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뉴욕에도 봄이 찾아오나/북카페. 공연

by 김지수

2022. 2. 17 목요일


맨해튼에 가려고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가 이미 떠난 뒤라 터벅터벅 걸으며 언제 꽃이 피나 하면서 바라보았는데 놀랍게 연보랏빛 크로커스 꽃이 피어 있었다. 봄이 서서히 오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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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싱 주택가에 핀 크로커스 꽃



플러싱 종점역에서 7호선을 타고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 도착해 환승하려고 기다렸다. 플랫폼에 기다리는 승객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꽤 오래 지하철이 오지 않은 거 같아도 바로 오지 않았다. 바로바로 환승되면 기분 좋은데... 집에서 맨해튼까지 최소 3차례 환승하니 불편한 점이 많다.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는 분도 있지만 마음이 복잡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더 좋다.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에 도착했는데 손님들이 무척 많아 오래오래 줄을 서서 기다렸다. 커피 한 잔 주문하려고 20분 이상 기다렸는데 내 커피는 받을 수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테이블 위에는 먼저 손님이 읽은 컴퓨터 사이언스 책 두 권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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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반스 앤 노블 북카페/ 유니온 스퀘어


다시 카페로 가서 내 커피를 찾았지만 없어서 바리스타에게 달라고 부탁했다. 하필 그는 교체 시간. 내게 미안하단 말도 없이 떠나고 다른 바리스타가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커피 한 잔에 쏟는 시간이 꽤 길었다. 운이 없는 날이었나 보다. 평소 커피 영수증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꼭 챙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옆자리에 앉은 손님은 손가락을 쪽쪽 빨며 초콜릿 머핀을 먹고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두 명의 아가씨는 아이스 라테를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백인 남자 두 명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바둑을 두곤 했는데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실까. 삶이 복잡하다고 아버지 고희 때 뉴욕에 초대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할 줄 누가 알았을까. 뉴욕에 어린 두 자녀 데리고 온 다음 해가 아버지 고희다고 동생들이 뉴욕에 초대하면 어떤지 물었지만 학교 공부 따라가기도 숨이 멎게 힘들던 시절. 매일 두 자녀 학교에 픽업하고 오로지 전공책과 전쟁하던 무렵. 그때는 뉴욕 맨해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장님. 우리 가족이 살던 롱아일랜드 지리도 모르고 오로지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면서 지냈고 내 방도 없이 좁은 거실에서 이불 덮고 지내던 무렵이라 부모님을 초대하지 못했다.


바리스타가 늦게 준 커피 향기는 평소보다 더 좋았다. 북카페 스타벅스 카페 톨 커피 향기는 그다지 좋지도 않고 저렴한 값을 주면서 기대할 수 없으니 향기로운 커피 향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잠시 책을 펴고 읽다 서점 밖으로 나왔다. 꽃이 필 정도로 따뜻하니 걷고 싶었다.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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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 부근은 사람들이 많았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점성술사가 내게 운세를 보라고 하는데 그냥 지나쳤다. 내 운명이 달라진다고 수 십 년 전에도 들었는데 이리 고생할 줄 누가 알았으리. 나 혼자 고생하면 그래도 괜찮을 텐데 두 자녀까지 고생을 시키니 죄인이다.


나도 모르게 스트랜드 서점에 들어가 지하로 내려가 잠시 책을 살펴보다 홀 푸드에 가서 사라베스 딸기 잼을 찾았는데 안 보여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니온 스퀘어 역에서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환승 플러싱 종점역에 도착하면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집에 도착 아들에게 저녁 식사를 부탁하고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단감을 사려고 했는데 안 보이고 양파, 두부, 닭고기 등을 구입해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기다렸다. 10분 정도 후 시내버스에 탑승했지만 퇴근 무렵이라 승객들이 무척 많아서 밖이 안 보여 실수로 그만 집에서 떨어진 정류장에 내리고 말았다. 아이고... 무거운 짐 들고 집까지 걸어갔다.


저녁식사 후 달걀 장조림까지 만들고 나니 몸의 에너지가 바닥이었다.

아침에는 빨간 새 노래 들으며 아들과 조깅을 했다.


며칠 아지트에 가지 않았는데 크리스는 잘 지낼까. 아지트에서 그녀 집까지 걸어서 20분. 식사도 항상 사 먹는다고. 남편과 이혼하고 자녀도 없는 듯.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 상당수는 사 먹는 듯. 사실 맨해튼 집은 무척 좁아 식사 준비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모두 바쁘니 사 먹는 게 편하고 좋다고. 크리스는 남편도 없는데 왜 식사 준비하냐고 했다.


그녀 삶은 나와 얼마나 다른가. 겉으로 보기에 비슷비슷하지만 우리네 삶이 얼마나 다른가. 내 삶이 복잡할 때는 조용히 지낸 편이 더 좋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고독하게 지내고 있다.


블로그와 브런치 활동하지만 이웃 블로그 내용을 차분히 읽을 시간은 없다. 하루하루 초읽기로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삶이 복잡할 때는 내 삶에 집중한 게 더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과 운동과 책 읽으면서.


저녁 시간 집에서 줄리아드 학생들 공연을 스트리밍으로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보컬 공연은 라이브 공연이 더 좋은데 그냥 집에 돌아왔다. 맨해튼에 산다면 라이브 공연을 볼 텐데




줄리아드 학교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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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22-02-17 at 6.59.43 PM.png Liederabend Thursday, Feb 17, 2022, 6:00 PM


Screen Shot 2022-02-17 at 7.50.42 PM.png AXIOM Thursday, Feb 17, 2022, 7: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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