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어떻게 내 뜻대로 되겠어

by 김지수



삶이 어떻게 내 뜻대로 되겠어. 어제 카네기 홀에서 마법의 성을 보는 듯했는데 오늘 바람을 맞았어. 추운 날에도 불구하고 맨해튼 음대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보러 갔는데 예고도 없이 취소를 하다니. 아들 보고 오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할까 시벨리우스 협주곡 할까 아니면 컨템퍼러리 곡 연주할까 하면서 외출을 했는데 한 곡도 들을 수 없었어. 2층 그린 필드 홀 앞에서 7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노인 몇 명이 마스터 클래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한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마스터 클래스 강의를 할 거라 해서 줄리아드 학교에서 소프라노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맨해튼 음대에 갔는데 얼마나 허망하던지. 슬픔을 가득 안고 학교를 빠져나와 콜롬비아 대학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바나드 대학교 앞을 지나니 오래전 만났던 폴란드계 유대인 강사가 생각이 났다. 바나드 대학원 졸업 후 브루클린 어느 병원에서 일하다 의사 남편을 만나 결혼했는데 자녀를 4명이나 출산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변해버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삶이 너무너무 힘들다고 하던데 요즘 잘 지내신가 모르겠다. 남편 친구들은 모두 의사라 잘 사는데 남편만 그런다고 삶이 어찌 뜻대로 되냐고 한숨을 짓더라. 나의 슬픔을 잠시 달래려고 운명을 만난 유대인 강사가 떠올랐을까. 지하철역에서 1호선을 타고 링컨 센터 역에 내려 얼른 줄리아드 학교로 달려갔다. 오후 4시 소프라노 공연이 아직 끝나지 않아 조금 볼 수 있었다. 미리 알았다면 맨해튼 음대에 가자 않았을 텐데 내가 어찌 알 수 있겠어. 소프라노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래오래 전 뉴질랜드에서 봤던 아름다운 호수가 생각났다. 호수의 빛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뉴질랜드에서 처음 깨달았지. 한국에서는 보컬 공연을 볼 기회가 거의 없으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는데 뉴욕에 와서 자주자주 공연을 보니 보컬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고 오페라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저녁 6시 같은 장소에서 줄리아드 학생 공연이 예정. 오래전 미리 표를 받아두었는데 화장실에서 자주 만나는 70대 할머니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날 보자마자 왜 어제 맨해튼 음대 공연에 안 왔냐고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셨다. 어제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연을 보았고 저녁 7시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서 쇼스타코비치 이벤트 예약을 했고 저녁 7시 반 맨해튼 음대에서 교수 공연이 열린 줄 알았으나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가야금 연주가 열릴 예정이라 고민 고민하다가 평소 볼 수 없는 가야금 연주를 보러 갔는데 어제 맨해튼 음대 공연은 너무 좋았다고 하셔 조금 아쉬웠다. 몸이 10개라면 전부 볼 텐데. 오늘 저녁 6시 첼로 소나타와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를 들려주었고 아들 친구도 무대에서 연주를 하고 너무 좋았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밤늦은 시각. 이렇게 1월을 보내고 말았구나.


201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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