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나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by 김지수

하늘은 흐리다 지쳐지고 말았다. 석양을 바라보며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달려가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리톤 공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나의 변덕은 날 집에 묶어 두고 말았다. 콜롬비아 대학 밀러 시어터에서 무료 공연이 열리는 날. 항상 기회가 온 것도 아닌데 달력에 붉은색으로 표시해두었는데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의 마음이 날 집에 가두었다. 핫 커피를 마시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새들은 어디로 갔는지 노래도 들려주지 않아. 어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적 겨울나무 가지 위에서 재롱을 부리던 청설모는 어디서 무얼 할까. 재주도 좋아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다니고 나도 청설모처럼 이리저리 날면 좋겠구나.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고 나서 아들과 함께 터벅터벅 걸어서 찾아간 칼리지 포인트 BJ's에 도착하니 하얀 갈매기떼 하늘을 날고 오래전 당스 기빙 데이 휴가를 맞아 롱아일랜드 몬탁에 찾아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마을. 모두 어디론가 떠나고 갈매기가 바닷가를 지키고 있었다. 휴양지로 명성 높은 몬탁. 낚시를 하기 위해 찾아가고 석양과 일출을 보기 찾아가는 뉴욕 명소. 기차를 타고 몬탁으로 달려갔다. 롱아일랜드 제리코에 살던 무렵이라 힉스빌 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몬탁에 가는 기차가 자주 없으니 할 수 없이 거꾸로 맨해튼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자메이카 역에 내려 몬탁에 가는 기차를 타고 오래오래 달렸다. 놀랍게 우리 가족을 기다린 것은 푸른 바다와 하얀 갈매기떼. 땡스기빙 데이 휴가가 레스토랑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어렵게 식사할 곳을 찾아 두 자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언제 다시 찾아가 봐야지 하다 아직 그 후로 가지 않은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바닷가 마을이 아닌 칼리지 포인트에 갈매기떼 나는 게 신기하고 아들은 혹시 배설물 폭죽을 맞을까 염려하고 난 바닷가 생각나게 하는 갈매기떼를 만나니 반가웠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마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데 삶은 날 이리저리 흔들고 나도 장단을 맞춘다. 이리저리 흔들리려무나. 흔들리다 어딘가에 멈추겠지.

내일이 밸런타인데이라 장미꽃부터 내 눈에 보였다. 장 보러 가서 장미꽃 향기를 맡고 나비 대신 내가 향기를 맡고 삶이 감미로운 장밋빛 향기로 가득하면 좋겠구나. 아들은 수레를 밀고 난 싱싱한 고기인지 확인을 하고 수레에 담았다. 구입하고 싶은 갈비는 안 보여 섭섭한 마음도 드나 오후 3시가 지나 구입할 수 있다니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 적당히 포기하고 구입하고 얼른 집에 가서 쉬는 게 더 낫겠다 싶어 필요한 물건을 수레에 담았다. 생수와 아보카도와 샐러드용 채소와 크루아상 빵을 구입해 계산을 하고 택시를 불러 집에 돌아왔다. 우주선처럼 빠르게 달리는 한인 택시 기사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잘못하다간 하늘나라에 도착할 거 같아 불안불안. 손 하나 움직이면 지구가 폭발할 듯이 서비스가 엉망이나 평소처럼 팁을 주고 집에 돌아왔다.

첼로와 바이올린과 피아노 삼중주 음악을 들으며 장 본 물건을 정리하고 육고기는 먹기 편하게 2인분으로 나눠 냉동고에 담아두고 샤워를 하고 맨해튼에 가려다 집에 눌러앉은 겨울날 오후. 왜 변덕이 생겼을까. 마음은 이리저리 그네처럼 흔들리고.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는데 오페라를 사랑하는 난 매일매일 보고 싶으나 카네기 홀과 사랑에 빠진 후 오페라와 점점 멀어지고 있어 좀 슬프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서도 공연 프로그램을 보내오고 뉴욕은 공연 예술 천국이라 볼 게 너무 많지.

화요일 장을 보고 변덕스러운 나의 마음을 알아버린 게 전부나 보다. 내 마음에 두 가지 색채가 있어. 하나는 빨간색 다른 하나는 블루빛.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심장이 할 일. 초마다 빨간색 블루빛으로 변하고. 이런 일도 흔하지 않은데 오늘 많이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게 마음을 냉동고에 차갑게 보관할까. 연인도 없으니 변해도 걱정할 일도 없으니 괜찮을까. 연인의 마음이 변하면 가슴 아프지. 내일은 밸런타인데이. 연인들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겠구나. 눈부신 미래를 위해 결혼을 하는 커플도 많을 테고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도 밸런타인데이 결혼식을 치르고 평생 기억에 남을 웨딩을 할 연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이여, 영원하렴.



2018. 2. 13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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