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를 믿는다
우리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안달바가지'를 부린다
무슨 일에 앞에 놓였을 때, 그 일이 오기도 전에 걱정하고 그 일을 하면서도 계속 생각한다.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죽을 정도는 아니다.
태생에 맞지 않게 난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를 잘 견뎌내도록 성장해왔다.
난 드림렌즈를 낀다.
처음에 착용 후 한달동안 매일 끼고 자지 않으면 목표한 시력에 도달하지 못한다. 아주 조금씩 시력이 높아지고 하루라도 렌즈를 사용하지 않으면 시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표한 시력에 도달하고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렌즈를 끼고 빼고 씻는 귀찮은 짓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 습관적인 삶이 내 시력을 1.0처럼 살게 해주고 있다.
난 투명교정을 했다.
투명교정은 보철교정과 다르게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밥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이를 닦고 교정기를 착용해야하고 가능하면 하루동안 착용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이동이 된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나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지런한 치열로 웃을 수 있었다.
난 글을 쓴다.
남들이 자랑하듯 규칙적이지 않아도 천천히 조금씩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대번에 무언가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대학생때 처음 휴학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 내 직업에 대한 글을 쓸 때도 그랬다.
하지만 쌓인 글들은 좋아진 시력이나 예뻐진 치열만큼이나 나에게 자랑스런 내 일부가 됐다.
난 느리고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지각도 많이 하고 졸음도 많은 나지만 난 내가 앞으로도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더 많은 내 모습을 변화시키고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 지구를 누볐던 혜초스님의 한걸음한걸음처럼 오늘이 쌓여서 내가 된다.
생각보다 시간은 참으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