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장 조지 레스토랑

by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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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 4시가 막 지나고 캄캄해서 전등을 켰다. 일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 들고 고등어조림을 만들어 브런치를 먹고 맨해튼에 가려다 포기하고 집에서 잠시 휴식 중. 맨해튼 월가에서 특별 공연이 열리니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은 달려가고 일요일 오후 5시 세인트존 더 디바인 성당에서 오르간 공연이 열리니 정말 듣고 싶었으나 집에서 성당 가는데 2시간 정도 소요. 맨해튼에 살고 집에서 식사 준비 안 하고 항상 사 먹는 경우라면 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을 텐데 맨해튼에 살지 않으니 결코 가볍지 않다.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더 많은 공연을 볼 수도 있었고 미리 스케줄 만드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맨해튼 음대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를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기만 하고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 학생 공연도 볼만한데 요즘 거의 가지 않는다. 카네기 홀에서 지난 1주일 네 차례 공연을 보고 밤늦게 아니 거의 자정 무렵에 도착하니 피곤이 누적되어가고 전과 달리 많은 공연을 보지 않고 지내고 있으나 많은 시간을 맨해튼에서 보내는 것은 역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아들 친구 졸업 리사이틀을 보며 꿈을 이뤘다고 하니 나도 옆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누구나 다 꿈을 꿀 수 있으나 소수만이 꿈을 이루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졸업하느라 어릴 적부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카네기 홀에서 4차례 공연을 보다니 나도 놀랍기만 하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는 것도 음악을 사랑하지 않으면 힘들고 밤늦게 거의 자정 무렵에 집에 돌아오니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래전 유학 초기 아들 바이올린 교수님 알버트 마코브의 아드님 알렉산더 마코브의 연주가 카네기 홀에서 열렸으나 그때 우리 가족에게 카네기 홀은 너무나 멀리 있었고 뉴욕시가 아닌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니 더더욱 멀기만 했고 기차를 타고 맨해튼에 와서 다시 지하철을 타야 하니 맨해튼 지리가 낯선 내게 맨해튼은 머나먼 나라라서 당시 교수님 아드님 연주를 보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카네기 홀에서 그 공연을 봤을 텐데 그때 난 석사 과정 공부 중이라 더 힘들기만 했고 매일 죽음 같은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차츰 뉴욕 생활에 적응하고 맨해튼 문화 이벤트를 찾아서 순례를 하니 이제 맨해튼은 아주 낯설지는 않다. 뉴욕에 와서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많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을 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

카네기 홀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타이완에서 유학 온 콜롬비아 대학원생도 만나고 러시아에서 이민 온 할머니도 만나고 시카고에서 온 성악 레슨 하는 사람도 만나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열정적인 음악팬 아저씨도 만나고 중국인 시니어도 만났다. 중국인은 부부끼리 카네기 홀에 와서 자주 공연을 보고 나를 보자 데이비드 가렛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 들었냐고 확인하셨다. 줄리아드 학교에서 이작 펄만에게 사사를 했던 데이비드. 유튜브에서 보니 바이올린 연주를 잘 한다. 카네기 홀에서 그의 공연이 열리면 보고 싶다. 시카고에서 온 성악을 레슨 한 분도 만나 시카고에 대해 들으니 정말 위험한 도시라고. 바람의 도시로 유명한 시카고는 뉴욕보다 더 춥다고 매일매일 특별한 일이 생긴 도시라고.

지난 화요일 세계적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공연을 보고 지난 수요일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공연을 보고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아들과 함께 카네기 홀에서 감상했다. 다닐 트뤼포노프 피아노 연주도 정말 좋았던 바리톤 공연. 조슈아 벨 공연은 난 처음 보고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 날 만족시켰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어 오래오래 천천히 연습했을 거라 짐작을 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공연을 처음 보고 정말 반해버렸다. 명성 높은 줄만 알고 있었으나 라이브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으나 역시 대가는 다름을 확인했다. 1941년생 지휘자는 어찌 그렇게 건강한지 놀랍기만 하고 이탈리아어, 불어, 독일어, 영어 등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지휘자라고 하고 뉴욕 필하모닉에서 초대했으나 거절을 했다고 자주 만난 중국인 시니어가 내게 알려주었다. 미국 탑 오케스트라에 속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2번이나 봤으니 좋고 약간 망설이다 표를 구입했지만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지난주 금요일 막을 내렸고 지난주 월요일과 화요일 우리가 사랑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아들과 내가 사랑하는 누가틴 앳 장 조지는 콜럼버스 서클에 있고 역시 좋았다. 레스토랑 위크라 찾아온 손님이 많은 듯 짐작했고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요리는 아주 좋아 만족스러웠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 시작한 첫날 장 조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려고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했는데 아들이 그날 무슨 일이 생겨 할 수 없이 취소하고 다시 스케줄 잡느라 고생을 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뉴욕. 링컨 스퀘어에 있는 아틀란틱 그릴 레스토랑은 외부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실내 장식도 그리 멋지지 않으나 음식이 좋아서 예약한 곳이다. 웨이터가 얼마나 친절하던지 아들은 더 많은 팁을 주고 싶다고 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팁을 주고 나왔다. 그런데 식사 후 내 지갑과 메트로 카드와 책이 담긴 가방을 두고 나와 지하철역에 도착해 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고 레스토랑에 찾아가 가방을 찾았다. 가슴이 콩알만 해졌어.

지난주 목요일은 집에서 쉬고 싶어 브런치 먹고 느긋한 오후를 보내다 집 근처 호수에 산책하려 가려는 순간 경찰에게 전화를 받고 경차서에 다녀왔고 어찌 우체부가 남의 우편물을 훔쳐 가는지. 경찰은 어찌 잡았는지. 내 전화번호는 어찌 알고 등 궁금한 게 아주 많았으나 낯선 경찰에게 하나하나 묻기도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은행에 가서 다시 데빗 카드를 주문했다. 작은 일 하나로 마음만 복잡해졌다.

지난주 첼시 갤러리에 가려다 눈이 오고 비가 오니 다 포기하고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인상적이었으나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내게는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니라 난 이사를 하고 말았다. 어린 딸과 아들은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 옆에서 코를 심하게 골며 자는 사람도 있고 북 카페도 갈수록 손님이 많아져가고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다.

90대 노인 전시회가 열리는 소호 갤러리에 찾아가서 전시회를 봤으나 예전 내게 친절하던 직원이 아니라 조심스러워 얼른 갤러리를 나왔다. 아직도 놀랍다. 90대 아티스트 작품 전시회를 볼 수 있는 뉴욕. 만약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난 무얼 할 수 있을지. 뉴욕에서 태어나지 않은 내게 뉴욕은 포근한 고향의 품은 아니고 자본주의가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적인 도시라 빈부 차이가 하늘과 땅 보다 더 큰 차이가 나는 도시. 문화 예술적인 면은 아름다우나 생존하기 힘든 도시. 한국에서 지낼 적 안락함은 꿈도 꾸지 않고 지낸다. 맨해튼에 가면 집과는 비교가 안 되는 다른 세상을 보고 지내며 세월은 달리고 보스턴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딸은 너무너무 힘들게 지내고 늘 마음이 무겁다. 뉴욕에 와서 공연과 전시회도 보고 싶다고 하는데 시험도 봐야 하고 너무 바쁘게 지내니 삶이 삶이 아닌 듯.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려고 기다리다 딸로부터 연락받고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열어가니 세상은 우주만큼이나 무겁다.

지금 이 시각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가 울리고 있겠다.
세탁도 해야 하고 밀린 일도 처리하고 할 게 많은데 일요일 휴식만 하고 있구나.
한 달 전 미리 예약해 둔 저녁 8시 공연은 찾아가 봐야 할 듯.
자주자주 소식 보내서 안 가면 섭섭해할 거 같고.
내일 월요일도 저녁 공연 예약을 했고
정말 뉴욕은 공연 천국이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자정 무렵에 돌아오는 일을 4번이나 했으니.
음악을 사랑하는 힘이 대단하구나.
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은 내 삶을 만들어가고.

이번 주는 지난주 보다 더 조용하게 보내겠지.
일요일 오후 5시가 지나니 하늘은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잠시 후 맨해튼으로 출발해야 하고
시간은 빠르게 달리고 있다.



2018. 2. 11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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