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식물원
2022. 3. 8 화요일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낯선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수다로 시작한 하루.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요요마,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엠마뉴엘 엑스 트리오 공연이 열려 팬들이 몰려왔다. 명성 높은 음악가들 공연이 항상 열리지 않으니까 바쁜 스케줄에도 찾아온다.
참 오랜만에 만난 중년 일본 여자 스즈끼는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20대 유학을 갔고 37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으니 중국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일하다 은퇴했다는 그분 따님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살고 자주 뉴욕에 온다고. 또 자매는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근처에 산다고. 매일 오페라도 볼 수 있고 자주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뉴욕 문화를 좋아하는 분은 뉴요커가 되고 싶었나 보다. 뉴욕 퀸즈 포레스트 힐에 1 베드룸 콘도를 40만 불을 주고 구입했다고 해서 놀랐다. 뉴욕은 주택세가 한국과 달리 아주 비싸다. 우리 가족이 살던 롱아일랜드의 경우도 60만 불 하우스 주택세가 꽤 오래전 1만 5천 불이었나??? 1년 렌트비와 큰 차이가 없다. 복잡한 뉴욕 세금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모르나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남편은 5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고 지금은 여유롭게 지내고 싶나 보다. 지난번 빈필 두 번째 공연에서 날 보지 못해 이상하다고 하니 웃었다. 일본 도쿄는 클래식 공연 티켓이 한국처럼 엄청 비싸니 뉴욕 문화가 참 좋단다. 오페라는 볼 수 있을 만큼 보는 듯.
도자기 굽는 일본 할머니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언어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은 만나지 못했지만 꽤 많은 컬럼비아 대학생들이 찾아왔다.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은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고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하는 학생은 아이비리그 명문대 졸업해도 구글과 애플 등 대기업에 취직이 무척 어렵다고 하니 미국 실정이 얼마나 어려운가.
일본 출신 디자이너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했다. 메트 뮤지엄 디즈니 특별전이 좋았다고 하니 역시 디자이너는 평범한 나와 다르다. 난 슬쩍 전시회를 보았는데 그녀는 나와 달리 아주 자세히 보고 감명을 받았단다. 난 디즈니 만화도 좋아하지 않고 정착 초기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랜드에 여행 갔을 때도 그다지 감명받지 않았다. 유럽 여행을 다닌 후 뉴욕에 와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그저 그랬다. 디자이너는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열린 크리스천 디오르 특별전을 봤냐고 물어서 보지 않았다고 하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그런 기회를 놓쳤을까라고 생각하는 듯. 보고 싶은 전시회였는데 티켓이 메트 오페라 러시 티켓 값과 같고 복잡한 일도 무척이나 많아서 전시회를 보러 갈 에너지가 없었다고 핑계를 댄다. 그녀는 중국계 피아니스트 랑랑이 이용하는 곳에서 세라피를 받고 있다. 랑랑이 사는 링컨 스퀘어 아파트에 그녀 친구가 사는데 매일 피아노 연습하니 음악을 사랑하는 분에게는 멋진 선물인데 반대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는 음악이 소음으로 들려 불평을 하니 랑랑이 이사를 갔다나? 암튼 요즘 피아노 연주가 들리지 않는단다. 참 재밌는 뉴욕. 별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트와 음악과 여행을 좋아하니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아서 좋다. 그녀가 함께 뉴욕 식물원 오키드 쇼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그녀에게 첼시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제임스 터렐 전시회를 보라고 하며 가급적 주말은 피해서 방문하라고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벤자민 부부도 만났다. 가끔은 남편은 카네기 홀에서 부인은 메트에서 오페라를 보는 부부. 한국에서는 볼 수도 없는 커플 아닌가. 함께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오셨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 뉴스 잡지도 읽고 계셨다. 상하이에서 영문과 교수로 지내다 뉴욕에 와서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하고 노후 생활을 즐기는 벤자민 따님은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은 후 영국 대학에서 경제학 수업을 하는 교수다. 아들에게 벤자민은 오페라 잡지도 읽는다고 하니 학자라서 그렇겠지,라고 하니 웃었다.
매네스에서 피아노 전공하는 학생도 만났다. 지난번 트리포노프 공연이 어땠다고 물으니 브람스 소나타가 가장 좋았다고. 옆에 있던 컬럼비아 대학생도 나처럼 브람스 소나타가 가장 좋고 다음으로 프로코피예프 곡이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데 모두 나와 의견이 같아 흥미로웠다.
카네기 홀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 모두 오페라를 자주 봤다고. 일본 출신 스즈끼도 자주 오페라를 봤다고. 일본 디자이너도 벤자민 부부도 매네스 음대 피아니스트도.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은 다르다. 물론 뉴욕이라서 매일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긴 하다. 나도 오페라 보러 간지가 꽤 되어간다. 돈 카를로 오페라를 보긴 봐야 하는데 4시간 반 정도 하니 미리 마음이 무겁다. 이래서 맨해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공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Tuesday, March 8, 2022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Symphony No. 6, "Pastoral" (arr. for trio by Shai Wosner)
Piano Trio in B-flat Major, Op. 11, "Gassenhauer"
Piano Trio in D Major, Op. 70, No. 1, "Ghost"
카네기 홀 공연이 어떠했냐고 묻는다면?
아들이 한 마디로 요약하면 명성과 공연은 반비례하더라고. 음정 틀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이 아니었다.
라이브 연주가 어렵긴 하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가라 할지라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오래 연습을 해야 하는데 다들 바쁘니 아마도 한 두 번 맞추고 카네기 홀 무대에 올라 연주했는지도 모른다. 지난번 트리포노프 공연이 백배 더 좋았다.
아들은 인터내셔널 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연주가 연주가 가장 좋다고. 명성이 높다고 반드시 연주가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난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학생들 공연을 좋아한다. 실내악 연주는 오리혀 줄리아드 학생들 연주가 세계 최고 대가들 연주보다 더 좋을 때가 있다.
명성 높은 음악가들 티켓은 무지무지 비싸다. 온라인으로 파는 가장 저렴한 티켓은 발코니 석도 1장당 250불(stubhub 인터넷 사이트)이라고 암표상이 말했다. 뉴욕에서 살다 보니 암표상 이야기를 듣고 웃는다. 생생한 뉴욕 역사의 기록이 되겠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보는 암표상들은 얼마나 벌었을까.
요즘 중각 고사 기간이라서 저렴한 티켓을 사러 오래오래 기다린 컬럼비아 학생들의 열정은 참 대단하다. 나도 명성만큼 공연이 좋은 건 아니다고 알지만 그래도 항상 카네기 홀에서 그들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공연을 본다.
베토벤 곡들만 연주했는데 첫 번째 곡은 교향곡 6번을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로 연주했는데 내 귀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연상되었다. 평화로운 전원이 연상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재앙 같은 연주
휴식 시간 지나고 베토벤 피아노 3중주를 연주했는데 두 번째 곡과 세 번째 곡은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명성에 비하면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가끔 첼로의 음색이 뛰어나 혹시 요요마가 자주 무대에서 연주했던 곡이 아닐까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무대에서 연주하려면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만큼 중요한 게 없다.
무대에 오르면 연습이 조금만 부족해도 크게 드러난다.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라서 리허설도 없으니 어려울까.
삶은 실수와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좋은 습관 길들이기는 무척이나 어렵고 행복을 부르지만
잘못된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도 않고 파멸을 부른다.
아마도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 카바코스, 엠마누엘 엑스 공연 봤다고 자랑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다음에 만나면 음악 사랑하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공연도 8시 11분경 시작해 늦게 끝나니 앙코르 했는지도 모르고 그냥 홀을 떠나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왔다. 한밤중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 하니 마음은 늘 무겁다.
봄을 알리는 크로커스 꽃이 활짝 피어 혹시나 브루클린 식물원 스타 매그놀리아 꽃도 만개했나 궁금해 지하철을 타고 달려갔는데 아직 피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산책하며 꼭꼭 숨은 보물 같은 꽃들을 찾아 휴대폰에 담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꽃들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물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새벽부터 무척 바빴던 하루였다.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 하고 브루클린 식물원에 다녀오고 카네기 홀에서 음악 사랑하는 팬들을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 아들과 트랙 경기장에서 조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