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다닐 트리포노프 공연과 즐거운 수다

by 김지수

2022. 3. 3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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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럴 수가! 깜박 잊었다. 카네기 홀에서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노 독주가 열리는데 복잡한 일로 잊어버리다 늦게 알고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로 달려갔다. 현존 최고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연주를 사랑하니 꼭 보려고 책상용 달력에 표시해두었는데 잊어버리다니.


삶이 뜻대로 안 되니 눈물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묘지에 들어가는 날까지 즐겁게 살아야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할 수 없고 신의 뜻을 기다려야지. 내 작은 힘으로 신의 계획을 움직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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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리면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찾아오고 그들 이야기를 듣는 게 공연보다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지난번 일요일 빈필 공연에 만나지 못한 매네스 음대 졸업반 피아니스트를 만나 왜 그날 오지 않았냐고 물으니 대학원 오디션을 봐서 그랬다고. 그래서 어땠어? 하고 물으니 당근 잘 봤지,라고 웃으며 말해 나도 웃었다. 카네기 홀에서 그토록 많은 공연을 봤는데 어떻게 연주를 못할 수 있냐고 자신 만만하게 말했다. 맨해튼 음대와 매네스 음대 대학원 과정 오디션을 봤다고. 나중 결과도 들어봐야지. 중국 시골 출신 피아니스트 성격도 무척이나 좋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볼 때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기록해둔다. 사실 자주 공연을 보면 귀가 더 섬세해진다. 음악도 안만큼 들린다. 모르면 지루한 게 음악 아닌가. 하루아침에 음악을 즐기기는 어렵다.


그는 내게 뉴저지에서 열리는 조성진 공연을 보러 갈 거냐고 물어 가지 않는다고 말하니 왜?라고 물었다. 교통도 편리하지 않아서 플러싱에 사니 부담이 되고 티켓 값도 저렴하지 않고. 물론 조성진 팬들은 그 정도 티켓값이야 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렌트비와 물가 비싼 뉴욕은 1불의 지출도 꼼꼼히 생각하고 살 수밖에 없다. 어떻게 현실을 부정하고 산단 말인가. 뉴욕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 무한하고 저렴한 티켓 구해서 볼 수 있는 좋은 공연도 넘치니 사실 시간과 열정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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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빈필과 협연했던 조성진은 3월 뉴욕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는데 티켓값이 수 백 불. 정말 피아노의 황제가 되려나. 난 그리 비싼 티켓은 눈감는다. 혹시 로또가 당첨되면 물론 보고 싶은 공연 다 볼 거야. 형편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피아니스트 공연을 보곤 한다. 수년 전 황제 피아노 협주곡이 대회 지정곡. 폴 홀에 가만히 앉아서 황제 피아노 협주곡을 반복해서 듣곤 했다. 몇 번이냐고. 다섯 번인가. 아니 좋은 연주는 백번이라도 듣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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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굽는 할머니도 만났다. 다음 달에 스페인으로 여행 간다고. 일본에서 부부 이민 와서 아드님 한 명 키우고 지금은 혼자 즐거운 노년 생활을 보내는 할머니는 복도 많다. 어릴 적부터 아들 스스로 공부를 했고 부모가 옆에서 도와준 게 없다고. 그럼에도 미국 명문 MIT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2년 전 대학 동문과 결혼해서 시카고에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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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659.jpg?type=w966 나도 프랑스로 여행 가고 싶다.



한국인이 무척 사랑하는 산티아고에 간 적이 없다고 하자 왜 가지 않았어?라고 반문하는 할머니. 우리 집도 반쪽으로 파탄이 나지 않았다면 샤갈 그림처럼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텐데 어쩌다 삶이 이토록 복잡하게 되었나... 뉴욕에 와서는 런던, 파리, 프라하 등에 여행 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다. 이민 1세의 삶은 모두 영화 같지. 물론 예외도 있다. 한국에서 축적한 엄청난 재산을 가져오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 보통 이민 1세의 삶은 형벌이다. 시댁이나 친정 등 친척과 친구가 있고 남편이 시민권 있는 경우는 또 다르다. 이민 1세 삶도 천차만별. 아무도 없는 사하라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는 것은 눈물바다다.


일본 할머니 덕분에 프랑스 사진을 보며 여행 떠난 것으로 만족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언어학과 철학을 전공하는 아가씨도 만났다. 지난번 내게 코코아 티를 건네준 아가씨는 불어, 스페인어, 일본어, 영어를 구사한다고. 어릴 적 아버지 따라 자주 여행했고 고등학교 시절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잠시 살았다고. 복이 많은 학생인가. 부모님 뭐하냐고 물으니 아버지는 인류학 교수 어머니는 도자기를 굽는다고. 미국 인디애나 출신인데 그곳은 아무것도 없다고. 뉴욕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겠지. 그렇게 미국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부분을 알고 말하면 코끼리 다리 만지고 코끼리라고 착각하듯이 오류가 생긴다. 뉴욕은 미국이지만 특별한 색채가 감도는 도시다.


정말 특별한 분도 만났다. 러시아로 적힌 러시아 미술관 책을 읽고 계셔 무얼 하는 분인가 하고 물으니 러시아에서 42년 전에 이민 온 분이라고. 대학에서 화학 강의를 하다 지금은 메트와 모마에서 아트 작업 복구한다고. 카네기 홀에서 다양한 사람 만나 이야기 듣곤 하지만 내게 놀라움을 주셨다. 42년 전 처음 뉴욕에 왔을 때는 퀸즈 큐가든에 방 하나 구해서 살았고 당시 렌트비가 117불이었다고. 지금은 맨해튼에 산다고. 꽤 오래전 뉴욕 맨해튼이 위험한 도시라고 들었다고 하니 큐가든 시절 이야기를 하셨다. 아트 복구 작업이 힘들지 않아요,라고 물으니 "직업은 직업"이라고 웃으며 말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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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트리포노프 공연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연주가 가장 좋았다. 나머지 곡들은 내가 공부를 해야 음악을 즐길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더 자주 피아노 연주를 들어야겠다고 반성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면서 처음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너무 바빠 집에서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 뉴욕 맨해튼은 매일 내게 오라고 유혹하니까. 마음의 보물은 마음으로 찾아야 보이니까 안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어릴 적부터 책과 음악과 그림과 자연을 좋아하는 내게는 히말라야 산처럼 쌓인 보물이 보이더라. 그래서 매일 찾고 기록하고 있다. 즐겁게 살자. 비록 삶이 지옥이라도.




원래 작년 11월 17일 공연 예정

그런데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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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il Trifonov, Piano

Thursday, March 3, 2022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Program


SZYMANOWSKI Piano Sonata No. 3, Op. 36

DEBUSSY Pour le piano

PROKOFIEV Sarcasms

BRAHMS 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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