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 크리스티 경매장, 링컨 센터 도서관 , 북 카페 & 카네기
어제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린 거장 이작 펄만과 핀커스 주커만 공연을 봤으니 감사할 일이다. 어제저녁 공연은 원래 마르타 아르헤리치 피아니스트랑 이작 펄만이 함께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취소한 바람에 스케줄이 변경되었다. 카네기 홀 브로슈어에는 백발의 아르헤리치 얼굴이 보인다. 내가 대학 시절 그녀 피아노 연주를 들었으니 나도 늙어가는데 그녀도 늙어가겠지.
펄만과 아르헤리치 둘은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와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할 예정이었다. 오래전 아들 바이올린 선생님으로부터 아르헤리치가 자주 공연을 취소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그녀 역시 대학 시절 자주 듣던 피아니스트에 속해서 잔뜩 기대를 했다. 그녀 연주를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 할 수 없다.
대신 정경화와 함께 공동 우승을 했던 핀커스 주커만을 봤으니 감사할 일이다. 갑자기 취소했으니 카네기 홀 공연을 취소하기도 상당히 어렵고 이미 상당히 비싼 표를 팔아버려서 그래서 주커만에게 연락해서 급히 프로그램 만들어 연주를 했으니 솔직하게 고백하면 어제 공연 프로그램은 거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올린 연주가 나이 들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이해를 해야 하나. 이작 펄만은 무대에서 우리 지금 악보 읽고 있어요, 라 했으니 이해를 좀 해달라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이작 펄만 바이올린 소리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비에니아프스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연습곡 G Minor는 들을만했고, 바르톡 춤곡은 생일잔치에 식사하며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낯선 곡도 연주했고, 두 음악가가 카네기 홀에서 40여 년 전에 연주했던 곡도 하고 얼마나 인연 깊은가 알 수 있었다.
이작 펄만은 오래전 링컨 센터에서 줄리아드 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친구가 공연표를 줘서 줄리아드 오케스트라 지휘할 때 처음 봤다.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서 지휘를 하니 놀랐고 그렇게 불편한 몸으로 세계의 거장이 되었으니 얼마나 특별한지. 그 후 줄리아드 학교에서 펄만 스튜디오 시 이작 펄만 부부가 나타나 보게 되었다. 너무너무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평범한 의상으로 나타나 처음 그가 이작 펄만인지 의심이 들었으나 목소리라 유튜브 신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이작 펄만과 같아 확인이 되었다.
펄만 부부는 10대 음악 캠프 Meadowmount School of Music에서 만났다고. 아직도 행복하게 잘 사는 노부부라 멋지게 보인다. 아들도 고등학교 시절 참가했던 명성 높은 음악 캠프. 뉴욕에 오니 고등학생들이 여름 방학 동안 캠프에 참가하고 비용이 정말 비싸니 한국과 많이 다름을 느꼈다. 물론 이 음악 캠프는 돈이 많다고 참가하는 것은 아니고 미리 오디션을 통과해야 하니 쉽지 않은 캠프. 요요마도 참가했다고 하고 세계 거장들이 만난 곳이다. 아들은 바이올린 선생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되었고 급히 준비를 해서 참가해 체코에서 온 학생도 만나고, 한국에서 온 학생도 만나고, 아마 커티스 음악원 졸업하고 프로 음악가 길을 걷는 친구도 있다는 것을 들었다. 캠프 비용은 정말 비싸기만 했다. 고환율이라 더 비쌌고.
카네기 홀 공연 스케줄은 수년 전 정해질 거 같고 오래오래 준비한 공연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갑자기 준비한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넉넉한 이해심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 바이올린 공연은 정말 쉽지 않은 듯. 비슷한 연령 정경화 카네기 홀 연주도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에 비하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바흐 파르티타만 연주해 수준이 높은 곡이라 어려움도 많았을 테고. 어제도 세계적인 거장이라 젊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우린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거의 자정 가깝게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지낼 시 음악 동아와 객석 잡지에서 본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뉴욕. 사실 뉴욕에 카네기 홀이 있는 것도 모르고 왔다. 아는 거라곤 줄리아드 학교가 있는 것 정도. 그런 내가 차츰 뉴욕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있다. 얼마나 더 신세계를 볼 수 있을지.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가 문을 열기 전 센트럴파크에 가서 설경 사진을 담았다. 3월이나 눈이 많이 내려 공원은 아름답기만 하나 금세 눈이 녹아버리니 시기를 잘 맞춰야 설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빨간색 목도리와 장갑을 검은색 모자를 쓴 눈사람을 만든 뉴요커의 정열에 놀라고,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뉴요커도 많았으나 강아지 역시 눈밭이 좋은지 눈밭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으니 주인이 이리 나와라 하니 웃음이 나왔고, 썰매를 타는 사람도 있고 눈을 뭉쳐 눈싸움하는 사람도 있고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도 보였다. 하얀 옷을 입은 셰익스피어 동상에게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여름에 토요일 저녁 탱고를 추는 곳. 매일매일 탱고 음악 듣고 탱고 춤을 보는 셰익스피어도 좋을 텐데 여름을 기다리고 있을까. 호수에는 기러기떼가 산책을 하고 그러나 노란 꽃이 핀 나무에 하얀 눈이 내려져 정말 예뻐서 사진을 담고 낭만적인 마차도 담고 카네기 홀로 돌아와 일본계 모자 디자이너랑 얘기를 했다. 그녀 역시 공원에 가서 사진을 담았는데 내 사진을 보더니 내 사진이 예쁘다고 보내 달라고 했다. 휴대폰 데이터 용량이 한정되어 있으니 집에 가면 보내준다고 약속을 했다.
어제 카네기 홀에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여행 온 학생도 만나고, 아들이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할머니도 만나고, 전에도 얼굴을 본 적이 있는 동양인 중년 여자도 만나고, 일본계 모자 디자이너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지난 수요일 눈 폭풍이 오니 모자 디자이너는 메트에 가서 오페라를 감상했는데 오케스트라 좌석도 텅텅 비었다고. 그날 나도 러시 티켓 살까 말까 고민하다 교통이 염려되어 구입하지 않았는데 맨해튼에 사는 그녀는 오페라를 봤다고 했고 지난 월요일은 메트 오페라 리허설을 감상했다고 해서 놀라 물었다. 그날 스케줄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알고 보니 그런 날은 리허설 공연이 열리나 보다. 암튼 어떻게 리허설 공연 보냐고 물으니 90세 넘은 오페라 가수가 친구라 하고 그분은 오래전 메트에서 공연했다고 하고 일본계 디자이너 발이 정말 넓은 듯. 나랑 비슷한 연령일 거라 짐작하는데 그녀는 나보다 수 십 년 더 빨리 뉴욕에 와서 유학을 했고 프로의 길을 가기 위해 결혼을 했으나 자녀도 출산하지 않고 남편은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하니 주로 혼자 지내서 18세 된 고양이랑 함께 지낸다고.
독일에서 온 여행객이라 하니 박사 아들 둔 할머니가 "앙겔라 좋아하세요?" 하니 독일 여행객이 할머니에게 "트럼프 좋아하세요?"하니 우린 옆에서 웃고 말았다. 그 할머니는 정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 듯. 내게도 한국 대통령에 대해 물었다. 하이델베르크는 아주 오래전 여행을 갔는데 학구적인 도시 인상이 남았으나 유럽이라 아름답기만 한 추억이 떠오른다. 요즘 중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다고 하고 매일매일 여행객이 찾아오는 관광도시. 세계 어디나 다 마찬가지나 보다. 독일 여행객이 어디 가 좋은가 묻는데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뉴욕 식물원에서 오키드 쇼가 열리는데 그 학생에게 말하니 별로인 눈치. 아무리 좋아도 관심이 없으면 의미가 없게 되고 난 축제도 식물을 좋아한 사람에게는 최고로 멋진 선물이지만 아닌 경우는 그저 그렇다. 삶이 다 그런다. 모두가 같지 않으니 추구하는 게 다르다. 뉴욕 특히 맨해튼에서 오래오래 살아도 공연 전시 안 좋아하는 사람은 맨해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더럽고 비싸고 악명 높은 도시라고 한다.
콜로라도에서 뉴욕에 온 여행객은 비행기가 취소되어 버려 카네기 홀에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고. 뉴저지에서 온 중년 여자는 누굴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가족이 미국 미시간 주에 이민을 왔다고. 미국에서 오래오래 교육을 받았고 미시간 주는 뉴욕보다 눈이 훨씬 더 많이 온다고 하면서 이 정도 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남편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자신은 비즈니스 전공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 간 적이 있다고. 4년 전 파리에 출장 갔는데 예쁘게 생긴 어린아이 2명이 소매치기하려다 이 분에게 들켰다고 하니 파리 여행 가면 조심해야 할 듯. 파리에 간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과거와 요즘 분위기가 많이 다른 듯. 갈수록 여행객을 노리는 소매치기 악당이 많다고 하니 많이 슬프다. 돈 많은 여행객은 쇼핑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소매치기당하기 쉽다고 하니.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가 11시 문을 열자 표 두 장을 구입해 지하철을 타고 어디서 내릴까 고민하다 미드타운에 내려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전시회 보고 카푸치노 한 잔 마셨다. 어제 오후 경매가 열렸고 난 경매가 열리기 전 도착하니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라 좋았고 한가로이 감상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도 구경했다. 갤러리에 장식된 예쁜 벚꽃이 내 눈에 가장 예쁘더라. 초콜릿색 가죽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으니 바리스타가 내게 커피를 가져다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후 손님이 많아 바리스타는 정신이 없더라. 역시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경매장을 나와 5번가에 있는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가니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미 카터가 다음 주 월요일 북 사인회를 연다고 적은 배너가 눈에 띄고 난 점심시간이라 종일 맨해튼에 머물러야 하니 수프 주문해 먹으면서 센트럴파크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일본 디자이너에게 보내준다고 약속한 사진이 하얗게 되어 보이지 않으니 속이 답답했다.
이 사진이 말썽을 피웠다. 이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아
정말 답답해 다시 공원에 가니 이렇게 눈이 다 녹아버렸다. 그런데 몇 시간 후 휴대폰이 정상으로 작동했다.
이걸 어째 하면서. 처음 약속이라 더 걱정이 되었다. 수프를 먹고 책을 읽으려고 테이블에 가져다 두었지만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기 어려울 거 같아 서점을 나와 메디슨 애비뉴 가서 버스를 타고 루이뷔통 숍에서 내려 플라자 호텔 쪽으로 향해 걷고 공원으로 들어가 노란색 꽃을 담은 장소를 찾아갔다. 공원에는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마법의 세상이 펼쳐졌다. 불과 2시간 전에 나무에 쌓인 눈이 이미 다 녹아버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갔다. 역시 눈이 다 녹아버려 노란색 꽃만 보였다. 할 수 없이 마음을 비워 노란색 꽃 사진을 담았다. 그거라도 보낼 생각으로. 그래서 어제 공원에 두 번을 가게 되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북 카페로 돌아가 잠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몸이 피곤하니 집중이 되지 않아 일어서 서점을 나왔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줄리아드 학교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미드타운에서 걸어서 힐튼 호텔을 지나 카네기 홀을 지나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링컨 센터에 갔다. 곧 전시회가 막이 내리니 링컨 센터 공연 예술 도서관에 가서 레오나드 번스타인 전시회를 잠깐 보았다. 몇 달 동안 전시회를 열고 있으나 자꾸 다음에 봐야지 하고 미루니 내일 막을 내리게 되고 마음이 급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거장 번스타인 보스턴 라틴 스쿨을 졸업하고 하버드대와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음악가. 카네기 홀 맞은편에 있는 오스본 아파트에서도 살았고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이 살던 다코타 아파트에도 살았고 당시 둘은 사이가 좋았다고 하고. 아들이 사랑하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작곡한 분. 25세 카네기 홀에서 뉴욕 필하모닉 연주를 하며 데뷔하게 되었다. 운이 얼마나 좋았는지. 당시 뉴욕필 지휘자가 아파서 지휘를 할 수 없었고 음악 감독 역시 눈 폭풍으로 늦게 온다고 해서 그래서 번스타인 지휘를 하게 되었고 라이브로 CBS 티브이 방송에 공연이 중계되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버렸다. 역시 운도 중요해. 그날 카네기 홀 공연 사운드 확인하는 Assistant Conductor. 1943년 일이다. 전시장에는 어릴 적 사진과 하버드대학과 커티스 음악원 성적표도 공개되고 그가 사용하던 가방과 피아노와 자필 악보 등 그의 공연을 들을 수 있었다.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메조소프라노 공연이 열려 미리 도착해 오래오래 기다렸는데 5시 반 수위에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하니 그제야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다른 공연은 이미 취소되었다고 학교 웹페이지에 나와 알고 있었으나 6시 공연은 취소라고 적히지 않아 기대를 했는데 짜증이 났다. 괜히 기다렸다. 그러지 않았다면 가지도 않았을 텐데. 어제저녁 7시 반 링컨 센 테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 공연도 취소가 되었고 눈 폭풍으로 UK에서 올 수 없었다고 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뉴욕에 와서 공연을 하니 정말 좋기만 하고 작년 유럽에서 온 남자 가수도 생각이 난다. 작년에 그곳에서 봤던 공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가수. 이름도 잊어버렸다. 한국 이름이 아니라 기억하기 쉽지 않아서. 사랑은 담배 같아라고 노래를 부르던데. 카바레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라나. 그날 난 카바레 공연 수준인가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저녁 8시 카네기 홀 공연이 열려 7시경 마트에서 아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갔다. 자정 무렵 집에 도착하니 예쁜 편지가 보였다. 나보다 아들이 더 궁금한 눈치. 누가 엄마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하면서 빨리 열어보라고 해서 여니 갈라 초대 편지였다. 5000불을 주면 좋겠다고 하니 나의 형편과 거리가 멀기만 하다. 그 돈이라면 메트 오페라 수년 동안 볼 수 있겠다. 난 러시 티켓으로 자주 오페라 보고 러시 티켓은 1주일에 1회만 가능.
줄리아드 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아들 친구는 졸업식 연주회에 아들을 초대했고 갈지 말지 생각 중. 그날도 카네기 홀에서 안드라스 쉬프 공연이 열려서. 바흐 골덴베르크 연주에 반해 버려서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금요일 오후 장을 보러 가야 할 거 같고 어제 1주일 무한 교통 카드를 구입했으니 자주 맨해튼에 가야 할지.
2018. 3. 23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