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현실로 만든 천재
우선 W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할 것 같다.
W 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내 인생의 W를 찾아라> 라는 강의에서 나온 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0.1%의 천재(사람들이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미친 천재)를 의미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W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저 미친놈의 헛소리라는 생각을 하는데 0.9%의 사람들은 W를 알아보고 그들의 꿈이 실현 되도록 도와 이익을 얻으며 세상을 변화시킨다.
여기서 충격적이었던건 그 1%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가고 나머지 99%는 그들이 만든 세상을 사는 거라는 것.
그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인물이 정도전이었다.
강한 힘으로 나라를 세운 이들이 많지만, 정도전처럼 이론적으로 완벽히 무장한 이가 나라를 세운적이 있던가? 지금으로서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당시로는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정도전,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정도전은 지방 향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인 정운경이 중앙관료가 되자 개경에서 성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고려에 성리학이 들어온 건 오래된 일이었고 성리학을 공부해온 사대부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시스템 상 성리학자들에게는 제 뜻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 고려에는 원나라를 등에 업고 성장했던 친원파와 오랜 시간 문벌귀족으로 토지를 물려받은 권문세족이 정치권력과 경제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려 말,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토지를 늘려가는 권문세족으로 인해 왕실에서 필요로 하는 세금마저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자 고려의 왕들도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공민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진사대부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색과 그의 제자들을 적극 지원하며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그들이 바로 정도전 정몽주를 포함한 개혁 세력이었다. 권문세족이 불법으로 소유한 땅을 되찾고 당시 그들의 재산인 노비를 풀어주어 세수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공민왕이 살해되면서 개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신진 사대부들은 다시 힘을 잃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도전은 유배를 가게 된다.
하지만 이 유배 생활이 정도전의 삶을 변화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되는데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고려의 백성들, 직접 경험해 본 하층민의 삶은 끔찍한 지옥 그 자체였고 권문세족들의 횡포는 더욱 심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힘이 약하다는것, 할 수 있는것이 없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같이 유배를 간 성리학자들이 풀려나는 동안 정도전은 풀려나지 못했다는 것도 그를 아프게 했다.
정도전에게는 힘이 없었다. 성리학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고, 이론적으로 완벽한 세상을 꿈꾸게 되지만 주어진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보통 사람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내가 뭐라고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 ‘끈 떨어진 연이니 내 신세가 처량하구나’ ‘내게 힘만 있었다면, 내 집안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이런 자책을 하며 포기했겠지만 그러나 정도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정도전은 꿈을 꾸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고려를 개혁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시대적 사명이다.’라는 목표를 잡고 평생을 노력하게 된다. 그런 다짐을 한 정도전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가는 장면이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자기의 사상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도전이 친구이자 존경하는 선배인 정몽주를 통해 이성계를 만나게 되는데 당시 이성계는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고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정몽주와 이성계는 정도전의 특별함을 알아보았고 그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모두 아는 이야기다.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하지만 언제나 완벽한 꿈은 없는 것인지 정도전의 꿈보다 더 큰 꿈을 꾸던 이가 나타나 제동을 걸게 된다. 또 다른 성리학자 이방원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