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어포더블 아트페어, 줄리아드 학교
2022. 3. 24 목요일 흐림/비
하늘은 흐리고 봄비 흩뿌리던 목요일 책과 음악과 그림으로 위로를 받았다. 북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딱딱한 책을 읽다 집중력이 떨어지자 자리를 양보하고 어제 봤던 아트 페어를 다시 보러 첼시에 갔다. 지인 Y가 준 VIP 패스가 있어서 아트 페어 열리는 동안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서 좋다.
어제 첫날은 방문객들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거꾸로 북새통이라 차분히 그림을 볼 여유가 없었다. 목요일 오후 시간은 전날보다 더 조용해 좋았다. 같은 그림을 다시 봐도 내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림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좋고, 새로운 그림이라 흥미가 있다.
혼자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데 낯선 작가분이 말을 걸어 잠시 이야기도 했다. 벽에 걸린 그림이 내 스카프와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니 웃었다.
한국의 지리산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도 보았다. 멀리 떠나오니 한국이 그립기만 하다. 늘 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뉴욕에 오니 마음이 다르다. 올해는 유난히 런던에서 온 갤러리들이 많이 참가한 것도 다른 해와 다르고 아티스트가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아트 페어에 참가했다는 것도 다르다. 내가 그림을 그린 적이 있냐고 묻는 아티스트도 만났다. 아주 오래전 데생 수업받고 잠시 유화 그렸단 이야기를 하니 놀랐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때도 상상하지 못한 불행한 일이 찾아와 중단했다. 그 후로도 계속 불행은 쉬지 않고 찾아왔다.
오후 5시 반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베이스 바리톤 공연을 보러 1호선을 타고 링컨 센터 역에 내렸다. 학교 입구에서 백신 접종 카드와 신분증을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가 폴 홀에 앉아 기다리는데 석사 과정 졸업 연주였다. 아름다운 목소리에 황홀한 오후를 보내 행복했다. 백만 번이라도 듣고 싶은 목소리였다. 보컬 공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쉐릴 할머니도 정말 그립기도 하다. 좋아하는 오페라 공연을 안 봐도 충분히 만족했던 기억에 오래 남을 베이스 바리톤 공연은 내 슬픈 마음을 위로했다.
살면서 몇 번이나 자살을 하고 싶었을까. 셀 수도 없이 많다. 내가 침묵을 지키면 천국에 산다고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참 많다. 하지만 침묵을 깨면 모두 충격을 받는다. 보통 사람에겐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내겐 자주자주 찾아온다. 왜 그런지 이유를 잘 모른다. 불행과 고통은 신의 축복인가.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없었다면 진즉 하늘나라로 떠났을 것이다. 정말 슬픈 일은 차마 말을 할 수도 없다. 죽기 전에 내게 일어났던 불행한 일들을 글로 남길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뉴욕에 오려고 마음의 결정을 하고 준비하며 남들이 궁궐이라 부른 60평 아파트를 매매할 때 나타난 새로운 주인은 내가 신선처럼 행복해 보인다고 하니 웃었다. 피아노와 책들을 제외하고 집안에 있던 모든 물품을 그대로 새로운 주인이 가져간 조건으로 매매를 했고 가끔 그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누가 삶을 알겠는가.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말없이 찾아오더라. 한 번도 견디기 힘든데 셀 수도 없이 자주 찾아와 날 흔들어 버린다. 그렇게 힘든 세월을 견디고 살고 있다.
날 충분히 위로를 했던 바리톤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 8시 지나 오르간 연주를 들었다. 오르간 음악 역시 뉴욕에 와서 듣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공연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마음을 경건히 하는 바흐 음악이 좋다. 내 몸과 마음이 맑은 수정처럼 깨끗해지는 거 같아서 더 좋다.
수 십 년 전 대학 시절 내가 꿈꾸는 세상이 바로 지금의 뉴욕. 북 카페에서 책 읽고, 아트 페어 보고, 공연 보고 그 모든 것을 하루에 다 할 수 있다. 전부 무료다. 물론 지인 덕분에 아트 페어를 무료로 관람했다.
꿈꾸지 않았다면 생의 위기 시 뉴욕으로 탈출할 거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내게 찾아와 날 흔들어 버릴 때 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고 뉴욕에 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교직에 종사하다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서 지내는 평범한 40대 주부가 무슨 재주로 뉴욕에 가서 공부하고 산단 말인가 하면서 의문을 가졌다. 삶은 사느냐 죽느냐였고 지옥의 불길을 뛰어넘어 새로운 땅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펼쳐가지만 여전히 삶은 위기의 한 복판이고 뉴욕의 삶이 언제 어디서 멈출지도 역시나 모른다. 새로운 세상은 고통과 열정과 꿈으로 조금씩 조금씩 열린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뉴욕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뉴요커보다 더 많은 문화 정보를 안 것은 나의 꿈과 열정이다. 그냥 저절로 이뤄진 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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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 24, 2022, 8: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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