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로마에서 온 두 명의 음악가와 카네기 홀 소동

by 김지수

2022. 2. 22 화요일


아지트에서 로마에서 온 두 명의 하프시코드 연주가를 만났다. 까만색 의상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음악가란 걸 난 몰랐는데 크리스가 말을 걸었다.


-음악가세요? 저녁에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나요?

-그래요.

-어머나. 어디서 왔어요?

-로마에서 왔어요.

-요즘도 트레비 분수에 여행객들이 동전을 던지나요?

-그래요.


분위기가 금세 달라졌다. 며칠 북카페에 가느라 아지트에 가지 않았다. 크리스 만나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고 자리에 앉았는데 크리스가 낯선 사람 두 명에게 말을 걸었다. 음악가보다 철학자 표정을 짓는 사람이 크리스가 이탈리아로 말을 하자 안색이 변했다. 언어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나.


크리스가 어디서 왔냐고 묻자 로마에서 왔다고.

그래서 내가 무슨 악기 연주해요?라고 물으니 하프시코드라고.

저녁 공연 보려고 티켓 샀다고 하니 두 사람이 웃었다.


크리스는 내가 음악을 사랑한 줄 모르고 자주 카네기 홀에 간다는 거 역시 몰랐다.

왜냐면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우린 가끔 여행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이탈리아를 모른 난 크리스와 이탈리아인 두 명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명의 음악가가 떠나려고 하자 크리스가 종이에 자신의 연락처를 주면서 서로 연락하자고 했다. 사생활이 노출되니 페북은 싫어하고 대신 메신저를 이용한다는 그녀는 베를린에 사는 친구와도 자주 연락을 한다고.


크리스는 여행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로마에 꼭 가고 싶다고 하면서 로마에 친구가 있으면 좋으니 연락처를 줬다고 했다. 피렌체 등 꽤 많은 도시를 여행했다고.


내가 하프시코드 악기 음색을 좋아한다고 음악가에게 말하자 웃었다. 11월의 만추 느낌이 나는 독특한 음색이다. 뉴욕에 와서 좋아하게 되었다. 왜냐면 한국에서는 하프시코드 연주를 들을 기회조차 없었으니까. 또 오르간 악기 연주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음악의 도시 뉴욕은 공연 볼 기회가 많으니 좋다. 아들은 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서 들었던 오르간 연주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몇 번 월가에 찾아가 오르간 연주를 들었다.


크리스가 뉴욕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하기 무척 어려운 도시라고 하면서 바로 이게 친구를 사귀는 법이야 라고 말했다. 뉴요커가 보통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전날 북카페에서 본 로버트 역시 특별하다. 뉴욕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보면 마음으로 기꺼이 도와주고 싶다고 하면서 낯선 내게도 함께 테이블을 사용하자고 하며 이야기를 했으니까.


대개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뉴욕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크리스가 이탈리아어에 그토록 능숙하단 것을 몰랐다. 그녀 스스로 독일어는 거의 완벽하다고 말했고 불어와 아프리카어 등 여러 나라 외국어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로마에서 온 음악가들을 만나기 전 크리스가 갑자기 내게 프로비던스에 가 봤냐고 물었다. 그녀가 뉴잉글랜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뉴잉글랜드는 나도 좋아해 하면서 휴대폰에 담긴 여행 사진을 보여주었다.


지난봄 가족 여행을 다녀왔던 프로비던스. 아이비리그 브라운대학이 있는 작은 도시인데 뉴욕에 사는 나로서는 상당히 심심했다. 그녀는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Block Island에 다녀왔다고 하니 난 Newport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블록 섬도 페리를 타면 찾아갈 수 있는데 하루 일정이라 포기했다. 프로비던스 여행은 경비가 엄청 든 것에 비해 특별한 매력이 없었지만 뉴포트는 다시 방문하고 싶지만 여행은 항상 경비를 무시할 수 없으니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녀와 내가 여행 이야기를 할 때 벽걸이 티브이에서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부촌 사립학교 학비가 1년 6만 불이라고 방송했다. 사립학교 출신들은 상당수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립학교 학비만 들겠니. 서민들은 상상하기 힘든 뉴욕 귀족들 삶.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게 얼마나 다를까.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경쟁한다.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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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2, 2022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Jordi Savall: Monteverdi’s Madrigals of Love and War



Performers


Le Concert des Nations
Soloists of La Capella Reial de Catalunya
Jordi Savall, Music Director and Viol



Program


MONTEVERDI Sinfonia from Concerto con altri generi de canti (Libro settimo)


MONTEVERDI "Altri canti di Marte e di sua schiera"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MONTEVERDI "Volgendo il ciel per l'immortal sentiero Movete al mio bel suon"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FALCONIERI Ciaccona from L'eroica à 3


MONTEVERDI Sinfonia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MONTEVERDI Altri canti d'amor, tenero arciero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MONTEVERDI Combattimento di Tancredi e Clorinda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MONTEVERDI Sinfonia from L'Orfeo


MONTEVERDI Lamento della Ninfa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MONTEVERDI Sinfonia from Cantante Domino canticum novum


MONTEVERDI "Or che'l cielo e la terra e'l vento tace" from Madrigali guerrieri et amorosi (Libro ottavo)




저녁 8시 카네기 홀 티켓을 구입했고 로마에서 온 두 명의 음악가를 볼 줄 알았다. 그런데 불상사가 일어났다. 티켓 샀는데 공연 못 본 것은 처음이다. 저녁 8시까지 기다렸는데 허탕이라니. 지난번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본 브라운 대학 출신 포토그래퍼도 볼 줄 알았다. 그날 그분이 카네기 홀에서 보자고 한 게 바로 이 공연이다.


겨울비 내린 날 내 마음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저녁 7시 반 카네기 홀 앞에 도착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반드시 백신 접종 증명서와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휴대폰이 담긴 사진을 보여줬는데 직원이 내게 고개를 흔들면서 부스터 접종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공연을 볼 수 없단다. 이럴 수가! 너무 어이없다. 모르고 있었다. 2월 러시아 피아니스트 마추예프 공연도 봤는데.



고민된다.

부스터 샷 맞아야 하나?

맞기 싫은데.

메트 오페라도 맨해튼 음대도 카네기 홀도 부스터 샷을 요구한다.

정말 미치겠다.

백신 싫은데 공연은 보고 싶다.



카네기 홀 웹사이트에 백신 접종에 대해 업데이트했다고 하는데 난 변한 줄 몰랐다. 눈앞에서 공연을 못 보니 어이없는데 암표상인이 날 보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카네기 홀을 앞에 두고 떠나야 하니 가슴이 아팠다. 지하철역에 가서 메트로 카드를 긋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어 다시 밖으로 나와 카네기 홀에 갔다. 혹시 한번 정도 부스터 접종 없이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하지만 불가능했다.


포기하고 지하철역에 돌아가 메트로 카드를 그으니 "방금 사용했어요."라고 떴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카네기 홀에서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에 돌아오니 눈앞에서 막 버스가 떠났다. 늦은 밤은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이해하기 힘든 헝가리 영화를 잠시 보았다. 1950년대 배경. 집중이 안되니 노트북 켜놓고 화면만 응시했지만 내 삶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영화 분위기는 상당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여행 간 게 언제였던가. 아름다운 다뉴브강 보면서 붉은색 지붕 보면서 국회 의사당 보면서 성당에도 방문하면서 낯선 거리거리를 거닐었다. 헝가리에서 리스트 광시곡이나 들었으면 좋았을까.




Liszt Institute New York에서 내게 보내준 영화 / 속이 터져 노트북 켜고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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