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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디 Apr 17. 2024

내려놓기 쉽지 않은 걱정

걱정 자체가 걱정이다


뭔가를 계속한다.

새벽에 눈을 떠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걱정 두 시간 하다가

커피가 고파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10월 25일에 계약

두더집 월급이 나오면 월세를 내고 또 자립교육을 하고자 했던 한평스쿨 취지에도 맞는 은둔고립청년 매니저 일을 했기에 오픈이 늦었다.

책방 자리를 계약한 하루 후 두더집 일해보지 않겠냐는 전화가 왔기 때문에.

만약 전화가 하루만 빨랐어도 계약을 미뤘을 책방 자리.


한평만평회원들의 십시일반 모아진 돈이 아니면 더 늦게 시작하거나 안 했을지도 모를 책방.

지금 나는 사서 고생을 하고 ,  돈을 빚지며 책방을 하고 있다.


12월 2일 강남순 교수님 오픈기념 강좌를 할 때만 해도 서가회원이 금방 30명쯤은 생길 줄 알았다.

그러나 벌써 4월 17일 오늘까지 이렇게 저렇게 별 걸 다 해보려고 해도 아무도 관심 갖는 사람이 없다.

다가왔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함께 의지했던 사람들은 돈 벌러 떠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업적 마인드가  부족한 내가 주상복합이라는 높은 건물에 들어온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너무 추워서 힘들고 아프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텃밭도 2 정거장만 가면 되니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처음 책방을 했던 자리와  월세가 비슷해서  이거 못 내겠냐고 생각했던 건 큰 착각이었다.

책방을 여러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공유장소로 만들려고 했던 꿈은 처음부터 금이가고 깨지고 있는 중이다.


어지럼증이 생긴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다.

그러면서도 자고 일어나면 또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말 뭔가를 막 한다.

하루에 한 명도 오지 않는 곳에서.


어제는 두 분을 만났다.

오전에 비 온 후 흐린 아침 누군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만남을 요청한 서가회원.

저녁 6시 무렵 갑자기 방문한 서가 회원.

두 분만의 만남으로도 책방이라는 이 공간을 이겨낼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지만 돈이 없는데 계속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은 아무리 평정심을 찾으려 해도 무의식이 초조함을 내보낸다.

새벽에 눈을 떠 제일 먼저 걱정이 떠오르는 것을 본다. 나답지 않다.

아니 걱정이 새벽의 눈을 뜨게 하는 듯하다. 나답지 않다.


어제는 한 번 만든 포스터를 수정했다.

'나를 돌보는 시간, 나를 돌보는 묵상 독서' 이런 문구에서

'독서 교육 전문가 특별 강연, 유튜브에는 없는 절호의 기회...'이런 문구로.

이렇게 적어야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했다.


작년에 '나를 받아들였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있는 이 자리, 나의 가난, 나의 결핍, 나의 상처, 나의 현실, 나의 나이, 나의 한계, 나와 연계된 모든 것을.

'내려놓음'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받아들임'이 뭔지는 알겠다는 말도 했었다.

그러나 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끝일줄 알았다.  더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만히 앉아서, 아니 가만히 있지 않아서 돈을 계속 대출받고 유지하고 있지만 빨리 정리하지도 못한다.

계약 기간까지 얼마를 손해 보게 되는 것일까.


내 마음의 불안을 두려움을 꺼내놓아야 새벽에 잠을 깨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나 책을 펼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못 읽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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