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던 순례의 기록
2017년 10월 24일 Santiago de Compostella 에 입성하는 오후 3시쯤 갈라시아 지방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치 긴 여정을 같이 걸은 많은 순례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축복하는 듯...
O Pedrouza 에서 최종 목적지 Santiago까지는 겨우(?) 20km 거리이고 이번 여정의 마지막 걷는 길이라 아쉬움에 일부러 음미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힘든 하루가 되었다. 아직 내려놓지 못한, 아직 풀지 못한 내 마음의 무게와 짐 때문인가? ... 도시에 들어서는 마지막 몇 km가 많이 힘들고 또 아쉬웠다. 여기가 내가 지난 한달여를 걸어 온 마지막 목적지인가? 많은 성인들, 별들의 대지 compostella 가 여기인가?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앞에 가던 순례자들은 보이지 않고 도시에 입성해서 대성당까지 가는 길은 지루하고도 피곤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도심의 번잡한 거리를 한참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드디어 도착. 대성당 광장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 많던 동료 순례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성당 광장 돌 위에 엎드려 입 맞추고 나서 서성이고 있는데 다시 빗속에서 여러번 함께 동행했던 James Irvin을 만났다. 자기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순례증명서 크레덴셜은 어디서 받는지 최종 미사는 어디서 언제 참석하는지 ...
800km 까미노 길을 걷는 내내 싼티아고에 도달하게 되면 다가 올 것으로 기대했던 환희와 기쁨 대신 어떤 허전함이 내 마음의 천장을 옅은 구름처럼 덮고 있었다. 그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별들의 땅’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고, 그 곳을 향해 나는 걷고 있었고 따라서 내가 지금 육안으로 보고 있는 이 번잡한 도시 그리고 웅장한 건축물(성당)은 그냥 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진정한 까미노는 따라서 종착점에 이르는 목표행위가 아니라 그 과정이라는 것을.
다음날 순례의 종점 Finisterre를 다녀 온 다음 저녘 까미노 종료 미사에 참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순례자들만을 위한 성결식 ㅡ 자신의 죄를 태우는 화염식 그리고 축복의 성수례에 참석했다. 긴 시간. 많이 피곤했다. 그간의 긴장이 풀리면서 몸과 마음이 노곤 노곤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산티아고에서 포르투로 넘어가기위해 ALSA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James Irvin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이번 까미노 여정에서 우연히 만난게 벌써 5번째란다. 그는 나를 반갑게 마주하면서 자기가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 밤 어제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Camino North route를 3주간 걷기위해 출발지로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다. 그가 내게 한 장 남은 자기 명함을 주었다. 돌아서 가는 그의 뒷 모습에서 한 인간의 애잔한 슬픔과 우정이 동시에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