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adne auf Naxos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2022. 3. 12 토요일
스트레스 때문인가.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쑤시고 아프다. 빨리 회복되어야 할 텐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맘대로 안되나 보다. 복잡하고 힘들고 슬픈 일이 많다 보니 마음속에 스트레스가 쌓이나 보다. 매일 맨해튼에 가서 즐거움을 찾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진즉 하늘나라로 떠났을 것이다. 오래전 오십견으로 죽는 줄 알다 서서히 회복되었는데 다시 그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재와 먼지로 변할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삶은 뜻대로 되지도 않고 한없이 애달프기만 하다.
봄날에 내린 하얀 눈은 내게 추억을 불렀다.
가끔씩 생각나는 유대인 강사가 있다. 브루클린 병원에서 의사 남편 만나 결혼해 네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식물인간으로 변해 생계를 책임지어야 하는 형편으로 변하니 하루하루 숨이 막히다고 했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영화배우처럼 미모의 그녀는 폴란드 출신이다. 세상에는 믿어지지 않는 일들도 많다. 왜 슬픈 운명을 맞아야 할까. 운명이 뭘까.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아프니 매일 맨해튼에 간다. 토요일 몸도 안 좋은데 무얼 할까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 오페라나 보자고 마음먹고 티켓을 샀다. 토요일 오후 1시 오페라.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무척 바빴다. 미리 식사 준비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으로 달려갔다.
하얀 눈이 흩날리는 3월 중순. 가까스로 오후 1시 10분 전 메트 박스 오피스에 도착했는데 티켓을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 약간 염려가 되었는데 무사히 티켓을 찾고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오페라 사랑하는 조가 봤다고 하는 스튜라우스 녹서스의 아리아드네 오페라.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니 독일어를 잘하면 좋을 텐데 영어 번역을 봐야 하는데 유독 홀이 캄캄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 수업을 받았는데 그때 열심히 배울 걸 늦게 후회를 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작품을 원어로 읽을 정도 실력을 갖추고 싶은데 너무 게으른 나. 오페라 볼 때는 정말이지 불어, 독일어, 이탈리어를 잘하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젊은 층도 많이 찾아왔고 복잡했다. 난 처음으로 보는 오페라인데 오페라 속에 오페라가 든 작품이라 상당히 실험적으로 보였다.
서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 오페라 성악가와 지휘자 초상화가 붙여진 갤러리 근처에서 서성 거리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벤자민 부부를 만났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데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지만 우리가 메트에서 만난 건 처음이다. 벤자민 부인이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하는데 링컨 스퀘어 단테 파크 근처 코너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를 몰라 알려드렸다. 전에는 오페라 보면서 휴식 시간 커피 등 음료를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사라졌다.
잠시 후 난 초상화 갤러리를 보다 파바로티 젊을 적 사진을 찾았다. 가끔 오페라를 보러 갈 때마다 내가 아는 오페라 성악가를 찾지만 내게는 낯선 성악가들이 대부분이고 그만큼 오페라는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다. 오페라 사랑하는 조가 90년대 메트에서 파바로티 공연 볼 때 무척이나 좋았다고 또 센트럴 파크에서도 그의 공연을 봤다고 하고 최근 암표상이 파바로티 공연 티켓을 29불에 사서 300불 주고 팔만큼 오페라 팬들이 많았다고.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파바로티 자서전을 읽었는데 지금은 기억조차 흐리지만 가난한 빵집 아들이 노래를 잘 불러 지나가는 사람이 부모에게 음악을 전공시키라 하니 음악 시킬 돈도 없고 예술가는 자칫 굶어 죽는다고 하니 장학금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설득했단 기억만 난다. 과거나 지금이나 예술가로 먹고살기 힘들고 성공한 소수는 귀족처럼 화려하게 산다.
한국에서는 오페라 볼 기회조차 없고 런던, 파리, 빈에서도 오페라를 보려고 했지만 수 십 년 전 티켓 구하기도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에선가 본 마리아 칼라스 이름이 얼마나 특별했나. 나중 알고 보니 오페라 가수였고 뉴욕 맨해튼에서 탄생했다는 것도 뉴욕에 와서 알게 되었다.
오후 4시경 오페라는 막이 내리고 바로 줄리아드 학교에 달려가 폴 홀에 가만히 앉아 바흐, 파가니니, 생상 등의 곡을 들었다. 딸이 오래오래 전 연주했던 생상 바이올린 협주곡 들으니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굉장히 추운 토요일 오후 하얀 눈이 흩날리나 너무 추워 꽁꽁 얼어 죽을 거 같은데 시내버스는 바로 오지도 않고 주말 7호선은 퀸즈보로 플라자 역까지 운행하니 걷는 시간도 무척 많았다. 얼마 전 받은 원고료도 오페라를 두 편이나 관람했지만 두 자녀와 함께 먹으려고 케이크를 구입했다.
전날 링컨 센터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너무 추워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일본 모자 디자이너는 8시경 홀에 입장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노라고 연락이 왔다. 기다리면 되는데 난 맨해튼에 살지 않고 실수로 겨울 외투를 입지 않아 견디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