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6 일요일
음악이 흐르는 아지트에 도착하니 크리스가 인사를 하며 말을 걸었다.
_안녕? 어제 아지트에 왔니?
_오지 않았어.
_ 어제는 안 오고 오늘은 왔네.
_어제 보다 오늘 날씨는 더 견딜만했어.
크리스가 웃었다. 크리스는 아지트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맨해튼에 살고 난 플러싱에 사니 다르다.
뉴욕 날씨가 무섭다. 꽤 오래전 어퍼 이스트 사이드 누 갤러리에서 무료입장 이용하려고 기다릴 때 너무 추워 집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내 표정을 읽은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었다.
_뉴욕에 온 지 얼마나 되었어요?
_꽤 많은 세월이 지났어요.
_그런데 아직도 뉴욕 추위에 적응을 못해요?
처음 보는 낯선 뉴요커 할머니가 그런 말투를 하니 기분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큼 뉴욕 날씨가 춥다는 의미다. 겨울의 정취도 좋아하지만 추위는 싫어하는 나.
어제 플러싱 퀸즈 식물원에서 열린 구정 이벤트 보려고 갔는데 대중교통 이용하니 몹시 불편했고 날씨는 추워 괜히 갔나 후회를 했다.
플러싱에서 맨해튼에 가면 오래 머물 여유는 없으니 늘 바쁘다. 부자들 잔치여는 크리스티 경매장과 구정 이벤트 여는 브라이언트 파크에 가려니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잠시 크리스 옆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불어, 아프리카어와 영어를 구사하며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크리스가 독일 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뉴욕 유엔 등에서 일했다고, 외국어 구사 능력도 뛰어나고 다채로운 그녀 경력이 놀랍기만 하다.
더 오래 머물면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가볼 곳이 있다고 하며 아지트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록펠러 센터 역에 내렸다.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쇼윈도를 구경하는데 신호등이 하얀색으로 변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사지 말하는 신호였나.
오랜만에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니 안내 데스크에 앉은 여자 직원이 내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해서 주긴 했는데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가난한 뉴요커 신상을 왜 알고 싶을까. 미래 거부라도 되는 걸까? 하하 웃자.
크리스티 런던 경매 프리뷰였다. 런던에서 팔리는 작품을 미리 뉴욕에서도 구경할 수 있는 세상. 유명한 작가 이름이 불으면 수 백억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벽에 걸린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르네 마그리트 등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누가 작품 주인이 되는 걸까.
꽤 오래전 딸이 런던에서 유학을 할 무렵 아들과 내게 런던에 오라고 초대를 했는데 그때 공부하느라 바쁘고 여행 경비가 가볍지 않으니 다음에 간다고 했는데 그 후로 삶은 더 복잡해져 가고 쉽게 기회는 오지 않으니 후회가 된다.
런던에 가서 함께 파리 여행도 가고 했어야 했는데. 유학생들 부모가 찾아와 멀리 여행 떠나는데 딸은 혼자서 기숙사에서 외로운 시절을 보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런던은 뮤지엄이 공짜, 발레 강습도 너무너무 저렴해 엄마가 좋아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런던을 방문했던 게 2000년이었나. 런던에 여행 갔는데 한국 사람이 많아서 놀랐던 추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겨울 초록 잔디가 얼마나 예쁘던지. 비가 자주 촉촉이 내리니 좀 불편하기도 했다. 여행객은 잠시 머물다 떠나니 딸이 런던 구경시켜준다고 할 때 갔어야 했다.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리니 록펠러 센터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볼 수 있도록 했지만 구경꾼은 거의 없었다. 혹독한 추위 때문이겠지. 하지만 동화 같은 하얀 빙상에서는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신나는 겨울 아닌가
브라이언트 파크 구정 이벤트
5번가를 따라 걷다 브라이언트 파크에 도착해 하얀 빙상을 보았다. 내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인가. 남들이 신나게 즐겁게 노는 것을 보면 그냥 좋다. 나의 새해 소망도 적어 나무에 걸어 두고 구정 특별 이벤트 Lion Dance도 구경했다. 퀸즈 식물원에서도 봤는데 또 구경하러 간 나. 특별 이벤트 구경꾼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진 찍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어렵게 찍었다.
Sunday, Feb 06, 2022, 5:30 PM
JOHANN SEBASTIAN BACH Sonata No. 2 in A minor for Solo Violin, BWV 1003
ROBERT SCHUMANN Sonata No. 1 in A minor for Violin and Piano, Op. 105
DAVID SERKIN LUDWIG Moto Perpetuo
MAURICE RAVEL Tzigane
JOSEF SUK (arr. Jaroslav Kocián) Love Song, Op. 7 No. 1
뉴욕 공립 도서관/ 브라이언트 파크 지하철역에서 7호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와 줄리아드 학교 공연을 스트리밍으로 봤다. 라이브 공연이 더 좋은데.
일요일 세탁도 했다. 세탁을 무사히 마치면 감사하지. 그런데 물세탁이 멈춘 세탁기가 있어 가슴이 철러덩했다. 세탁하면서 가슴이 철렁철렁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떡하면 좋아...
건조기는 또 어떡해. 건조기는 돈만 먹고 세탁물이 마르지 않았다. 삶이 눈물이다. 내가 즐거운 일을 찾지 않으면 스스로 기쁜 일을 찾지 않으면 우울병에 걸려 저 세상으로 떠났을 거 같다.
매일 즐겁게
매일 기쁘게
매일 행복하게
살자.
뜻대로 안 되는 것은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기도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
평생 그렇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