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가야금 산조 공연

by 김지수

알라딘 요술 램프가 떠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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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야. 마법의 램프에서 지니를 부른 것도 아닌데 카네기 홀에서 마법 같은 공연을 봤으니. 정말 황홀한 겨울밤이었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가야금 산조를 카네기 홀에서 듣게 되다니 꿈만 같구나. 그뿐만이 아니야. 세르비아, 일본, 중국, 필리핀 음악도 듣고 중국인 여자 의상은 마치 공작 날개처럼 예쁘더라. 누가 만들었을까. 필리핀 음악은 마치 무당굿 내림하는 거 같더라. 좀 요란해 귀를 막고 싶었지. 퍼커션 악기도 정말 아름답지만 어느 경계선을 넘으면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야. 세상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하고 안 그래도 소음 듣고 사는데 누가 소음 듣고 싶을까. 그래도 각각 취향이 다르니 누군가는 좋아했을지도. 암튼 알라딘 램프가 떠오른 밤이었다. 가야금 산조 공연만 얼른 보고 일찍 집에 돌아오려 했는데 하늘은 내 마음을 읽어버렸지 뭐니. 맨 나중에 가야금 산조를 하니 어쩔 수 없이 마지막까지 공연을 보고 집에 자정 무렵 돌아오고 맨해튼 나들이가 쉽지 않아. 더구나 어제는 몹시 추웠다. 온몸이 꽁꽁 얼어버린 느낌. 그러니 피곤이 100배 정도 느껴지고. 플라자 호텔 지하철역에 내려 하얀 눈으로 덮인 센트럴파크를 보니 아름답더라. 호수는 꽁꽁 얼어있고 마음이 착한 이에게 보이는 하얀 학은 어제 안 보였어. 내 마음이 까맣게 변했나.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기 전 줄리아드 학교에 갔지. 사랑하는 바흐 음악을 들으려 모세 홀에 도착했는데 깜짝 놀랐지. 바흐 파르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놀랐지. 작년 카네기 홀에서 정경화 연주로 바흐 파르티타를 감상했는데 어제 바흐 샤콘느까지 감상하고. 줄리아드 학교 명성 높은 교수님 얼굴도 뵈고. 오래전 아들이 매일매일 파르티타를 라이브로 들려주었는데 요즘 아들 악기는 백 년 동안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지 않아 슬퍼. 그래도 할 수 없지. 세상이 보기 싫나 보지. 밀린 사진 정리하니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은 역시 소중해. 겨울 햇살이 아름답게 비추는 오후. 브런치로 미트볼 스파게티를 먹고 메모를 하는 중. 랩톱 포토는 다시 작동을 안 하고 지난해 사진을 다 버려야 하는데 아직 정리도 못해 버리지 못하고 누가 무제한 용량 랩톱 안 만드나. 무료라면 더 좋고. 오늘은 어떤 천재를 만날까. 지하철을 타고 달리면 다른 세상에 도착하니 힘들지만 참고 지하철을 타고 달려보는 거야. 아주 오래전 누가 "두 사람의 운명은 서서히 바뀌어요"라 하던데 과연 그럴까. 얼마나 운명의 바늘이 돌아가고 있을까. 매일 천재들 공연을 보니 천상에서 산책하는 느낌도 들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침묵이 금이지.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새해 1월 마지막 날이구나. 무얼 하고 보냈지. 이작 펄만을 불러오자. 샤콘느 연주 들려줘. 세상 좋아졌지. 나어릴 적 유튜브가 어디 있어.


201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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