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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고 매몰찬 박찬욱의 집요한 인간탐구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by 윈디박

'어쩔수가없다'를 주인공 만수(이병헌 분)가 아무리 뇌까려도 부조리로 점철된 그의 좌충우돌은 처참한 파멸과 붕괴를 피할 수 없다.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한 영화는 지속적인 '실소'를 자아내지만 마음 한편이 무너져 내린다.

번듯한 집을 소유하기 위해 월급의 일부를 저당 잡히고 아이의 학원비를 위해 파트타임을 뛰는 아내와 사는 '가장'이라면 가슴이 서늘해짐을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배운 변태' 박찬욱 감독은 역시 여지없이 유려하고 우아한 영화의 미학을 '집요하게' 추구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필모 중에서 최상단으로 올릴 수는 없으나 테러 수준의 실시간 평점을 받을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엔딩 신을 지나 자료화면처럼 삽입된 가공할 벌목 장면을 보고 나는 전율했다. 누적된 인간성 상실 시대의 경고가 폭발하고 폭주하는 장면이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처참하게 찢어지고 짓이겨지는 나무에 대한 살육은 어떤 공포영화보다 더 참혹한 광경이었다.


'올드보이'의 충격적 반전이나 '헤어질 결심'의 처절하고 처연한 엔딩 신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 이상하게 비현실적인 '벌목 장면'에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만수가 경쟁자들을 '처리'하면서도 그들의 아픔과 고독을 너무나 이해했듯이 나는 순전히 '가장'의 이름표를 함께 달고 있다는 '초라한' 이유로 '모가지'가 날아가는 공포와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불행한 가족의 미래'에 대한 악몽에 함께 전율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더욱 지독하고 매몰차다.

한편으로 이렇게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시치미 뚝 떼고 집요하고 또 집요하게 모순과 역설의 불편한 웃음을 앞세워 관객 앞에 내놓은 박찬욱 감독을 경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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