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햇살이 비친다. 지상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목요일 새벽 4시까지 눈 폭풍우가 불 거라 하니 모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맨해튼에서 일하는 아들 친구들은 직장에 가지 않아도 되니 집에서 일하고 지낸다고 연락이 왔고 많은 직장과 학교는 문을 닫을 정도로 걱정을 했으나 눈은 그치고 하얀 지붕에도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고 나뭇가지 위에도 하얀 눈이 쌓여 있고 3월이나 눈이 내리니 이상한 기후다. 꽃봉오리에 또 얼마나 피해가 갔을까. 작년에도 목련 꽃과 매그놀리아 꽃 제전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슬펐는데 올해도 그럴지 모르겠다. 핫 커피 한 잔이 내게 주는 행복. 커피를 마시고 힘을 내서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세탁도 해야 하는데. 동전도 충분하지 않으니 동전에 맞춰 세탁을 하고 와야겠다.
어제 정오가 지나서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멈추고 다시 거세게 흩날리고 마치 영화 같았다. 눈이 점점 거세게 내리니 내 마음은 갑자기 흔들렸다. 갑자기 링컨 센터 메트에 가서 오페라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이상하게 꼭 그런다. 갑자기 오페라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 형편에 비싼 티켓은 무리니 패밀리 서클 좌석 아니면 러시 티켓을 구입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러시 티켓은 정오 무렵에 판다. 러시 티켓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렵고 그때그때 사정이 다른데 어제 오후 1시가 지났는데 러시 티켓이 남아 있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며 오페라 티켓을 살지 말지 고민 고민하고 내 가슴은 쿵쿵 뛰고 오페라가 막을 내린 후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야 하는데 플러싱에 도착하면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와 지하철이 걱정이 되니 오페라를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구입하지 않았다. 매일 오페라나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할 정도로 오페라가 좋기만 하다. 아름다운 아리아에 숨이 멎고 무대와 조명과 합창도 좋고 오케스트라 음악도 좋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3시간 동안 집중해서 봐야 하니 피곤도 하지만 오페라 팬들에게 뉴욕이 주는 멋진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매일매일 오페라를 볼 수 있으니.
도로에 제설 작업하는 차들이 지나간다. 아파트 슈퍼도 어젯밤 눈 치우느라 수고가 많더라. 가로등이 비치고 하얀 눈이 내리니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지.
보스턴에서 사는 딸은 너무 바빠 봄 방학을 맞았지만 토요일 아침에 와서 하룻밤만 자고 보스턴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하니 삶은 그리 어렵기만 하나. 단 한 가지도 엄마가 도움을 줄 수 없고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하니 엄마 입장에서 늘 미안하기만 하다. 뉴욕에 오면 예전에 한국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뉴욕대 로스쿨에서 공부하니 맨해튼에서 만난다고 하니 세월이 지났는데 두 자녀랑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뉴욕대에서 공부를 하니 다시 만나게 되고 인연이 뭘까.
2018. 3. 8 목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