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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디 7시간전

어린이 책방 돌봄 안녕

매주 목요일의 시간들 종료

동건이는 2월에 책방에 처음 왔다.

예은이는 세실샘과 함께 와서 동건이랑 함께 놀았다.

그렇게 시작한 어린이 책방이 좀처럼 모집이 안 되어

세실샘은 아르바이트하러 떠나가고 나는 동건이를 혼자 만났다.

1:1 수업이라 간혹 갑자기 나를 찾아온 사람들의 다양한 직업을 전제로 만남의 시간을 주었다.

책방이 삼송에 있어서 연락온 사람의 아이를 챙기고자 책방 돌봄을 시작했다.

다양한 특강을 열면서 많은 아이들이 오가기는 했지만 정규프로그램에 등록하지는 않았다.

수학, 영어에 밀리는 것도 있었지만 오고 가는 것이 힘든 곳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다시 혼자 남은 동건이는 새로운 언니, 오빠, 형, 동생이 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챙겨주었다.

모든 요란함이 사라지고 다시 7월이 시작될 무렵 동건이는 혼자 남았다. 허탈한 표정으로 또 나 혼자예요?라고 말하면서도 8월도 매주 목요일 예은이랑 함께 지냈다. 예은이는 세실샘이 진관동에서 데리고 오갔다.

8월까지 어린이 책방 돌봄은 끝내고 9월 10월은 2시간 이내 독서수업으로만 하겠다고 했다.

내가 먼저 안 한다고 말 못 하고 이렇게 하면 이제 서로 핑계 삼아 그만둘 것이라는 생각도 좀 있었다.

그러나 9월 10월까지 계속한다고 등록을 했다. 책방에 처음 온 동건이가 이렇게 하겠다는데 내가 먼저 정원이 안 찬다고 못하는 게 안된다. 그리고 해야만 한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내가 진행한 교육이니까.

대신 가을 진행할 프로그램이 많으니 세실샘에게 부탁했다. 

책방을 처음 시작할 때 이 장소 청소와 준비 시작을 세실샘과 함께 했다.

모두가 다 떠나고 오지 않는 이곳에 아직도 오고 가는 동건이와 세실샘, 그리고 세실샘 딸 예은이가 있다.

책방 돌봄 마지막 저녁을 차려줬다. 떡볶이에 모차렐라 치즈 듬뿍, 달걀 가득한 김밥, 장 봐서 집에서 준비해 간 컵과일, 생자몽주스를 갈아 식탁을 차려줬다.

"이제 저녁을 먹는 시간은 없어. 오늘이 마지막이야. 선생님이 아이들을 많이 못 모아서 미안해"

맛있게 먹는 동건이 예은이, 그리고 세실샘을 마음에 담고 목요일을 보냈다.


배웅 인사를 하려는 순간 잊고 있던 내게 동건맘이 먼저 말했다.

"지금 결제하고 갈게요."


맞다. 지금도 결제를 받는 것이 어색하다. 

어린이들을 만나 서로 놀고 읽고 쓰고 밥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일이 그냥 내가 베풀 수 있는 일이면 더 좋았겠다. 그럼 영어 수학 아니어도 많이 왔을 것이다. 

내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하려는 사람은 동건이랑 예은이가 유일했던, 심혈을 다하고 폭삭 망한 어린이 프로그램. 책방 돌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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