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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뉴욕에 온 두 명의 음악가

뉴욕 체코 문화원에서 드보르자크와 피아졸라 곡을 감상하다

by 김지수




아름다운 가을밤이었지.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 맨해튼 뉴욕 체코 영사관에서 체코에서 온 두 명의 음악가 연주를 감상했다. 아름다운 첼로와 아코디언 멜로디가 가을밤에 퍼져. 안토닌 드보르자크와 아스토르 피아졸라 곡과 체코 컨템퍼러리 곡이 가을밤에 울려 퍼지고. 미리 예약 후 방문했고 내게는 너무 낯선 체코어가 들려오고 대부분 체코 이민자가 찾아와서 공연을 보고 음악을 사랑하는 난 이방인이지.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체코 영사관과 문화원이 있는 보헤미안 내서 날 홀은 내가 사랑하는 곳. 오늘은 체코 영사관에서 주최한 특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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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1892년- 1895년 사이 뉴욕에 머물렀고 그가 살던 집에 그의 생일 백 주년을 맞아 기념패(Plaque)를 붙여두었는데 기념식 현장에 라과디아 뉴욕 시장과 브루노 월터와 프리츠 크라이슬러 등이 참석했다고 하고 그가 살던 집(327E. 17th st.)은 허물어져버려 그 기념패를 체코 문화원에 옮겼다. 체코 문화원에 있는 드보르자크의 기념패도 보면서 드보르자크가 뉴욕에 머물던 때도 생각해 보고.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1892년 가을 초청을 받아 뉴욕에 오게 되었고 내서날 음악원(National Conservatory of Music)에서 디렉터 이자 작곡 교수로 일했다. 그가 뉴욕에 체류하는 동안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했고 재즈의 거장 듀크 엘링턴, 애런 코플랜드, 조지 거쉰 등이 그의 제자다. 드보르자크는 1892년 10월 21일 카네기 홀에서 지휘를 하며 데뷔했고 그날 프로그램에는 리스트의 곡과 더불어 자신이 작곡한 곡도 포함되어 있었다. 1893년 카네기홀에서 <신세계 교향곡>이 세계 초연.

첼로와 아코디언 선율을 감상하는 동안 드가의 발레 그림과 툴루즈 로트레크의 캉캉 춤 그림과 안토닌 와토와 움베르토 보초니 그림을 커다란 스크린에 보여줘. 체코 컨템퍼러리 음악은 낯선 곡이고 드보르자크와 피아졸라 곡은 정말 아름다워. 가을밤이 더 아름답게 느껴져 좋았다. 낯선 체코어를 들으며 베레모를 쓴 사람과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가 옆에 있으니 마치 영화 속 주인공 같아. 붉은색 드레스 입은 아가씨를 보니 지난여름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탱고 춤을 추던 젊은 여자가 생각나. 해마다 여름이면 뉴욕 여기저기서 탱고 강습이 열리고 셰익스피어 동상이 세워진 곳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탱고 강습이 열리고 지난여름 몇 차례 찾아가 탱고의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을 받았던 것도 떠오르고. 미리 예약을 했지만 갈까 말까 추운 날씨라 약간 망설이고 찾아갔는데 역시 잘한 거야. 아스토르 피아졸라도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오래전 살았다. 어느 날 이스트 빌리지를 걷다 우연히 그가 살던 집이라 표시해둔 것을 발견해서 놀랐다. 뉴욕과 인연 깊은 예술가들이 정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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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문화원에서 공연을 보고 지하철역으로 가는 도중 벽에 그려진 나뭇잎 그래 티피를 보니 문득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고 그 작가가 집필한 "크리스마스 선물"도 생각나고. 오헨리 단골이던 피츠 태번에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을 집필했고 아들과 몇 차례 방문하곤 했는데 간지 꽤 오래되어가. 그곳에 가면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서 혼자 식사를 하는 뉴요커 아저씨도 만나고 아들은 그분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몹시 궁금해했지만 우린 묻지는 않았다.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좋은 피츠 태번. 유니언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와 가깝고 수년 전 친정아버지가 대학 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처음으로 그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언제가 마지막인 줄 모르고 그렇게 허무하게 저세상으로 가신 아버지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지. 생은 정말 짧은 거 같아.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수많은 일이 있고. 정말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생각을 못했지. 만약 알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즐겁게 보냈을 텐데. 어느 해 여름 한국에 방문해 친정 부모님과 메기탕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는데 그게 마지막 식사가 될 줄 미처 몰랐지.


체코 문화원에 가기 전 어퍼 이스트사이드 헌터 칼리지 부근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북 카페에 갔다. 늦은 오후 방문해 빈 테이블이 없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어렵지 않게 잡고 자리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지난번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서 읽다 둔 젊은 뉴욕 여류 작가의 책도 읽고 어떤 회고록 책에서는 하버드 대학에서 대학 인터뷰 봤는데 그야말로 재앙이었다는 표현을 읽고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유대인이었고 보스턴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면 좋을 거란 생각에 원서 보내고 인터뷰 봤는데 정말 최악이었나 보다. 반대로 콜롬비아 대학 인터뷰는 좋았다고 결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고. 남의 슬픈 일에 웃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왜냐면 하버드대학 입학이 정말 어렵다는 것은 한국보다 뉴욕에 와서 더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하버드 대학에 원서를 보내고 학교 성적은 좋았지만 유대인 쿼터제로 피해를 입었다고. 미국 대학 입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인종 등 영향을 미치는 게 많아. 아시아인은 학교 성적과 SAT 성적이 좋다고 소문이 나 두 성적이 안 좋은 아시아 학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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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에서 책 보다 더 날 즐겁게 한 것은 사랑하는 연인들이었다. 젊은 연인들은 작별하기 섭섭한지 정말 오래오래 키스를 해.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감고 키스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슬며시 그들을 봤다. 그토록 오래 키스를 한 것을 본 것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 그런데 더 놀라게 한 것은 젊은 남자가 떠나 다시 안 돌아올 줄 알았는데 10분 후 북 카페로 돌아와. 세상에. 그럼 10분을 못 참고 헤어지기 그렇게 아쉬워했단 말이지. 초콜릿색 상의를 입은 남자의 옷이 내 눈에 초콜릿으로 보이니 정말 큰일.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먹으면 행복할 거 같아.

첼로와 아코디언 선율로 가슴을 적시고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눈앞에서 지하철이 떠나. 아, 슬퍼. 플러싱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기다려야 하고 밤 버스 스케줄은 드문드문. 얼마 후 지하철을 타고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근처 지하철역에서 환승해 퀸즈 보록 플라자 역에서 다시 7호선에 환승. 고민하다 로컬에 탑승해 플러싱에 도착 다시 버스를 기다렸다. 정말 플러싱이 아니라 맨해튼에 살면 좋겠구나. 저녁 북 카페에서 나와 체코 문화원 가는 길 어퍼 이스트사이드를 천천히 바라보고 저녁 시간이라 촛불이 켜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뉴요커들도 많고 백발이 된 할아버지 뉴요커는 구두를 수선하고 있고 1920년대 오픈 한 이발소도 지나고 시월 중순이 지나자 저녁 7시가 되면 깜깜해지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버렸다. 현재 기온이 영상 9도. 상당히 추운 가을밤.

지하철 풍경도 가득한 날. 구걸하는 홈리스도 만나고 마법을 부리는 재주꾼도 보고 초록빛 상자에서 토끼가 나와서 놀라고 빈 노트가 그림이 있는 노트로 변하고 재주가 많아. 그렇게 재주가 많은데 왜 돈을 만들 수 없지 속으로 생각했지. 농담이야.

화요일 오후 4시 수요일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 마스터 클래스 공연표를 구하지 못해 물 건너가고 갈수록 줄리아드 학교 마스터 클래스 티켓 구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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