갔지만 혹한으로 모든 시들시들해져 스산한 겨울 분위기 느껴져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 노란색 꽃 황설리화도 색이 바래 곧 안녕하고 멀리 떠날 거 같고... 그 옆에 핀 노란색 꽃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꽃과 식물도 추위를 견디는 힘이 다르나.
추위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식물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시내버스가 바로 오지 않는다고 전광판에 적혀 할 수 없이 플러싱 메인스트리트를 따라 걸었다. 혹한의 날씨에 뭐하러 외출했는지 후회가 밀려올 정도였다.
매일 식사 준비해도 늘 메뉴 걱정이다. 추운 날이라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 왕만두 집에 들러 만두 몇 개 사고 한인 마트 내에서 파는 수육(25불) 사러 갔는데 일회용 은박지에 담긴 돼지고기 양이 1/3 정도는 줄어든 듯. 그러니까 괜히 샀구나...라고 마음속에서 불평이 쏟아졌다. 물가가 엄청 올라 상인들 마음도 무거울 텐고 남에게 봉사하는 직업이 아니니 당연 그럴 텐데 소비자 입장 마음은 왜 이리 양이 줄었지라고 소리 없는 불평이 나온다.
간 김에 마트에서 냉동 오징어, 고등어, 당근, 닭고기 등을 구입해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바로 오지 않았다. 추운 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데 참고 견디고 살고 있다. 오래오래 기다려 시내버스에 탑승해 정류장에 내려 다시 걸어서 집에 돌아왔지만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버려 힘이 없어 그대로 잠들고 싶은 마음.
뉴욕에 와서 가난과 추위가 참 무섭다는 걸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인생의 의미를 서서히 깨닫고 있나. 한국에서 본 적도 없는 가난한 이민자들 사는 동네가 이제 서서히 정이 들어간다.
토요일 주말 줄리아드 학교에서 종일 공연이 열리는데 플러싱에 살고 추워 가지 않아 집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들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 꽁꽁 언 내 마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드보르작 현악 4중주(아마 바이올린을 플루트로 연주)는 너무 아름다운 곡이라 라이브 공연 볼걸 후회가 밀려왔다. 한국에서 지낼 때 드보르작 곡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뉴욕에 와서 감동을 받는다.
저녁 7시부터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도 특별 이벤트가 열려 가고 싶었는데 추위에 지고 말았다.
매서운 추위에 내 마음이 꽁꽁 얼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물가에 내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데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날 위로를 했다.
WOLFGANG AMADEUS MOZART Rondo in D Major
TORU TAKEMITSU Air
PHILIPPE GAUBERT Nocturne et Allegro scherzando
BOHUSLAV MARTINU Sonata for Flute and Piano
ANTON DVORAK Quartet No. 6 in F Major
Saturday, Feb 05, 2022, 8:30 PM
JOHANN SEBASTIAN BACH Violin Partita No. 2 in D minor, BWV 1004
WOLFGANG AMADEUS MOZART Sonata in B-flat Major for Violin and Piano, K. 454
MAURICE RAVEL Tzig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