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로마에서 온 피아니스트

센트럴 파크, 소더비 경매장, 미드타운 갤러리, 카네기 홀 공연

by 김지수

2022. 3. 9 수요일 눈비


IMG_4404.jpg?type=w966 Beatrice Rana, Piano



맨해튼 아지트 창가에 앉아 하얀 눈이 휘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하얀 눈 내리는 바다를 생각했다.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바다 풍경을 보고 싶은데 게으른 마음인지 아니면 바다가 너무 멀어서인지 아직 구경하지 못했다. 맨해튼 미드타운 도로에는 하얀색 차, 빨간색 차, 노란색 스쿨버스, 시내버스, 검정 승용차 등이 달려가고 아이보리 첼로 케이스를 들고 우산을 들고 걷는 여인도 보였다. 코로나 전 남미에서 온 조각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바로 그 자리였다. 그날 카네기 홀에 공연 보러 가려고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낯선 남자가 말을 걸었다. 처음 보는 내게 바다를 좋아하냐고 물어서 그런다고 하니 함께 가자고 해서 웃었지. 영화 같은 순간. 화장기 없는 중년 여자에게 말을 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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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공연이 열렸다. 내게는 아주 낯선 젊은 피아니스트인데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조가 내게 꼭 보라고 권했다. 전날 요요마와 카바코스와 엠마누엘 엑스 공연을 보러 오지 않은 조가 내 곁에 다가와 카네기 홀 공연이 어땠냐고 물었다. 형편없었다고 웃으며 말하며 넌 왜 오지 않았어?라고 물으니 메트 오페라를 보러 갔다고. 오페라 공연은 어땠어?라고 물으니 나쁘지 않았는데 기대치가 높은 것에 비해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러시 티켓을 구입하지 못해 패밀리 서클 티켓을 구입해 하늘 높은 좌석에서 봤다고 했다. 무대 가까운 곳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지만 난 뒤편에 앉아 조용히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귀족들 옆에 앉으면 마음이 불편하니까.



조는 베토벤 교향곡 6번을 무척 좋아하는데 어떻게 피아노 3중주로 연주하냐고. 50명 음악가가 연주하는 것과 3명이 연주하는 피아노 3중주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암튼 내 귀에는 베토벤 교향곡 6번을 피아노 3중주로 편곡한 첫 번째 곡이 우크라니아 전쟁을 연상하게 할 만큼 형편없었다.




IMG_4291.jpg?type=w966 비록 삶이 지옥이라도 매일 향기로운 하루를 보내자.



조도 로마에서 사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공연을 보려고 기다리는 중. 쇼팽,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곡을 연주하니 프로그램도 마음에 든다고. 현대 음악 드뷔시와 스트라빈스키 곡은 연주가에 따라 많이 다르다. 연주가 좋으면 정말 환상적이고 아닌 경우는 이해하기 어려운 곡. 조가 샌프란시스코 음악 감독으로 재직했던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스트라빈스키 곡에 조예가 깊다고 했다. 지금 뇌수술받고 건강이 안 좋아 더 이상 무대에서 지휘를 하지 않는다고. 코로나 전 카네기 홀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을 미리 구입했는데 취소가 되어 보지 못했다.


대학을 중퇴했던 조는 좋은 직장에서 일하지 않지만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고 카네기 홀 공연도 자주 보며 인생을 나름 즐긴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현실과 갭의 차이가 아닐까.


음악 사랑하는 뉴요커들은 매일 공연을 보러 다닌다. 비단 뉴욕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아마 런던, 파리, 비엔나도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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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뉴욕을 왕래하며 일하는 일본 모자 디자이너가 아들에게 옷을 전해 준다고 텍스트를 보내서 카네기 홀 공연 휴식 시간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뉴욕에 머문 동안은 자주자주 공연을 보는 그녀. 요요마 공연 볼 때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수다를 했는데 로마 피아니스트 공연도 보러 온다고 그날 말했다. 목요일(3/10)은 메트 오페라를 보러 갈 예정, 다음 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도 미리 구입했다고. 그러니까 거의 매일 공연을 보러 다닌다. 그녀가 사준 티켓 덕분에 발코니 석이 아니라 드레스 서클에 앉아 무대 중앙을 보며 편히 음악을 감상했다. 스트라빈스키 연주는 환상적이고 쇼팽 연주도 좋았다. 아름다운 쇼팽의 선율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 역시 하루아침에 그 자리에 도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



IMG_4388.jpg?type=w966 맨해튼 미드타운 갤러리



가랑비가 내린 수요일 아침 아들과 운동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어퍼 이스트 사이드 소더비 경매장에 가서 전시회 보고 센트럴 파크에 가서 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산책하고 플라자 호텔 근처를 서성거리다 갤러리에서 전시회 보고 카네기 홀에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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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9, 2022 —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Carnegie Hall Presents

Beatrice Rana, Piano


Program

CHOPIN Scherzo No. 1

CHOPIN Scherzo No. 2

CHOPIN Scherzo No. 3

CHOPIN Scherzo No. 4

DEBUSSY Etudes, Book I

STRAVINSKY Three Movements from Pétrouch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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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뉴욕이 문화 예술의 도시라도 내가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수 십 년 전 어린 두 자녀 키울 때는 매일 반복되는 일과였다. 이제 두 자녀 대학 졸업하니 비로소 내게도 자유 시간이 주어지지만 여전히 숨쉬기도 힘들 만큼 삶은 복잡하다. 그럼에도 희망을 붙잡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운명을 탓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하늘의 뜻을 기다리며 산다. 내 운명의 바늘은 어디만큼 가고 있을까.



IMG_4391.jpg?type=w966 뉴욕 소더비 경매장과 미드타운 화원

한국에서는 20대 대통령(윤석렬)이 당선되었다.

앞으로 5년은 지금 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될까.



IMG_4390.jpg?type=w966 하얀 눈비 내린 센트럴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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