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졸라 어려워요

by 김지수


정말 우연이었다. 소호 하우징 웍스 북 스토어 카페에서 "한국어가 졸라 어려워요"라고 말한 미국인을 만난 것은. 하필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은 함흥차사가 되어 우린 오래 기다렸다. 그분은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되냐고 하시더니 괜찮다고 하자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이냐고 물었다. 한국이라 하자 그분이 서울 연세대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그러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보스턴 MIT 대학에서 Ph D 학위를 마쳤다고 하시며 내게 자주 하우징 웍스 북 카페에 오는지 물었다. 난 가끔 소호에 갈 적 들러보는 카페라고 말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여행과 음악과 외국어를 좋아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분도 일본, 중국, 한국과 인도에 여행을 갔을 정도로 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지금은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배우기 쉽다고 하셨다. 한국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시면서 가수 이름이 누군지 물었으나 분명 낯익은 목소리인데 누군지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세대에서 4년 정도 영어 강의를 하신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고 하면서 너무 어려운 언어라 하셨으나 "매우"대신 "졸라"란 표현을 사용하니 난 웃음이 나왔으나 참았다. 그분 한국어 실력보다 내 영어 실력이 낫다고 했으나 외국어는 외국어고 원어민처럼 구사하길 희망하나 늦은 나이 뉴욕에 와서 공부하고 사는 내게 언어는 여전히 낯선 이방인이지. 어릴 적 외국인과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지금과 문화가 많이 달랐고 한국어 영어 선생님에게 잘못 배운 영어 발음은 하루아침에 교정이 되지 않는다. 정말 뉴욕에서 살다 보니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새해 1월에 뉴욕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 직업도 다양하다. 오페라 지휘자, 모자 디자이너, 아티스트, 플루트 연주자와 교수 등. 그분은 연세대에서 영어 수업을 했다고 하며 스스로 '교수'란 직함을 사용했고 한국에서 지낸 경험이 좋았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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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친구와 약속이 있고 나 역시 소호에 있는 갤러리에 방문하려다 잠시 북 카페에 가서 낯선 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방문하려고 계획한 갤러리는 포기하고 다른 몇몇 갤러리를 방문했다.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전시회도 보고 그 외 소호 갤러리에서 한국 아티스트 작품을 만난 게 인상적이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이 마음에 들어 아티스트가 누구냐 물으니 한국 사람이라고. 내가 한국인이란 것을 모르고 그리 말한 눈치였고 우연히 본 작품이나 돈이 있다면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8만 불 정도라고 하는 말을 듣고 갤러리를 나와 맞은편 갤러리에 가서 낯선 아티스트 작품을 보고 문을 닫고 나오니 소호 거리 바닥에 하얀색 분필로 그려진 하트 모양이 보였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백여 개 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이 되었다. 장난기 넘치는 뉴요커의 솜씨에 웃음이 나왔고 밸런타인데이가 가까이 다가와서 그런지 좀 궁금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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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우미 일식 뷔페



점심 무렵 아들과 아들 친구와 함께 맨해튼 한인 타운에 있는 이치우미 일식 뷔페에 가서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지난번 만난 직원을 다시 만났다. 너무 친절해서 인상 깊은 직원이라 반가워 다시 말을 하게 되고 지난번 아들에게 그 직원은 나중 레스토랑 사장님이 될 분이라고 했다고 말하자 그분은 과거 식당을 두 차례 경영하다 가까운 한인에게 사기를 당해서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하고 난 그분이 20대 후반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분이었다. 일본 차를 서비스로 가져다 주워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들 친구는 곧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 함께 식사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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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아들과 아들 친구는 떠나고 난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서 책을 읽다 피곤해 집중이 안 되니 지하철을 타고 소호에 갔다. 오랜만에 방문한 하우징 웍스 북 카페에서 백발이 된 노인 5분이 책을 들고 토론을 하고 있어서 놀라고 젊은 층이 사랑하는 북 카페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다양한 연령층이 보였다. 커피 한 잔 주문하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 연세대에서 강의했던 분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 과거 하버드 대학에 근무할 적 새해 이브 파티에 대학원생이 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어버려 모두 놀라 그 학생을 깨웠는데 첫마디가 "하버드 대학원에서 학위 마치면 취직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은지 짐작할 수 있을지.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하버드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도 어렵지만 졸업 후 취직은 더 어렵고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에 취직을 하지 못하면 모두 케임브리지를 떠나야 하는 슬픈 운명. 경쟁 사회로 변하니 모두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고 난 소호 몇몇 갤러리를 산책하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음대에 가서 공연을 보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목요일 아침 아파트 측에서 보내온 레터를 여는 게 학교 성적표 보다 더 떨리는 심정으로 열었는데 렌트비 인상이 작년보다 배가 되어 너무 슬펐는데 뉴욕 홈리스가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아들이 말해줘 웃음이 나왔다. 정말 복권이라고 구입하고 싶은 심정이야.

소호 북 카페에서 만난 분 말씀처럼 외국인이 한국어 배우는 것도 무척 어렵고 한국인이 영어를 배운 것도 무척 어렵다. 문득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 작품이 생각이 난다. 오래전 읽었는데 내용이 좋았다.


2018. 1. 26 자정이 막 지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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