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링컨 센터. 북카페. 조깅

by 김지수

2022.2. 16 수요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을 향해 달리다 휴대폰으로 줄리아드 학교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니 수요일 오후 1시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피아노 공연이 열린다고 하니 북 카페 대신 링컨 센터로 달려갔다.


카네기 홀 근처에 내려 센트럴 파크에 들려볼까 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콜럼버스 서클 역에서 1호선을 탈까 했지만 7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그냥 걷다 거리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이 1.5불이라고 하니 약간 망설이다 마시지 않고 지나쳤다. 커피 한 잔 마시고 피아노 공연 봐도 좋을 거 같은데 가방 안에 든 동전이 25센트가 부족했다.


링컨 센터 부근 단테 파크 동상이 세워진 단테 파크에는 아직 하얀 눈이 녹지 않아 겨울 분위기 가득했다. 앨리스 툴리 홀 앞에 도착해 직원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와 신분증을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학기 중 커뮤니티를 위해 가끔 무료 공연이 열리는 앨리스 툴리 홀. 수요일 1시 공연이지만 매주 열리지는 않는다. 코로나로 한동안 공연이 중지되어 열리지 않아서 그런지 홀은 코로나 전처럼 꽉 차지 않았다.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도 점심시간에 찾아와 잠깐 공연을 보고 떠나기도 한다.


함께 앨리스 툴리 홀에서 공연을 봤던 쉐릴 할머니를 요즘 보지 못해 이상하다. 혹시 하늘나라로 여행 떠난 건 아닐까. 공연을 정말 사랑하는 할머니는 브롱스에 사는데 딱 한 번 찾아가 주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형편이 어려운지 휴대폰도 처분해 버려 연락이 안 된다. 뉴욕에 어렵게 사는 분들이 꽤 많다.


1시가 되자 무대에 피아니트스트들이 올라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뉴욕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두 자녀 대학에 입학하면 한국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삶은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바흐, 베토벤, 바르톡 등의 곡을 듣다 지하철을 타고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로 달려갔다. 역시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보여줘야만 한다. 뉴욕에서 살고 있으니 북카페, 뮤지엄, 공연장 등에서 백신 접종을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했지만 나 역시 백신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3월에 오픈하는 메트 오페라 돈 카를로를 보려면 부스타 접종까지 하라고 하니 난감하다. 플로리다에 아버지 생신 100세 기념 잔치를 위해 달려갔던 오페라 지휘자 분도 돈 카를로 오페라 캐스팅이 너무 좋다고 꼭 보라고 했는데 고민 중이다. 백신 접종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들도 있고 난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히 모르지만 코로나 펜데믹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니 백신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카네기 홀에서 코로나 전에서 만난 분들 상당수를 최근 뵙지 못했는데 어쩌면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 때문이 아닐까 혼자 짐작한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카네기 홀에 오지 않은 게 정말 이상하다.


IMG_2378.jpg
IMG_2379.jpg
링컨 센터 지하철역 아트


북카페에 모나리자 바리스트가 돌아왔다. 코로나 전 내게 아주 친절한 아시아인 아가씨는 언제니 얼굴에 미소 지으며 작은 커피 한 잔을 내게 내민다. 카푸치노와 라테가 아닌 작은 사이즈 톨 커피를 주문해도 상냥한 아가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그녀도 날 기억하고 나도 그녀를 기억한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친절한 사람 만난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하얀 형광등 불빛이 켜진 북카페 유리창으로 겨울나무가 보여 그림 같은 공간. 뉴욕 타임스를 읽는 분도 있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카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책과 잡지를 읽기도 하는 등 각자 일에 몰두한다. 내 옆에는 사과 한 봉지 들고 와서 베이글에 크림치즈 듬뿍 발라 커피와 함께 먹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늘 빈자리를 찾는 손님들이 많은 곳.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 벽에 그려진 작가 초상화들. 왼편에 조지 오웰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파리에서 가난에 허덕이며 힘들게 지낸 조지 오웰 초상화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뉴욕에 와서 작가들 책을 읽다 상상도 못 할 가난 속에서 지냈단 것을 알고 놀랐다. 조지 오웰 건강이 더 좋았다면 명작을 남겼을 텐데...


내 테이블에 함께 앉아도 묻는 아가씨에게 흔쾌히 승낙하자 쿠키를 먹다 바로 옆 테이블 손님이 떠나자 자리를 옮겼는데 쿠키 부스러기를 치우지 않았다. 전날보다는 책에 더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딱딱하게 굳는 프렌치 바케트 보다 더 단단한 내용의 책을 펴고 읽었다.




IMG_2388.jpg
IMG_2386.jpg
IMG_2387.jpg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 창가 풍경과 라이오넬 리치 사진을 담은 피플



우연히 서점에서 피플지 표지 사진 라이오넬 리치를 봤다.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단 것은 몰랐다. 대학 시절 그의 노래를 즐겨 듣곤 했고 꽤 오래전 아들과 함께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장에서 그의 공연을 딱 한번 봤다. 매디슨 스퀘어 공연장 티켓값이 엄청 비싸 평소 공연을 보지 않는데 그때는 저렴한 티켓을 구했다. 라이오넬 리치를 잘 모른 아들도 그의 공연이 좋다고 했다.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고 노래를 부른 그가 더 위대하게 보였다.




티켓마스터에서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빌리 조엘, 스팅 등 공연 소식을 알리지만 티켓이 비싸 눈을 감는다. 뉴욕에서 보고 싶은 공연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내 형편에 맞지 않으면 포기한다.


맨해튼에서 산다면 더 오래 북카페에 머물 수 있지만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트기 전 예쁜 새벽하늘도 바라보고 겨울 아침 아들과 함께 하얀 눈으로 덮인 운동장에서 조깅을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하라고 하는데 반대하는 글귀가 벤치에 적혀 있다.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마스크가 싫다. 마스크 착용하고 공연장에서 공연 보면 얼마나 답답한지.



IMG_2369.jpg
IMG_2368.jpg
IMG_2371.jpg
IMG_237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