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화요일-줄리어드 학교 & Music Mondays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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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가고 오늘이 찾아와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눈부신 햇살이 비추나 거실은 춥기만 하다. 실내 온도는 1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니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오늘은 너무 춥다. 눈부신 햇살이 좋은 소식을 가져오면 좋겠구나.

한국은 설이 다가오고 평창 올림픽도 궁금하다.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만난 할머니는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보려고 티브이를 켰는데 하필 작동을 하지 않아 볼 수 없어서 새로운 티브이를 구입했는데 너무 복잡해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들이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가끔 카네기 홀에서 연주한다고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런티어를 하고 오페라도 사랑하는 할머니.

어제 오전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을 했다. 많은 세대수가 사는 곳에 단 몇 대의 오래되고 작은 세탁기가 놓여 있으니 늘 마음이 복잡하고 미리 은행에 가서 동전도 교환해야 하고 다행히 아들과 내가 도착한 시각에 아무도 없어서 4대의 작은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슈퍼가 청소를 했는지 주변이 깨끗해 좋았다. 물세탁이 되는 동안 집에 돌아와 브런치 준비를 하고 다시 지하에 내려가 건조기에 옮긴 후 집에 돌아와 식사를 했다. 미트볼 스파게티를 만들려고 준비하는데 달걀도 안 보여 놀랐지만 나중 찾아서 다행이었다. 2시간 정도면 세탁이 되고 세탁물을 가져왔는데 완전히 건조가 되지 않아 거실에 그대로 두고 난방이 나오는 하얀 라디에이터에 스카프를 올려두었으나 난방이 멈춰버려 얇은 스카프도 잘 마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늦은 오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맨해튼에 갔다. 지하철 안에서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고 멀리 브루클린 다리도 보여 달려가고 싶은 마음 가득했고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가 지난주 막을 내렸는데 내게 식사가 어떠했는지 묻는 이메일을 보내오고 훌륭한 셰프들이 준비한 음식이 좋지, 돈이 없어서 자주 먹을 수 없지. 내일은 밸런타인데이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분도 많을 거고 식사비는 평소보다 훨씬 더 비싸고. 맨해튼에서 데이트하려면 약 130불 이상이 든다고 하고. 두 사람 식사비용이 약 100불 영화가 약 30불. 그런데 밸런타인데이처럼 특별한 경우 식사비가 훨씬 더 비싸고 1인에 약 200불 가까이 하나. 이미 명성 높은 레스토랑은 예약이 다 차서 지금 예약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날씨가 추워 평소와 달리 퀸즈보로 플라자 역에서 내리지 않고 타임스퀘어 역에 가서 1호선에 환승해 링컨 센터 지하철역에 내렸다. 지옥철 안에서 몹시 불편했지만 가까스로 저녁 6시경 줄리아드 학교에 도착 바로크 더블베이스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모세 홀에서 열리는 석사 과정 졸업 리사이틀 공연을 보기 위해 꽤 많은 청중들이 도착해 기다리고 아는 얼굴도 보였다. 바로크 음악은 평소 들을 기회가 많지 않고 아름다운 더블 베이스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하프시코드 등 여러 악기와 함께 연주를 했다.

저녁 7시 반 다른 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려고 모세 홀에서 나와 1호선 지하철을 타고 96th st. 지하철역에 내려 몇 블록 걸어서 교회에 도착했다. 가끔 특별 공연을 여는 교회 어제 Music Mondays 공연이 열려 방문했고 이미 교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정말 좋은 공연을 하는 교회에 오랜만에 방문해 연주회를 감상했다. 맨해튼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 수준이 아주 높고 어제 공연도 카네기 홀 공연만큼이나 좋았다. 교회 수위가 낯선 내게 교회 장식이 티파니라고 하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한국이라 하자 '아줌마'라고 하니 얼마나 놀랐던지. 너무 많이 늙어버렸나 보다. 세월을 비켜갈 수 없을 정도로. 화장기 없는 주름살 많은 얼굴이 아줌마를 떠올리게 했나 보다. 가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 맨해튼에서 아줌마란 표현을 처음 들었다. 그 흑인 수위는 오래전 한국 델리 가게에서 일을 했다고 하면서 그래서 한국어를 조금 배워서 아줌마란 단어를 알고 있다고. 교회를 떠나는 내게 다시 일요일에 찾아오라고 하면서 합창도 정말 좋다고 했다.

휴식 시간 누가 왔나 보니 전에 카네기 홀에서 만난 중년 남자도 보이고 링컨 센터에서 내게 춤을 추자고 한 남자도 보였다. 공연이 정말 좋아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 오신 듯. 춤을 추자고 한 분은 멋진 여자랑 얘기를 나누고 있고 그날 왜 내게 춤을 추자고 했을까. 화장기 없는 주름살 가득한데. 낯선 수위가 아줌마라고 부를 정도인데.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난 남자는 스타이브센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자랑을 하시는 분. 명성 높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평생 자부심을 갖게 하나 봐.

지하철역에서 1호선에 탑승했는데 정말 괴상한 차임의 남자가 날 바라보니 너무 무서웠다. 하필 지하철 칸에는 소수 몇 사람만 보이고 날 보고 어쩌란 말인지. 그래도 다행인 게 잠시 후 더 많은 승객이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자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교회에 공연을 보러 가는 동안도 홈리스를 만났는데 아주 가까이 와서 도와 달라고 하니 마음이 무겁고 무서움도 들었다. 잠시 후 홈리스가 타서 도와 달라고 구걸을 하고 점점 홈리스 숫자는 많아져 가는가.

타임 스퀘어 역에 내려 익스프레스 7호선을 기다렸으나 계속 로컬만 와서 그냥 탑승했는데 우드사이드 정거장 역 즈음 지나니 옆에서 익스프레스가 지나가고 밤에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하지 않아 몇 분 차이가 30분 내지 1시간 정도를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니 당연 마음이 무거웠다. 밤늦게 집에 도착 새벽에 잠이 들었다.

어제는 세탁을
오늘은 장을 보러 가야겠다.
10살 된 오래된 차를 팔아버려 오래오래 거리를 걸어서 장을 보러 가니 늘 마음 무겁게 하고 그래도 냉장고와 냉동고가 텅텅 비어가니 먹을거리 사러 가야 하고.

2018. 2. 13 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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