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의 발걸음

제가 가야지요

by 윈디

어쩌다 친구 생일파티가 있을 때 빼고 매 토요일 광명에서 지하철 3번 갈아타고 오는 막내조카

민후는 내 동생의 둘째 아들, 내게는 넷째 조카다.

나는 아이랑 같이 노는 것, 돌보는 것을 잘한다.

한 예로, 책방 들렸던 한 부부가 세 살 아이랑 함께 왔는데 내가 보니 똥 쌀 것 같아

" 애기 똥 싸고 싶나 봐요" 하니 아이 아빠 하는 말

"아 애가 좀 졸려서 그래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잠시 후 물휴지 챙겨 화장실로 데려갈 때 속으로 씽긋 웃었다.


아무튼 나는 언니네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셋째 조카까지는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 세째조카는 동생네 아이인데 언니가 키워줬고 동생이 쉬는 날 데려갔기 때문에 같이 살았다.

큰 조카는 애착이 나랑 형성이 되어 내가 나가기만 하면 동네가 떨어져 나가게 "수-나-이-모---"를 외치며 울었고 나 아는 사람들 결혼식이고 장례식이고 심지어 스키장이고 어디고 전부 따라다녔다. 내가 얼마나 민폐를 끼친 건지 지금 생각하면 모두 고맙다.


작년 은평에서의 책방을 종료하고 잠시 쉬며 토요일이면 동생네 집에 갔다. 엄마 아빠가 토요일도 일을 하고 형은 학원을 가니 혼자 집에 있는 막내 조카를 이때라도 챙겨주며 함께 놀고 싶어서 다녔다. 아침에 출발해서 가면 벌써 민후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 집청소도 하고 간식과 점심, 저녁을 챙겨주고 독서 수업을 하고 배드민턴도 치면서 동생이나 제부가 들어오면 떠났다.

밤에는 운전이 어려워 지하철로 다녔다. 광명사거리역.


그러다 삼송에 책방을 준비하게 되었다. 막내조카에게 이모가 이제는 못 온다고 말했다. 이모가 너무 아쉽다고 했더니 1초의 틈도 없이 바로 "이제 제가 가야지요"라고 민후 입에서 또렷한 대답이 나왔다. 5학년 가을이었다. 나도 어리둥절 곧바로 말했다.

" 아. 그래? 그래! "


민후는 친구랑 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쉬고 토요일이면 책방에 오고 있다. 박노해 시인의 '아이들은 놀라워라' 시도 외우고 책방 정리도 하고 책상도 같이 들고 나른다.

혼자서 광명에서 삼송까지 오고 간다.


오늘은 소제목으로 내용을 유추해보는 놀이를 했다.

한 꼭지 골라 읽어 보라고 했더니 읽는 얼굴 표정이 다양해서 몇 컷 찍었다.

책을 집에 들고 갔다. 엄마 주라고 했다.


집에 가기 전 배추 심은 것과 무 씨 뿌린 풍경을 보여주러 텃밭에 들렀다. 민후가 물을 주었다.

냉면을 먹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집에서 형이랑 치킨 사 먹으라고 돈으로 이체했다.

수역이 마을 식당을 한 바퀴 돌며 다음에 가볼 식당으로 두부마을, 불고기집을 골랐다.


10월까지 민후가 이곳에 오는 횟수가 8번 남아서 송이랑 8강 영어와 시 수업을 하기로 했는데 송이가 당일에 갑자기 못 왔다. 민후는 실망했지만 편지를 쓰라고 하니까 썼다.

시작을 함께 했던 송이도 마지막까지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송이이모를 좋아하는 민후가 정말 이쁘다.

삼송 책방을 정리하면 내가 다시 광명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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