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액트 오브 킬링'
다큐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인내심을 가지고 봐야 할 작품이다.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인간 백정' 가해자들의 스토리가 주를 이루기에 그 역겨움과 혐오감을 참기 어려워서라도 두 번은 볼 수 없는 영화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학살됐다. 공산주의자라는 낙인 하나로. 그리고 그 학살자들은 단 한 번도 재판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살아남아 훈장을 받고, 국민영웅이 됐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그 가해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말했다. "당신들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그 시절을 다시 찍어보세요." 그렇게 탄생한 다큐멘터리가 <액트 오브 킬링>이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재연에 응했다. 갱스터 영화처럼, 뮤지컬처럼, 때로는 황홀한 꿈의 장면처럼. 거대한 물고기 세트 앞에서 드래그 분장을 하고 군무를 추는 등장인물 '헤르만 코토'의 모습은 마치 존 워터스의 컬트 영화 <핑크 플라밍고>의 '디바인'을 보는 듯했다. 역겹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악몽과 같은 캐릭터 말이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안와르 콩고'는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감정의 균열이 생기는 듯하다. 구역질을 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끝내 자기 기만의 언어를 내려놓지 못한다. 악어의 눈물도 아깝다. 이들이 만드는 영화의 내용은 두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 조악하기 그지없고 과장으로 일관된 제작 형태도 참기 힘들지만 자신들의 살인 기록에 서사를 부여하고 심지어 영웅시하는 작태에 분노가 치민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주 4.3이 떠올랐다. 광주가 떠올랐다. 광기에 찬 서북청년단의 칼과 몽둥이가, 이성을 잃은 공수부대의 착검한 총부리가 악몽과 같이 펼쳐진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단순히 과거 학살을 재구성한 작품이 아니라 “과거에 종속된 현재”를 드러내려는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처벌받지 않은 역사의 죄인이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이 그려내는 지옥도는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하고 지치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