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7 목요일
아침 안개 가득하더니 봄비가 내렸다. 하얀 갈매기 나는 모습을 보며 아들과 함께 이른 아침 조깅을 하고 플러싱 지하철역에 가려고 시내버스에 탑승했는데 뉴욕에서 서울로 떠난 거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플러싱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7호선 역 입구가 막혀 있고 메인 스트리트 역 근처에는 빨간색 소방차들과 경찰관들이 많이 보였다.
3. 17 새벽 6시 플러싱 화재
예고도 없이 7호선이 운행하지 않아서 경찰관에서 물으니 새벽 6시에 화재가 나서 지하철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아침 뉴스를 봐야 했는데 요즘 티브이를 켜지도 않는다. 화재로 얼마나 놀랐을까. 화재처럼 무서운 게 없다
그나저나 맨해튼에 가야 하는데 경찰관에서 물으니 다음 정거장에서는 7호선이 운행한다고. 메인 스트리트 역에서 걸어서도 갈 수도 있지만 비도 내리고 최소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어쩌만 말인지.
도로가 막혀 시내버스 정체된 것만으로 속이 터졌는데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으니 답답한 순간. 저녁 7시 반 공연 티켓을 미리 받았고 성 패트릭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이라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도 아쉽고. 폭발할 거 같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빗속을 걸었다.
노던 블러바드 쪽을 향해 걸으니 다음 정거장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있었다. 아침 일찍 화재가 났더라도 지하철 승객을 위해 안내문을 붙여야지 아무런 말도 없이 운행하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지. 그러니까 평소보다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려 맨해튼에 도착했다.
맨해튼 아지트에 도착하니 크리스와 마이클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휴식을 했다. 크리스는 성 패트릭 데이라서 초록색 상의를 입고 축제에서 받은 모자를 쓰고 웃었다. 맨해튼에 사니 일찍 축제를 봤나 보다. 그녀가 봄비 내리니 축제가 이미 끝났을 거라 하는데 그래도 난 축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클이 한국 20대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서 난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당선되기 전과 당선 후는 많이 다르니까.
마이클이 왜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가 하고 물으니 정치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고 해서 놀랐다. 그의 경력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가 웃으며 스스로 지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니 나도 덩달아 웃었다.
지금은 은퇴하고 프리랜서로 지내며 맨해튼에 살고 있는데 평생 독신이란 말도 했다. 뉴욕에 의외로 독신이 많아서 놀란다. 독신으로 지낸 것과 자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퍼레이드를 보러 떠났다. 봄비 내리는 날 맨해튼 5번가에서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가 열렸다. 오전 11시부터 시작. 난 오후 2시경 5번가 트럼프 타워 근처에서 축제를 구경했다. 우산을 쓰는 사람도, 비옷을 입은 사람도, 그냥 비를 맞으며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뉴욕은 축제의 도시다.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은 초록색 정장을 입고 있어서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뉴욕은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들이 많지만 의외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소동만 아니면 좀 더 힘을 내어 첼시 갤러리에 방문하려다 너무 피곤해 포기하고 북카페에 갔는데 왼쪽 옆에는 약간 이상한 중년 여자가 앉아 소란을 피우고 오른쪽 옆에는 어린아이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니 집중이 안되어 여행 잡지만 가볍게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서점을 떠났다. 빈자리가 많으면 이동하겠는데 인기 많은 북카페에서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요즘 뉴욕에 이상한 사람들이 점점 많이 보인다. 코로나 백신 때문인가. 아니면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게 이유일까. 뉴욕 지하철에도 얼굴을 가린 홈리스들도 많이 보인다.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저녁 7시 반 공연을 보기 위해 빵과 커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기다렸다. 눈치에 음악 전공하는 줄리아드 학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 듯 보이고 음악 사랑하는 노인들이 찾아와 공연을 보더라.
플러싱 화재 소동으로 상당히 피곤했지만 퍼레이드도 구경하고 공연도 보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조금만 내 감정에 휩싸였더라면 심심한 하루를 보냈을 텐데... 감정 컨트롤이 참 중요하다. 순간을 잘 넘기면 되는데 컨트럴 하기 어려운 때도 많고 감정을 컨트럴 하지 못하면 후회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