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2018년 봄 공연
맨해튼 곳곳에 황금빛 수선화와 붉은색 튤립과 하얀, 보랏빛, 노란빛 팬지꽃이 피는 아름다운 사월. 그런데 지난 월요일 하얀 눈이 펑펑 내려 겨울 왕국 같아 어제는 몹시 추웠고 수요일 오늘 기온은 17도까지 오른다 하니 날씨가 정말 이상해. 오늘도 비가 온다고.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앉아 책이나 읽으면 좋을까. 아침 하늘은 흐리고 어제 뉴욕은 안개에 싸여 아름다웠다. 하버드대, 뉴욕대, 콜럼비아대, 줄리아드 음대, 맨해튼 음대, 북 컬처, 메트 뮤지엄, 뉴욕 시립 발레, 뉴욕 공립 도서관, 카네기 홀, 아메리칸 포크 아트 뮤지엄 등 수많은 곳에서 이메일을 보내오고 내 몸은 단 하나 모든 이벤트에 다 참석할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어젯밤도 그랬다.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공연이 열렸고 동시 맨해튼 음대에서 사랑하는 바로크 아리아 앙상블 공연이 열렸으나 난 안드라스 쉬프 피아니스트 공연은 본 적이 없어서 카네기 홀에 가기로 결정했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스토리가 마치 할머니 가족사 같다고 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할머니.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런티어도 하고 오페라도 자주 보고, 링컨 센터에서 자주 공연 보고, 카네기 홀에서 자주 공연 보시는 분. 아들이 피바디 음악원에서 트럼펫으로 박사 학위를 땄는데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어제 깜짝 놀랐다. 그 많은 학비를 지불하고 공부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하시고 프로 음악가로 생활이 불안 불안하다고. 뉴욕에서 탄생하고 박사 학위가 있어도 불안한 음악가. 가끔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고 이번 주 일요일 오후 1시 카네기 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해서 나도 그 공연 표 미리 구입했다고 하니 웃으셨다. 할머니는 어제 이디시와 히브리어가 다르다고 조금 설명을 해 주셨다. 할머니 남자 친구는 맨해튼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음악가. 지금은 은퇴한 할아버지. 카네기 홀에서 자주 두 분을 만난다. 할아버지는 20년 전 안드라스 쉬프 공연을 좋아하지 않았고 20년 사이 쉬프 피아노 연주 스타일도 변하고 할아버지 취향도 변해 지금은 쉬프의 팬이 되었고 유자 왕 피아니스트는 아주 섹시하다고 표현하셨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중국인 시니어 벤자민은 내게 유튜브에서 안네 소피 무터 연주로 "타이스의 명상곡"을 들어보고 연주가 어떤지 다음에 만나면 얘기를 해 달라고 하고 지난주 일요일 뉴욕 타임지 아트 섹션에 이작 펄만과 같이 공부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야기가 나왔는데 연주 실력이 펄만처럼 대단했는데 교수님이 성적을 낮게 줘서 바이올린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걸었으나 평생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적은 기사를 내게 꼭 읽어보라고 하셨다. 또 어제 처음으로 만난 중국 톈진에서 유학 온 피아니스트. 캔자스와 매사추세츠 공부하고 지금 뉴욕에서 지낸 오르간 연주자. 20대처럼 보였다.
저녁 8시가 약간 지나 공연이 시작되었다. 1953년에 헝가리에서 태어난 음악가 안드라스 쉬프를 어제 처음으로 카네기 홀에서 봤다. 나비넥타이를 하고 무대에 오른 쉬프. 걸음걸이가 아직 젊게 느껴졌다. 멘델스존, 베토벤, 브람스, 바흐 곡을 연주했다. 피아노 음색이 특별하고 음악 해석도 풍부하고 세계 최고 거장이라 부를 만큼 연주가 훌륭했다. 지난번 우치다 피아니스트도 카네기 홀에서 두 차례 공연을 했으나 첫날 공연이 나의 기대를 만족하지 않아 두 번째 공연은 보지 않았다. 우치다와 전혀 달랐고 쉬프의 공연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 카네기 홀에서 봤던 조성진 공연도 떠올랐다. 어제 쉬프의 피아노 음색이 평소와 달랐고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하지 않고 다른 독일제 피아노를 사용했다. 음색이 스타인웨이와 하프시코드가 섞인 거 같다고 할까. 평소와 많이 달랐다. 저녁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되어버렸으나 모처럼 좋은 공연을 봐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좋은 공연은 인간의 고통을 다 잊게 해준다고 하면 믿을지 모르겠다.
어제도 비가 내렸고 카네기 홀 박스 오피스에서 공연 티켓을 구입하고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했다. 맨해튼에 사는 보통 사람들과 경찰과 인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켓. 마트에서 음식을 구입해 2층에 올라와 식사를 하고 떠난다. 주황색 헬멧에도 조끼에도 비가 묻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도 가지가지. 마트는 음식 냄새로 진동을 했다. 소란스러워지니 지하철을 타고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어렵게 빈자리를 찾아 앉아서 잠시 책과 잡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근처에 있는 스트랜드에 갔다. 며칠 전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가 열린 날도 스트랜드에 갔고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행객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객이 서점에 와서 헌책을 고르니 내게는 놀랍기만 했다. 여행객이라 하니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 봤냐고 물으니 이미 봤다고. 워싱턴 DC에 이미 다녀왔고 지금 비행기 티켓이 저렴해 뉴욕에 여행을 왔다고. 아르헨티나에서 뉴욕까지 칠레를 경유하니 1인 약 300불을 줬다고. 서점에서 잠시 구경만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카네기 홀 근처 마트에 가서 커피를 사 마시고 아들이 싸온 도시락을 먹고 공연을 보러 갔다.
지난 월요일 뉴욕에 하얀 눈이 펑펑 내렸고 겨울 왕국으로 변했다. 맨해튼에 가려다 포기하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냈고 지난 일요일 맨해튼 5번가에서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가 열린 날. 하필 몸이 너무 안 좋아 맨해튼에 갈지 말지 망설이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역시 가길 잘 했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사람들 의상과 모자를 보니 좋기만 했다.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은 날. 페이스 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악마"라고 적인 것도 보고 무지개색 헤어 컬러도 보고, 비눗방울이 나오는 모자도 보고. 토끼 인형이 당근을 먹는 모자도 보고 풍선으로 만든 모자도 보았다. 의상도 얼마나 화려한지. 상류층 뉴요커가 데리고 온 애완견도 보고 보통 사람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거라 속으로 생각했다.
사랑하는 라커 펠러 센터 채널 가든에 가니 백합 향기가 가득했다. 황금빛 수선화와 화사한 벚꽃도 보여 더 아름다웠다. 하얀 아이스링크에는 토끼 의상을 입은 뉴요커가 스케이트를 타고 작년에도 봤는데 올해 다시 봤다. 잠시 후 크리스티 경매장에 가서 사진전을 보고 카푸치노 마시려 초콜릿색 가죽 소파에 앉았는데 낯선 분이 말을 걸었다. 어떤 사진작가 작품이 가장 좋은가요"라 물었으나 난 사진작가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했다. 겨우 어빙 펜과 만 레이 작가 이름만 기억할 정도. 나중 알고 보니 그분은 프로 사진가라고 하고 옆에 있는 젊은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셨다. 남자의 아버지는 오래전 크리스티 CEO였다고 하고 여자 직업은 크리스티 Security Counseling이라 하면서 크리스티 근처에 집이 있고 자주 갤러리에서 전시회 본다고 하니 얼마나 나와 다른 차원의 사람들인지. 뉴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뉴욕에 와서 사는 이방인과 그들과 삶은 너무나 다를 수밖에 없다. 줄리아드 학교 특별 이벤트에 참석했는데 집안 3대가 대대로 줄리아드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그날도 많이 놀랐다. 맨해튼에는 이렇듯 특별한 계층에 속한 그룹도 있다. 크리스티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지하철을 타고 스트랜드에 가서 잠시 헌책 구경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4월도 빠르게 지나간다. 며칠 전 아파트 뜰에 싸여 있던 하얀 눈이 금세 다 녹아버렸다.
맨해튼 첼시에서 인터내셔널 오토 쇼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열리고, 곧 펜 아메리카 문학 행사가 열리고, 트라이베카 영화 축제도 열리고, 프로야구도 곧 개막하고,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벚꽃 축제도 4월 말 열리고, 뉴욕 식물원에서 Orchid Show 등 수많은 행사가 열리는 4월.
2018. 4. 4 수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