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노래, '고독의 의미'를 애정하는 이유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가수 이적의 '고독의 의미'라는 노래가 있다.
2013년 발매된 이적의 5집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이다.
철학적인 의미의 제목과는 달리 어렵거나 거창하지 않은 소박한 가사를 담은 노래다.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 같네요
허나 아무것도 몰라요 난
그대라는 사람에 관해
어떡해야 그대에 다다를 수 있는지
험한 파도에 휩쓸리는 배처럼
나는 그대와 멀어져만 가네요
그댄 아나요 내 고독의 의미를
그대에게 닿지 못하는
오랜 날들을
<고독의 의미>중에서- 이적 작사, 작곡
노래의 분위기는 '고독'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쓸쓸하기 그지없다.
시종일관 공허한 기타의 아르페지오 연주 위로 이적의 덤덤한 보컬이
역설적으로 사무치는 '외로움'을 표현한다.
이적이 어떤 의도로 '고독'이라는 테마로 앨범을 제작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10년이 훌쩍 지난 그의 '의례적인' 인터뷰기사가 있으나 필자는 마음대로
그가 이야기하는 '고독의 의미'를 해석해 본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외롭다
지치고 다치고 쓰러질 때가 많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외롭다
별도리 없이 생활에 허덕이다 보면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해 버린다
삶이란 어차피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
외롭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 다 외롭다> - 이성진 시(詩)
이성진 시인의 말처럼 '고독'은 '살아있는 것들'의 숙명이다.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기는' 인간이란 족속 또한 '고독'하게
이 세상에 와서 평생을 '고독'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고, 결국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지 못한 채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렇지만 시인은 "삶이란 어차피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
외롭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라는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고독'의
철학적 정의를 이야기한다.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 '키르케고르'는 고독(孤獨)은 '인간의 본질적인 상태'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독을 깊이 탐구하여 단순히 외로움의 부정적 측면이 아닌 인간성장과 자기 발견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간주한 '프리드리히 니체'는 '고독'을 피해야 할 두려운 상태로
보지 않았으며, 인간 내면의 진리와 힘을 발견할 기회로 여겼다.
이적의 '고독의 의미'에서 화자는 '그대'라는 대상을 알고 싶어 하고
다가가고 싶어 한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하고, 같이 사랑하고 살면
결국 내 고독의 근원을 찾고 '사랑하는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라 믿었을 터이다.(순전히 필자의 뇌내망상적 해석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그대에게 닿을 수 없다.
사랑하는 대상(연인 혹은 가족)을 통해 내 고독의 의미, 나아가서는 나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고독의 의미'는 '그대'라는 대상에서 자유로워지는 '홀로'의 상태를 통해
나만의 목소리를 듣고, 진정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위대한 철학자들의 '고견'이 아니더라도 이제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인생의 역설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다. 간절히 욕망하는 대상은 몸부림칠수록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대에게 닿지 못하는 오랜 날들을' 겪고 이제야 '나'를 보기 시작한다.
삶의 가치가 내부가 아닌 외부로 향할 때 언제나 공허하고 헛헛했다는 것을 주름진 인생의 흔적으로
가슴저리게 목도한다.
'반복되는 우행(愚行)'을 이제는 멈춰야 할 때이다. 내게 이제 낭비할 '젊음'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은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자발적 홀로 되기'로서, 더할 나위 없는 '삶의 축복'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하는 시간들로 채워지는 일상 속의 '고독'을 나는 이제 기꺼이 받아들인다.
1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고독의 의미'란 곡은 도무지 흰머리를 감출 수 없는 나이가 된
지금의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애정곡'이 되었다.
'사무치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흔한 유행가가 아닌, 이제는 '고독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의미 있는 나의 인생곡이자 '애창곡'으로 손색이 없다.
.....
그러나, 아무래도 안되겠다.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는 부르지 않으리라.
만약 조금이라도 취기가 남아 있는 채, 첫소절을 시작하면 주책없이 눈물을 쏟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https://youtu.be/zjva5EdDe-0?si=Vt43Nuk3LjFyMOF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