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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소년의 시간'

by 윈디박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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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얼굴이다.(커버이미지는 좀 다르다)

섬세하고 영민해 보이는 귀여운 얼굴.

교복을 입고 수줍은 미소를

띄고 있는 사진 속(1화 타이틀 영상) 아이는 학교 동급생인 '케이티'란 여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고 긴급체포된 '제이미'다. '용의자'의 나이는

겨우 13살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4부작 영국드라마, '소년의 시간'(원제: ADOLESCENCE)은

특히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모골이 송연'한 충격적인 작품이다.

이 비범한 시리즈물에선 '소년범죄물'의 클리세와도 같은 '학대가정',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절망적인 세대 간의 단절, 만연한 소통의 부재, 참담한 공교육의 현실, 그리고 부모와 학교가

외면한 '지옥도'와 다름없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다.


생업에 바쁜 부모들은 닫힌 아이의 방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교육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인스타그램' 속 '이모지'들의 '치명적인 은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랑과 관심'에 목이 마른 아이들은 '무력한 어른'들의 방임과 방치 속에 혼란과 혼돈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학교를 '동물우리'보다 못하고 구역질 나는 악취로 가득한 곳으로 묘사한 것이 조금 미안해서였을까.

수사를 위해 학교를 찾는 일이 영 마뜩지 않은  '베스컴' 형사의 동료 '미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학교에도 좋은 선생님들은 꼭 있어요. 나도 예술과 사진을 가르치던 학창 시절의 선생님 덕분에 '살아남았죠'.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에요."


유감스럽게도 많은 학교, 아니 대부분의 학교가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아빠가 형사임에도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  아들을 보며 '베스컴'형사는 자책한다.

'외계어'보다 더 어려운 10대의 '소통언어'를 아들로부터 배우고 결정적 살해동기까지 추적하지만

형사는 자신의 아들을 똑같이 잃을까 봐 숨을 쉴 수 없다.


아이가 방에서 공부만 하고 있고 기껏 작은 일탈이라고 해 봐야 '컴퓨터게임'이기에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아빠 '에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아빠, '에디'가 사무친 회한에

통곡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 뼈아프다.

그는 '천사 같은 막내아들'에게 어떤 아빠였던가.




아이를 양육하는 일에도  '화초 기르기 매뉴얼'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볕 잘 드는 공간에 자리를 마련하고 적시에 물을 주는 그런 매뉴얼을 따라 사랑하는 아이가

훌륭하게 자랄 수 있다면 '인구감소' 현상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소우주와 같고, 우주의 신비만큼 미스터리한 존재라는 것을 왜 우리는 망각할까.

한 나라의 모든 역량을 아이를 키우고 살피는 일에 쏟아도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못나고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세상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절멸시키고 있다.


고작 4부작인 이 시리즈물을 보고 만 가지 생각이 든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나는 과연 자격이 있는가.

모의고사 성적을 묻기 전에 아이의 눈을 맞추고 한시라도 빨리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소년의 시간'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질감의 세계'이기에 지체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회한의 눈물을 흘리기 원치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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