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린 겨울 아침. 보스턴에 가서 딸이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서 들은 에드 시런의 노래를 들으며 목요일 아침을 연다.
어제 밸런타인데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늦게 일어나 스케줄은 와르르 무너졌다. 할 수 없이 다시 스케줄을 만들고 밸런타인데이라 타임스퀘어에 모처럼 방문했다. 새해 이브 아들과 함께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새해 이브 볼 드롭 행사 보러 갔고 그 후로 처음이었다. 뮤지컬을 보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방문하고 대개 방문하지 않은 타임스퀘어. 현란한 네온사인의 뮤지컬 광고가 나의 눈을 사로잡고 뮤지컬 할인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곳이라 늘 관광객이 많고 어제는 밸런타인데이 연인들은 사진을 찍고 나도 연인들 사진을 담으며 행복한 연인의 표정을 가슴에 담았다. 타임스퀘어에서 이민자들에게 보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이민자들 없이 오늘날 뉴욕이 만들어졌을까. 하지만 이민자 1세가 와서 다른 나라에 정착하는 것은 고통 없이 불가능하고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는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 안에도 장미꽃 다발을 든 연인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피아노 공연이 열려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근처에 내려 근처에 있는 아트 스튜던츠 리그 2층 갤러리에 갔다. 지나가는 길이면 자주 전시회를 보는 곳. 어제는 77세 할머니 아티스트의 스케치북 프로젝트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얼마나 힘든가. 소수 아티스트를 제외하곤 생존하기 힘든 아티스트. 비단 아티스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만난 아티스트도 생각났다. 카네기 홀에서 요나스 카우프만 테너 공연이 열릴 때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가운데 한 분이 퀸즈에서 사는 아티스트 할아버지.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분이나 아티스트로 생존하기 너무 어려워 나중 가구 판매점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 내가 어느 직업이 수입이 좋았냐고 묻자 가구점이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그때 일본 출신 모자 디자이너도 만났다. 레디 가가 모자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모자를 만들 정도로 명성 높으나 그녀가 특별한 분이란 것은 아무도 몰랐고 나 역시 그녀랑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되었고 나의 전화번호를 물으며 함께 모마에 전시회 보러 가자고 했고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일본 재활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하셨고 모자 디자이너를 파슨스 학교를 졸업한 분에게 소개를 하자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디자이너가 그녀의 웹사이트를 소개하자 그제야 그녀의 작품이 보통 수준이 아닌 것을 눈치채고 그녀가 만든 모자 디자이너를 보며 이 작품은 아무나 쓸 수 없을 거 같아요 등 여러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감동이 밀려오는 할머니 작품을 보고 메종 카이저를 지나고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링컨 센터 David H. Koch Theater 박스 오피스에 가서 3월에 열리는 댄스 공연 표 2장을 구입하고 나와 줄리아드 학교에 갔다. 밸런타인데이 뉴욕 시립 발레단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하고 보고 싶으나 발레 공연은 저렴하지 않으니 자주 볼 수 없어서 자꾸 미루며 세월은 흘러가고 매년 시즌마다 보고 싶은 발레 공연을 보고 싶다는 것은 아직 꿈으로 남아 있다.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열리는 피아노 공연. 사랑하는 바흐 골덴베르그 곡을 연주해 줘서 감사함으로 들었다. 대학 시절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로 자주 들었던 아름다운 곡. 모차르트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곡도 감상했고 저녁 6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이 열렸고 피아노 공연을 감상하고 잠시 로비 소파에서 휴식을 했다. 아들에게 식사 준비하라고 연락을 하고 가방에서 크루아상을 꺼내 먹으니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 역시 컵케이크를 먹으며 함께 공연을 기다렸다. 동네 할아버지 느낌을 주는 분은 줄리아드 학생에게 작년 쇼팽과 베토벤 피아노 곡이 정말 좋았다고 하니 학생이 아주 놀란 눈치였다. 뉴요커 노인들 음악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지 놀랍기만 하다.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 폴 리사이틀 홀에서 바이올린과 첼로 소나타 공연이 열렸고 프로그램 보니 아들 친구 이름도 보였고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곡을 연주했다. 그 외 드뷔시, 쇼송과 쇼팽 곡을 연주했고 쇼팽 첼로 소나타를 한인 학생이 연주했다. 저녁 7시 링컨 센터 도서관에서 공연이 열리고 미리 예약을 했는데 잠시 고민하다 첼로 소나타를 좀 보다 도서관에 가니 늦게 도착했고 이미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밸런타인데이처럼 특별한 날 도서관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더 놀랍고 자주 만나는 영화배우처럼 멋진 외모의 프로듀서가 첼로 연주하는 것을 어제 처음 보았다. 연주단원은 연령층이 다양했고 오케스트라 단원 음색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카네기 홀에서 가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단원 공연을 보는 날 만족시켜주어서 놀라웠고 지휘자는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분이라고. 피바디 음악원에서 사촌 여동생이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갔고 예원에서 공부하고 서울대 피아노과 졸업 후 미국에 유학 와서 석사 학위 받은 후 한국에 돌아갔다. 피바디 음악원 하면 난 사촌 여동생을 떠올리게 된다. 피디가 밸런타인데이에 연주를 해줘 고맙다고 모두에게 초콜릿을 나눠주어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주었다. 뉴욕에 와서 알게 된 말러 음악. 한국에서 난 말러 곡을 듣지 않았다. 오래전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만난 유대인 의사가 말러 곡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도 난 말러 곡을 듣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했는데 늦게 말러 곡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 하프 소리도 정말 아름다워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맨해튼에 가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고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 자주 있다. 물론 가슴 아프게 하는 홈리스도 많다. 어제도 타임 스퀘어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종이로 만든 집에서 자는 홈리스 커플을 보았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 하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하트 모양 찾기 프로젝트를 하고 플러싱에서 맨해튼까지 내가 가는 곳마다 어디에 하트가 숨겨져 있나 찾기 놀이를 하니 하루가 더 즐겁기만 했다. 카네기 홀 지하철역에는 붉은색 장미꽃 다발이 놓여 있어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일까 궁금했다.
목요일 줄리아드 학교에서 플루트 대회가 열리고 맨해튼 음대에서 피아노 대회가 열린다.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 심장은 마라톤 선수처럼 빨리 뛰고 있겠구나.
2018.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