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의 괴리

by 김지수

피가 끓는 젊을 적 꿈을 꾼다. 이상은 드높고 꿈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간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꿈을 갖는다. 멋진 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고 멋진 드레스를 입고 쇼핑을 하고 최고로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삶.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살고픈 삶이 현실과 아주 동떨어져 있을 때가 많다. 그래도 혼자 삶은 견딜만할 수도 있다.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기에. 결혼은 두 사람이 맞고 서로 노력하면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지옥에서 산책하는 것과 비슷하다. 친한 친구가 우울증에 빠져 찾아온다면 왜 그리 살아. 자주 공연 보고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고 그러지. 말이 쉽지. 이게 쉽단 말인지.

여자의 경우 결혼을 하면 임신을 할 수 있고 임신을 하게 되면 예전과 상황이 달라진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면 더 힘들어진다. 9개월 10개월 만삭이 되면 머리 감기도 힘들고 움직이는 게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주위에서 그래도 아이가 배속에 있을 때가 더 편해,라고 하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출산 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녀를 출산하게 되면 정말 복잡해진다. 끝도 없는 돌봄이 필요한 육아 시절. 그런데 비단 육아 시절만 그런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교육 과정이 엄마 시절과 달라진 것을 깨닫게 된다. 자녀 교육 뒷바라지도 쉽지 않다.

엄마가 직장 생활하면 더 힘들고 대학 시절 생각하던 대로 결혼을 하면 영화도 보고 미술관에도 가고 공연도 보러 가야지 하는데 그런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인 경우도 많다. 명문 대학을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해도 출산 후 자녀 양육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한 여자의 경우도 있고 남편의 협조가 없으면 결혼 후 여행 가기도 힘들다. 실제 가까이서 이런 경우도 봤다. 큰애가 중학생이 되었는데 신혼여행 말고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다. 국내 여행도 하지 않는다. 감히 동창들은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그 명문 대학 졸업했는데. 그렇게 결혼 후 삶은 많이 달라진다. 남편과 자주 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가정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성격이 서로 맞지 않을 경우 매일매일 서로 보는 것만으로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결혼은 현실이니 더더욱 복잡하다. 혼자 직장에서 번 돈으로 영화도 보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결혼 후는 많이 다르고 나의 경우도 두 자녀 육아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지냈지만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영화뿐이니. 공연과 전시회 보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 그런다고 친정과 시댁에 공연과 전시회 보러 가니 얘 좀 부탁해요, 라 말할 수도 없었다. 모임에 가도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가서 눈치를 보곤 했다. 물론 모임도 자주 가지도 않았다.

맨해튼에서 거의 매일 내가 원하면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 두 자녀 어릴 적 꿈도 못 꾸고 지옥 같은 현실이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협조를 받아 함께 아이를 양육하고 뭐든 분담하면 좋을 듯 하나 난 두 자녀 아버지 그림자 보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게 좋아하는 공연을 한 번도 볼 수 없는 삶을 생각조차 못했다. 처음으로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언론사에 근무한 여동생이 준 정경화 티켓으로 본 바이올린 공연. 그때 두 자녀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고 그 후 두 자녀가 특별 레슨을 받으면서 특별한 경우 바이올린 공연을 보러 가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혼은 서로 맞지 않으면 말 그대로 무덤일 수 있다. 반대로 결혼 후 해외여행도 자주 가고 문화생활하는 그런 가정도 있으나 소수에 해당되고 복 많은 분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결혼을 하면 자신을 위한 삶을 만들어 가고 싶으나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 양육과 뒷바라지와 시댁 등에 대한 의무가 많아져 스스로를 위한 시간조차 만들기 어렵다. 삶은 경험을 하면서 배우니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청춘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으나 현실은 달콤하지 않다.

물론 예외도 있을 거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존중하고 살아간다면. 항상 예외는 있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특수 층은 결혼 후 귀족 같은 삶을 누린 자도 있다. 모두가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 뭔지 모르고 결혼을 했고 나의 결혼 생활은 지옥에서 산책하는 나날이었다. 끝도 없는 뒷바라지와 두 자녀 특수 교육을 마치니 난 하얀 머리카락 가득하더라. 두 자녀 대학을 졸업하니 이제 비로소 자유 시간을 가져보다 사방은 나의 한계로 가득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그날그날 살아갈 뿐이지. 대학 시절 꿈꾸던 살을 이제 비로소 펼쳐보나 태어나지 않은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태어난 나라에서 생존하기도 벅차면 다른 나라에 이민 가서 정착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난 두 자녀 어릴 적 멋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였다. 요즘 젊은 층은 내 세대와 많이 다름을 느낀다. 아예 자녀를 출산하지도 않은 부부도 있고 나의 세대와 세상이 많이 달라져가고 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낯선 땅 뉴욕에 와서 새로이 시작하는 삶도 지난 삶이 무에서 시작해 일구었으니 조금 가능한 일이었는지 몰라. 단 한 번도 내 삶을 누구에게 의지해 본 적이 없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 힘들 때도 지칠 때도 고단할 때도 위로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 마음이 울적하면 산책을 하고 집에서 음악을 들었다. 때가 되면 하늘나라에 도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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