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은중과 상연'
'은중과 상연'의 긴 여정을 모두 봤다. 어떤 이야기도 꺼내기가 어렵다. 우리 집에선 나만 강력한 'F' 성향이라 다른 가족 구성원이 이 시리즈를 볼 이유가 없다. 나 홀로 시청을 했다. 그래서 감상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요 며칠 사이 두드러진 '감정의 진폭'을 감지하게 만든 이 먹먹한 드라마에 대한 느낌을 어딘가엔 남겨야 했다.
나는 '은중과 상연'을 '불완전한 우리'에 대한 위안과 위로의 이야기로 읽었다. 열등감과 자기부정, 질투와 욕망, 그리고 수많은 결핍으로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은중과 상연'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마음의 지옥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상연의 모습이 잠깐이지만 나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부딪히고 충돌한다. 깊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인내와 성숙을 배우기도 한다.
손을 잡아주고 손을 내미는 것이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이 드라마를 보며 되새긴다. 내 인생을 돌이켜봐도 고비고비마다 가족이, 친구가, 선배가, 연인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반면에 나는 은중처럼 누구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줬을까. 앞으로 그런 기회라고 있을까.
시리즈 내내 상연의 아픔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힘들었다.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일생이라고 치부되거나 뒤틀리고 비뚤어진 불쌍한 영혼이라고 매도되지 않도록 '상연'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전달한 것은 오롯이 박지현 배우의 빛나는 연기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상연'의 공허한 눈빛, 가슴 아린 미소가 오래오래 기억날 거 같다.
90%의 드라마를 보지 않고 5%의 드라마를 1회를 다 마치기 전에 종료하는 나에게 선물같이 다가온 '은중과 상연'을 다시 보는 것은 시간을 좀 둬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