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북 카페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토요일을 보내고

by 김지수

하늘은 회색빛 하늘 새들은 어디로 갔는지 노래를 들려주지 않고 하늘에서 비행기 나는 소리만 들려오는 일요일 아침. 어제처럼 춥기만 하다. 당장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도 해야 하고. 냉장고는 텅텅 비어가니 어젯밤 맨해튼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한인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 김치, 양파, 아이다호 감자, 파, 상추, 설탕, 두부, 삼겹살과 연어 등을 구입해도 2008년 위기 전보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엄청 나왔다.

오래전 대학원에서 공부할 적 그 힘든 노인학 수업 리포트 끝내고 땡스기빙 데이 플로리다에 여행을 갔다.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니 신문에 2008 년 경제 위기에 대해 적혀 있어서 얼마나 놀랐던지. 그 후 살기 정말 어려워졌다. 너무너무 힘든 노인학 수업. 아 죽을 것처럼 힘든 수업.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 하신 유대인 여자 교수님. 학생들에게 너무너무 많은 공부 분량을 줘서 매일 죽음의 바다를 헤맸지. 잠시 휴식을 하고 싶어 비행기 타고 플로리다에 다녀왔는데 세상이 변해버렸어.

2008년 경제 위기 전 물가는 지금 보다 더 낮아서 한인 마트에 가도 마음이 그리 무겁지 않았으나 요즘은 그때와 너무 다르고 계속 올라가는 물가. 어디 가 끝인지 보이지 않아서 문제다. 김치 한 봉지에 과거 7불 정도였는데 지금은 22불 정도. 너무나 많이 올랐어. 김치를 안 먹고 살 수도 없고. 아이다호 감자 1 봉지에 약 2.5불 정도. 아이다호 감자 가격이라면 장 보는 것도 겁이 나지 않을 텐데.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오며 이야기를 나누니 30년 전에 뉴욕에 와서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한국에서 좋은 직장 구하지 못하니 뉴욕에 남게 되었다고 하고 점점 더 좋아질 거라 했지만 좋아지기는커녕 변함이 없고 물가는 오르고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뉴욕에 와서 산다고 하고. 플러싱 지하철역 부근이 과거 한인 상가였으나 지금은 중국인으로 주인이 변했다. 어려운 보통 사람들의 삶은 지구촌 어디나 마찬가지다. 뉴욕처럼 홈리스 많은 곳은 세상에서 처음 봤다. 거리거리에 쏟아지는 홈리스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파리로 오는 게 아니라 죽기 위해서 파리로 오는 것 같다고 적힌 릴케의 "말테의 수기"도 생각나게 하고.

어제도 너무 추워 줄리아드 학교가 그리웠다. 토요일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볼 수 있으니 따뜻한 난방이 되는 곳에서 아름다운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며 휴식을 해도 좋을 공간.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는 중 마음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북 카페에 갔다. 추운 겨울날이라 서점 밖 의자에 앉아 있는 분이 없어 서점이 닫혔나 의문이 들었는데 서점은 평상시처럼 오픈. 빈 테이블을 찾아 자리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화장실에 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따뜻하고 좋아했는데 화장실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잠시 멍해졌다. 극과 극을 보여준 화장실. 나 보고 어쩌란 말이지. 다시 기다려 물이 흐르길 빌었다. 화장실 보고 간절히 기도한 것도 특별한 일이었다. 얼마 후 말썽 많은 화장실이 착해졌다. 화장실을 나와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고 사람 목소리 볼륨도 다 다른지 너무 높아 듣기 어려운 사람 목소리에 잠시 머리가 멍멍해지고 어린아이들은 엄마랑 함께 서점에 와서 신나게 놀고 내 앞에는 백발 할아버지가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면서 전화를 하는데 북 카페에서 의사를 만난 것은 어제가 처음. 난 퇴직한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전화를 하며 '나 의사예요."라고 하는 것을 들으니 의사구나 짐작을 했다. 긴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은 백발노인이 의사라고 짐작할 수 있겠어. 이 약은 좋으나 부작용이 있어요 등등 뭐라 뭐라 하면서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더라.

셰익스피어 만나 글쓰기 수업 들으려 했는데 의사도 보고 집중이 안 되니 서점을 나와 오랜만에 구겐하임 뮤지엄에 갔다. 토요일 저녁 5시 45분부터 기부금 입장이고 언제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미술관. 건축물이 너무 예뻐 더 사랑을 받은 걸까. 너무너무 추운 날 밖에서 기다리는 게 상당히 힘들지만 참고 기다렸다. 아름다운 석양이 질 무렵이라 센트럴파크 석양을 보다 석양이 지니 잠시 후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있는 럭셔리 아파트 빌딩에 불빛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니 정말 예뻤다. 약간 어두운 빛이 도는 블루빛 하늘에서 멀리서 아파트 불빛이 비쳐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 나 혼자 즐겁게 감상하고 석양이 사라지니 이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빛이 비치고 점점 어두워지니 불빛이 강하게 비추고 난 불빛을 보며 놀다 앞에 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말도 듣게 되었다.

말투가 한국 경상도 어투. 뉴욕에 여행 온 가족인 듯 짐작하고 지난주 목요일 뉴욕에 왔는데 놀랍게 어제 종일 1인 1불 내고 세 곳 뮤지엄에 방문했다고 하고. 가방에서 10센트 내봐, 기부금이니 10센트만 주고 들어가자, 미술관 보고 스벅 갈까 사봉 갈까, 호텔에 먼저 갈까. 스벅과 사봉에 가서 선물 사야 한다고. 뉴욕에서 머문 동안 200불어치 선물을 구입했다고. 생활이 어려운 분을 위해 만든 기부금 뉴욕 미술관 제도. 기부금이라 해도 10센트 주는 것은 어제 처음 봤다. 암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3월부터 관광객에게 25불을 받겠다고 정책을 변경했고. 지난 연말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메트와 모마에 가서 전시회도 볼 수 없었다.

난 미리 전시회 스케줄 보고 방문했어야 했는데 게으름 탓인지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내가 보고자 하는 중국 전시회는 막이 내린 후였다. 뭐든 시기가 있는데 시기를 놓쳐버렸어. 추운 겨울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쉽지 않아서 자꾸 미루다 결국 놓쳐버린 전시회 아쉽기만 하다. 전에도 본 낯선 조각가 전시회도 다시 보고 야스퍼 존스가 멕시코에 간 특별전도 다시 보고 피카소, 드가, 마네, 칸딘스키 등의 작품을 잠시 보고 나왔다. 피카소의 '다림질하는 여인' 작품은 청색 시대에 속하고 위대한 아티스트로 볼리 운 피카소도 파리에서 초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하고 칸딘스키 블루마운틴 작품 보며 과거 호주에 여행 갔던 기억도 나고 하필 블루마운틴에 불이 나버렸지. 칸딘스키 작품은 블루마운틴에 단풍이 들어서 가을 느낌이 진하게 들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블루마운틴이 느껴지지 않을지 몰라.

어제 실은 구겐하임 뮤지엄이 아니라 브루클린 뮤지엄에 갔어야 했는데 왜 난 구겐하임에 갔는지.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오후 5-밤 11시 사이 무료입장하는 미술관. 무료입장 시간이 좋은 것은 특별한 이벤트가 많이 열려서. 어제도 공연, 시 낭송, 댄스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는데 난 분명 브루클린에 갔어야 했는데 볼 수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춥지 않았으면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에 갔을 텐데 너무 추워 마음이 변해 집으로 돌아와 버렸어.


어제 토요일 음악이 흐르는 북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책을 읽고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하철 타고 플러싱에 도착 다시 버스 타고 장 보러 가고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식사하고 설거지하고 장 본 물건 정리하고 스케줄 만들려고 인터넷에서 서치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누가 내가 원하는 스케줄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누가 만들어 주겠어.

빨리 세탁하러 가야겠다. 일상도 언제나 바쁘지.

2018. 2. 4
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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