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북 카페, 강연 &체임버 공연

by 김지수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았어. 시베리아 바람보다 더 차가워. 누구에게 나눠 줄 수도 없고 참 슬프네. 이리 꼬일 줄 알았다면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음악이나 들을 텐데 말이야. 하얀 창으로 하얀 눈 내린 것을 보다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지하철에는 퇴역군인이라고 도움을 달라고 외치는 젊은 남자를 만나고 지난번처럼 손에서 붉은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악을 쓰는 남자를 만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고 어느 지점 정거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뜨거운 키스를 하고 있는 것도 보고 유니언 스퀘어에서 내리니 수요일 그린 마켓이 열리고 있고 오랜만에 맡은 향기.

잠시 후 반스 앤 노블 3층 북 카페로 들어갔다. 평소와 달리 조용해 더 좋았고 얼른 가방과 외투를 내려두고 커피를 주문하러 갔고 커피에 밀크를 넣으려다 창밖에 하얀 눈 내리는 것을 보다 문득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커피와 차 서비스를 제공했던 자원봉사 시절이 생각이 났고 모두 잘 계신지 궁금도 하지만 한편으로 정말이지 까다로운 뉴욕 노인들이 생각났다. 취향이 각각 다르니 어떤 분은 우유 딱 1방울 넣어달라고 하고 다른 분은 2방울 다른 분은 3방울 등 어떤 분은 우유와 커피를 젓지 말라고 하고 어떤 분은 당뇨니 당뇨병 환자 위한 설탕을 넣어 달라고 하고 어떤 분은 레몬을 넣어 달라고 하고 몇 년 동안 자원봉사를 했는데 뉴욕 시로 이사 온 후 맨해튼에 가서 문화 탐구 중이고 차도 없어 더 이상 자원봉사를 하지 않으나 가끔씩 생각이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모두 잘 계신지 눈 내리는 날 생각이 났다. 그러다 실수로 내 커피에 내가 원하지 않은 Fat free 우유를 넣어버렸다. 전날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먹은 카푸치노보다 백배 맛이 없어.

잠시 커피와 함께 책을 읽다 브루클린에 가려고 구글 맵을 켜니 핸드폰이 작동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 달라고 하고. 특별 전시회를 보러 찾아가려고 하나 낯선 지역이니 구글 맵이 최고. 아들은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주고 난 지하철역으로 가서 L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서 내렸다. 혹시나 염려하고 방문했는데 지리도 잘 모른 낯선 브루클린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장소를 찾긴 찾았으나 전시회커녕 문이 닫혀 있어 많이 슬펐다. 인터넷에는 전시회를 연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미리 알았다면 방문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머리에서 화가 모락모락 나려는 것을 참고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에 갔다. 저녁 6시 앨리스 툴리 홀에서 댄스 공연표를 나눠 준다고 해서. 가끔 그곳에 가니 홀 규모가 꽤 큰 것을 아니 추운 날 누가 얼마나 오겠어하면서 시간 맞춰 6시경 도착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내 앞에는 유엔에서 근무한 남자라고 하고 어디서 무료 공연에 대해 들었냐고 물으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고 해. 맨해튼에서 유엔에서 일한 남자를 만나 이야기 나눈 것도 처음. 나 보고 댄스 좋아하냐고 물어서 댄스 공연 좋아하지만 무료 공연이 아니면 비싸서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없다고 했지. 뉴욕 시립 발레는 러시 티켓도 없고. 정말 추운데 밖에서 오래오래 기다렸는데 직원이 와서 하는 말 미리 댄스 공연표를 나눠줘 버려 무료 공연표는 소수 사람에게만 나눠 준다고 하며 내게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하니 참 답답했다.

실은 이스트 빌리지에서 열리는 특별 이벤트에 가려고 한 달 전 예약을 했는데 2일 전엔가 링컨 센터 댄스 공연을 알게 되어 마음이 변해서 브루클린에서 이스트 빌리지에 안 가고 링컨 센터에 왔는데 표를 구할 수 없다고 하니 정말 허전한 순간. 날씨라도 따뜻하면 덜 서운할 텐데.

저녁 8시 링컨 센터 부근 교회에서 열리는 체임버 페스티벌 공연 보고 싶어 1달 전 즈음 미리 예약을 했고 바람맞은 난 잠시 어리둥절하다 늦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이스트 빌리지에 갔다. 다시 체임버 공연을 보려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나 특별 이벤트 강사 얼굴이나 보려고 달려가고 아주 잠깐 행사장을 보고 돌아서 지하철을 타고 링컨 센터 부근에 돌아왔다. 이렇게 추운 날 이스트 빌리지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강연을 듣고 있으니 뉴욕 시민들 문화 참여도가 얼마나 특별한지 언제나 놀라게 해.

저녁 8시 즈음 교회에 도착 체임버 공연을 감상하고 링컨 센터 도서관, 링컨 센터 축제, 이스트 빌리지 축제, 소더비 경매장 등에서 자주 만나는 백발 할머니도 만나고 나랑 동선이 비슷한 뉴요커 할머니. 종일 정신없이 이리저리 헤매다 음악을 들으니 마치 천국에 도착한 기분이 들고. 역시 음악이 최고야.

여기저기 움직이며 얼마나 많은 홈리스를 만났는지. 지하철역에서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음악은 너무나 좋고. 조금 전 집에 도착해 즉석 메모하는 중. 밤은 깊어만 가고 점점 더 바빠져 간다. 맨해튼은 정말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고 시민들 참가도가 정말 높아서 놀란다.

집에 도착하니 링컨 센터 메트(오페라)에서 레터를 보내오고 오페라 보러 자주 오라고 보낸 레터나 보다. 마음이야 날마다 오페라 보면 좋겠구나.


2018. 1. 17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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