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브루클린 식물원에 다녀오려고 어젯밤 늦게 입장 시간과 요금을 확인하니 기부금 입장 시간이 변경되어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방문을 미뤄야 할 거 같다. 금요일 오전 8-정오 사이 기부금 입장이라니 어제 장 보러 가지 않고 대신 식물원에 다녀왔어야 했는데. 장도 오랫동안 보지 않아서 늘 마음을 무겁게 해서 날씨 좋은 어제 아들과 터벅터벅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BJ's에 갔는데 장을 보긴 봤지만 1년 회원권이 저렴한 게 55불. 1년이 지나 할 수 없이 가입했지만 깜박 세금을 잊어버렸는데 세금까지 합하니 60불 정도 되고 육류 가격이 한인 마트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하니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약간 구입하고 크루아상 달걀, 채소, 아보카도, 생수, 스파게티 국수와 소스 등을 구입하니 가격도 많이 나와 먹고사는 일도 간단하지 않으니 늘 마음이 무겁다. 돌아오는 길 한인 택시를 불렀는데 기사는 90년대 후반에 뉴욕에 온 분이라 하고 택시에 작은 소품이 보여 물으니 해마다 부인이 손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고 올해는 개띠 해니 작은 개를 만들어줬다고. 기사 부인의 사랑이 느껴져 왔다.
집에 도착해 얼른 짐을 옮기고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며칠 전 눈이 내렸는데 어제 오후 마법처럼 눈이 다 녹아버려 언제 눈이 왔나 할 정도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해버렸다. 버스가 제시간에 안 오니 터벅터벅 걸으며 몇 정거장을 가니 사거리 모퉁이에 경찰이 몰래 잠복하고 있고 수년 전 봄에 황금빛 수선화 사진 몇 장 담다 이웃에서 주차 위반 티켓을 받은 것도 기억이 나 슬펐다. 동네도 골목골목마다 요일별 주차를 하는 곳이 많고 이웃집 수선화가 예쁘기만 해서 얼른 사진 담았는데 젊은 경찰이 내게 티켓을 줬다. "아, 사진 몇 장 담았어요."하니 통하지 않았다. 결국 벌금을 지불했다. 집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리는 곳은 내가 사는 곳과 주차 가능 요일이 달라서 생긴 일이었다.
멀리서 버스가 천천히 오고 버스에 탑승하니 승객이 아주 많아서 불편했고 빈자리 하나 잡아 앉으니 노랫소리가 크게 들려와 눈을 뜨고 누가 이렇게 크게 음악을 듣지 했는데 바로 옆에 앉은 중국인 할머니가 노래를 듣고 있었다. 휴대폰이 주는 즐거움이 크나 보다. "오 솔레 미오"와 "아베마리아"에 버스에 크게 울렸고 다른 승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백발 할머니 얼굴 표정이 아주 심각해 보였다.
잠시 후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비둘기를 사랑하는 분은 비둘기 떼에게 먹이를 주고 거리에서 꽃다발과 핸드백과 시계 등을 파는 상인을 지나 역에 도착해 7호선에 탔다.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세계적인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가 열리는 경기장을 지나니 이메일로 알려온 유에스 오픈이 생각나고 작년 여름에 신나게 테니스 경기 봤는데 이제 경기 시즌이 되기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어제 첼시에서 열리는 Affordable Art Fair에 가려고 겸사겸사 근처 첼시 갤러리에 방문했다. 금요일 오후라 갤러리에 손님이 많았고 앤디 워홀만큼 상업적으로 성공한 미국인 화가 제프 쿤스의 작품이 열리는 가고시안 갤러리도 가서 그의 작품 전시회를 보고 그 외 낙서 그림으로 명성 높은 사이 톰블리 전도 봤다. 라커 펠러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톰블리 그림. 내게는 아직 이해가 오지 않아 왜 그 작품이 비싼지 놀라기만 하고 천문학적인 그림 가격에 더 놀라고. 어제 장을 보고 바로 외출을 하니 좀 피곤했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고 거리를 걷다 둥글둥글한 백자가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국 박영숙 작가의 작품. 하얀 백자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해서 좋았다.
몇몇 갤러리를 구경하다 다시 계속 걸어서 아트 페어 보려고 갔다. 해마다 봄에 열리는 아트 축제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트 딜러들이 그림을 팔려고 뉴욕에 오고 서울에서도 찾아온다. 동경, 런던, 파리, 아르젠티나, 이탈리아, 스페인, 베트남, 호주 등 여러 나라 작품이 한데 모이니 정말 좋은 전시회. 크리스티 경매장은 천문학적인 숫자라 일반인이 구입하기는 어렵지만 이곳은 그림 가격이 몇 천불 하는 것도 있고 경매장 보다 더 저렴하니 좋다. 3월 22일-25일 사이 축제가 열리고 어젯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아빠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그림이 좋아"하니 난 옆에서 웃음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 작품 없어요?" 하고 나 역시 돈이 있다면 몇몇 작품을 구매하고 싶었다.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어제 구입했을 텐데 눈을 감았다. 런던, 파리, 이탈리아, 아르젠티나에서 온 작품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저녁 8시 메네스 음대 교수님 피아노 공연이 열려서 아트 축제를 보고 뉴 스쿨로 걸어가 근처에 있는 뉴욕 맛집 머레이즈 베이글에서 잠시 커피 마시며 휴식하려고 했는데 어제 난 먹을 복이 없었는지 커피도 못 마셨다.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 할 수 없이 뉴 스쿨에 가서 공연이 열리길 기다렸다. 좀 일찍 도착해 피곤하니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낯선 분이 오셔 말을 걸었다.
-여기 아주 오세요?
-가끔 오지요.
-어떻게 알고 왔어요.
-음악 좋아하니 자주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도 가지요. 어젯밤 카네기 홀에서 이작 펄만과 핀커스 주커만 공연도 봤지요.
-그래요? 나도 그 공연 티켓 샀는데 지인 줘 버렸어요. 공연 좋았나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프로그램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나도 알고 있지요. 마르타 아르헤리치랑 함께 공연하려다 변경되었지요. 70대가 얼마나 연주 잘 하겠어요?
-그래요? 음악 가세요?
- 음악 관계 일을 해요.
-무슨 일하세요?
-녹음하는 작업을 해요. 비즈니스죠. 그래서 음악인들 많이 알아요. 그냥 비즈니스. 무슨 일을 해요?
-지금 놀고 있어요. 실직자입니다.
-무슨 일을 했어요?
-연구소에서 리서치했어요.
-왜 그만뒀어요?
-연구소 형편이 어렵다니 그만하게 되었어요.
-그게 인생이죠.
난 그의 말에 웃고 말았다. 젊을 적 인생이 뜻대로 될 거라 생각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게 참 많다. 그런데 그분 외모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아서 누구와 비슷하지 했는데 알고 보니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만난 환자분과 비슷했다. 유대인 50대 중년 노인은 내게 무척 친절하셨고 파킨슨병을 앓고 계셨다. 월가에서 일하다 그만뒀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 차가 없으니 롱아일랜드에 가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저녁 8시 쇼팽과 베토벤 피아노 곡을 듣고 집에 돌아오니 밤늦은 시각이 되었다.
하루에 한 명씩 섹스 파트너를 소개한다고 이메일이 도착했다. 세상에.
색을 좋아하는 사람 취향이 어찌 변하겠어?
미투 사건으로 불안한 사람도 많겠지.
어디 한두 명 일까
그런데 주인을 잘못 알고 메일을 보냈네.
뉴욕에 사랑하는 나의 연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가면 언제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2018. 3. 24 토요일 아침
Affordable Art Fai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