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월요일 아침

by 김지수

어둠 속에서 해가 나왔다. 환한 빛이 비친다. 보스턴에서 지내는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딸에게 보낸 편지가 지난주에 도착했으나 엄마에게 연락할 시간도 없어서 늦게 소식 전한다고. 일도 하고 공부도 하니 정말 미칠 지경으로 힘든 나날. 무에서 시작해 스스로 힘으로 이룬다는 게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 이민자들은 불가능한 꿈에 도전을 하고 대가는 죽음 같다. 주중 50시간 이상 일을 하고 밤새 공부를 하고 수업을 듣고 1초가 황금 같다. 하버드 대학 연구소 교수님은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집안은 대대손손 부자고 맨해튼에 할아버지 아파트가 있어서 한 달 200불 정도만 주고 사용할 수 있다고. 우리 가정과 얼마나 극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 태어나니 언어가 다르고 부잣집에서 자란 것과 아무것도 갖지 않은 집에서 자란 것 차이를 얼마나 큰지 갖지 않은 자는 잘 알 것이다.

일요일 종일 하늘이 흐렸다. 그래도 무사히 세탁을 마쳐 행복했다. 은행에 갈 시간도 없어서 집에 있는 25센트 동전이 몇 개 있는지 세어보고 빨래 가방에 세탁물을 담았다. 속옷과 외출복과 수건과 이불을 세탁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김치찌개와 연어구이로 식사를 하고 고구마를 삶아 먹으며 느긋한 오후를 보내다 집 근처 호수에 가서 산책을 했다. 비가 내려 아들과 난 비를 맞고 호수를 몇 바퀴 돌다 집으로 오고 호수에 우리를 마중 나온 기러기 떼와 인사를 나눴다. 얼어붙은 호수가 서서히 녹고 있었고 비가 내리니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러 온 자도 있고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온 산책자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졌다. 비에 흠뻑 젖었다. 마음도 비에 젖었을까. 하늘에서 슬픔이 뚝뚝 떨어진 것일까. 세상의 슬픔이 모두 떨어졌다면 좋을 텐데. 겨울비 소리는 아름다웠다. 창가에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는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일요일 오후 2시 맨해튼 콜롬비아 대학 근처 교회에서 바흐 음악 공연이 열리는데 난 집에서 보내고 말았다. 니콜라스 료리히 뮤지엄 공연도 좋은데 마음만 보내고 집에서 지냈다. 말할 것도 없이 메트 뮤지엄도 방문객이 많았을 테고.

월요일 어둠 속에서 해가 나오더니 점점 밝아진다. 해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햇살이 오래오래 머물러 주길. 커피를 마시며 힘을 내자. 월요일 좋은 일 가득하면 좋겠구나.

2월 특별한 달이다.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모든 요일이 4번씩 있다. 첫 번째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보내고 말았어. 오늘은 첫 번째 월요일. 2월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많은 곳에서 이메일을 보내온다. 미처 읽을 시간도 없지.


2018. 2. 5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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