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하늘은 흐리고 마음은 복잡하고 여기저기 흩어진다. 간단한 일을 괜히 복잡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하기 위해 생각과 생각을 하게 되고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갈등을 한다. 세상은 완벽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그다지 다정하지도 않고 사납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이렇듯 수만 가지 색채가 있는 세상에 살며 난 아직도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겨울비가 내린 어제저녁 무렵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첼시에 갔다. 한 달 전 미리 예약해 둔 공연을 보기 위해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지 못한 곳도 아주 많고 카네기 홀에서 많은 공연을 본 후로 그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 가까운 시각이 되고 아무래도 에너지는 낮아지고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고. 첼시 호텔 부근에 있는 The Cell에서 열린 플루트와 하프와 첼로 앙상블이었다. 평소 기회가 드문 공연이라 예약을 했고 맨해튼 음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학위를 한 하프 연주자와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첼리스트가 함께 연주를 했고 100여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소극장. 와인과 맥주와 위스키를 주문해 마시면서 일요일 저녁을 느긋하게 보내는 뉴요커들을 볼 수 있었다. 하프와 첼로와 플루트를 위한 곡이 많이 없어서 편곡을 했다고 하고 드뷔시의 아름다운 곡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름다운 조명이 비치니 무대는 더 빛나고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갈지 말지 고민하다 외출했는데 일요일 밤 맨해튼의 분위기에 젖었다. 공연이 막을 내리자 서둘러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경 늦은 밤이 되었고 일요일 지하철 노선은 변경되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도 해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크레디트 카드값도 갚아야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고 신용 카드 내역서에 지난달 사용한 내용이 적혀있고 메트로 카드와 식품값과 카네기 홀과 북 카페에서 사용한 내역서 등이 보인다. 할러데이 시즌 보스턴에서 뉴욕에 온 딸과 함께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봤는데 내역서 보니 그때 추억도 떠오른다. 매일매일 공부하고 일하느라 삶이 삶이 아닌 듯 힘들게 지내는 딸을 보면 마음이 무겁고 외국 생활이 결코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고 갖지 않은 자에게 죽음 같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나의 관문을 여는 미국. 유학과 이민이 뭔지 모르고 뉴욕에 와서 지내지만 고국과 다른 삶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반대로 문화적인 면에서는 한국과 달라서 좋은 점도 있는 것은 분명 하나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맨해튼에서 직장 생활해도 매일 일만 하는 사람도 있고 공연과 전시회를 자주 본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다른 삶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 삶도 많이 다르다. 학구적이고 보수적인 보스턴은 뉴욕보다 더 조용하고 좋은 면도 있으나 문화적인 면에서는 난 뉴욕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은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시험이 끝나면 딸은 뉴욕에 와서 공연과 전시회를 보고 싶다고 하고.
2018. 2. 12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