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종일 하늘은 흐리고 늦은 오후 빗소리를 들으며 고요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여름처럼 온도가 올라가더니 오늘은 약간 싸늘해 난방이 들어온다. 아파트 뜰에는 노란 개나리꽃과 제비꽃이 피어 있고 이웃집 자목련 꽃도 멀리서 바라보았다. 식사 준비하고 남은 시간은 사진 정리를 하며 추억 여행을 떠났다. 작년 사진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고 벌써 4월도 중순 빠르게 시간만 흘렀고 랩톱 용량 한계가 있어서 요즘은 사진 업로더조차 할 수 없어서 휴대폰에서 바로 블로그로 사진을 올리니 사진이 확대도 안 되고 많이 불편했다. 작년 12월 사진만 정리하는데 하루 종일 시간을 쏟아야 했고 매일매일 많은 곳을 찾아다녀 사진을 보니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눈 오는 센트럴파크 사진은 마치 동양화 같아 기분이 좋았다. 비록 휴대폰으로 담은 사진이지만 부족한 대로 아주 나쁘지는 않아서 좋다. 작년 12월 카네기 홀에서 몇 차례 두 자녀랑 공연도 보고, 줄리아드 학교에서 이작 펄만 스튜디오 공연도 보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북 카페에서 책도 읽고, 메트 뮤지엄과 브로이어 뮤지엄과 모마와 첼시 갤러리와 가고시안 갤러리 등에도 가고, 라커 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도 보러 가고 할러데이 시즌이니 백화점 쇼윈도도 보고, 콜롬비아 대학에 가서 공연도 보고 아름다운 설경도 보고 사랑하는 버틀러 도서관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도 바라보며 늘 연구에 바쁘신 교수님도 생각하고, 연극도 보고, 작가 오헨리의 단골 피츠 태번에 가서 아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새해 이브날 아들과 함께 타임 스퀘어에서 열리는 볼 드롭 행사를 보려고 맨해튼에 갔는데 얼마나 춥던지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고 그 후 아들은 오래오래 감기로 아팠다.
삶은 끝없이 복잡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게 너무나 많지만 나의 한계도 너무나 많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찾아 순례를 했다.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시 하늘나라로 갈 시간이 가까워지는 분들은 많은 기억을 상실했지만 행복했던 기억만큼은 간직하고 계셨다. 특히 사진을 보며 지난 추억에 잠기면 더 행복하게 보였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실까. 아들과 함께 수년 동안 발런티어를 했는데 이제는 노인들 이름도 잊혀 간다. 오이스터 베이에 있는 치매 전문 양로원에서 일할 때 우연히 오이스터 베이 바닷가를 알게 되어 그 후로 가끔 산책을 하러 갔다. 매일 석양이 질 무렵 바닷가를 찾아오는 작가분도 만났는데 그곳 바다 빛이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을 하셨다. 그런데 어느 해 여름날 퀸즈 아스토리아 어느 갤러리에서 만난 화가 분은 오이스터 베이에 사는데 오이스터 베이 바다 빛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많이 놀랐다. 그분은 이탈리아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고 하셨다. 내가 오이스터 베이 바다 빛이 아름답다고 하니 많이 놀란 눈치. 그래서 예전에 롱아일랜드에 살았고 가끔 그 바닷가를 찾아갔다고 하니 더 놀랐다. 아름다운 롱아일랜드에 간 지도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힘든 과정을 끝날 무렵 암 선고를 받아 저 하늘로 떠난 의사가 남긴 유서 "숨결이 바람이 될 때"도 문득 기억이 나고 지인 가운데 뇌종양 선고를 받은 의사도 있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의사의 판정과 다르게 더 오래 생명을 지속했지만 내가 뉴욕으로 떠나온 후 연락이 끊겨 어찌 지낸 지 가끔 생각이 나곤 한다. 아무도 알 수 없다. 밤은 서서히 깊어만 간다. 비에 젖은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도 들려온다.
2018. 4. 15 일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