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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디 Apr 19. 2024

7월 북클럽 편지

2022.7

북클럽 1년 구독이 끝나는 분들이 많은 7월의 도서는 각 개인을 생각하며 책을 보냅니다. 문학, 생태, 영성 도서를 주로 전시 판매했던 한평책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클럽 도서를 선정할 때는 책방 지기인 제게 때에 맞게 영향을 많이 준 책으로 선정하곤 했습니다.

 삼척의 잔잔함을 그려준 삼척생활 에세이를 읽고 7월의 북클럽 도서로 보내려고 하다가 이 책은 제가 사회적응을 일경험으로 하는 청년들과의 일터에  7월 한 권의 도서로 비치해 놓고, 대신 회원분들께는 여름 이벤트인 양 한 분씩을 떠올리며 도서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번 7월로 끝나는 북클럽 회원분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제 우편을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2한평책빵이 시작되기 전까지 북클럽 신규 모집 및 재연장은 미루고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주신 마음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장마철 건강하시길 빌며, <카페가능성 7월  한 권의 책 소개글>을 함께 보내겠습니다.

삼척에 대한 예민한 마음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변두리의 마음/서현숙/사계절>

-삼척에서 보내온 예민한  마음-

2023년 7월 초 신간 <변두리의 마음/서현숙/사계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중학교가 바닷가 근처였습니다. 슬플 때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걸었던 목포 바닷가와 삼척의 바다는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까.

기차역에 내려서 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그냥 내가 만난 곳을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데 작가는 그런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사진 한 장 없이 서술합니다. 정라항 , 도경리역, 갈남, 관동여관 이야기, 빈 집의 나무를 보면서 떠나간 사람의 삶의 외로움을 담는 마음, 맹방 바다의 슬픈 변화를 잔잔하게 고발합니다.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삼척이라고, 한 번 와서 찬찬히 걸어보지 않겠어요?라고 세련되게 손짓합니다. 삼척 사람 아닌 삼척 사람의  삼척 이야기는 모든 것을 민감하고 예민하게 보고 느끼는 작가의 풍부한 감성이기에 가능합니다. 은은한 삼척 바람잡이입니다.

"죽서루부터 성내동 성당에 이어지는 골목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삼척'이다. 삼척의 아름다움이다. 내게는 그렇다. 곁에 있는 '사람'을 코앞에서 바라보게 하는 고요한 시간, 세상의 무자비한 속도를 잊는 아득한 길, 지붕과 지붕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파란 하늘에 마음 저 아래가 가만히 흔들리는 시간, 이러한 시간과 공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주문'이 곳곳에 스며 있다. 인간이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이 길에 있다."

삼척은 기차역이 없다고 아쉬웠는데 묵호역이 가깝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묵호역에 내려 걸어가는 제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비가 내립니다.

홍수로 인명 피해까지 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을 누리는 것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책상 위에 놓은 커피 한 잔의 냄새에 행복해하다가 금방 또 슬퍼집니다.사람의 목숨이 개미나 파리처럼 예상치 못한 운명에 휩쓸려 갑니다.아직도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목욕탕에 들어가면 호흡이 빨라지고 어김없이  큰 고통이 떠오릅니다. 인명 피해 소식을 듣고야 마는 이런 시기에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오릅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학생들이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만드는 학생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럼에도 희망해야 한다고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폭풍우 치는 밤이 없는 인생은 없다. 스무 살이 미처 되지 않은 어떤 이의 마음에 지금 추운 겨울의 세찬 바람이 불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을 수도 있다. 폭풍우 치는 밤이 지나면 이내 맑고 고요한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 세상의 열여덟 살 사람들 모두, 찬 겨울을 지낸 뒤에는 온갖 꽃의 향내 가득한 봄을 맞이하기를, 봄의 바람과 햇볕을 와락 끌어안기를,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살다가 열여덟 살이 다시 되는 연약한 인간 우리들..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의 경계에 있는 변두리 생명들의 작은 소리를 듣고 살다가 어느 날 잠잠한 마음으로 삼척의 변두리를 걷고자 합니다.


"내가 변두리 인간이어서 나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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