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의 유럽배낭여행
지도 책 하나 들고
숙소예약도 없이 유레일패스를 타고 여행다녔어
내 또래 친구들이 내 나이를 의심하게 만드는 추억이 하나 있다. 바로 유럽 배낭여행의 추억이다. 분명 나이가 같아도 내 추억은 좀 특별하다. 마치 내 또래보다 나보다 10년이상 나이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추억이다.
공모전 수상으로 받은 비용으로 우리는 아무 준비없이 부랴부랴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야했다. 준비기간은 고작 2주정도.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여행자 까페를 읽어보고 '유럽'이라고 쓰인 두꺼운 책을 분할해서 가방에 넣는 거였다. 배낭 여행답게 아주 커다란 십몇킬로짜리 가방에.
길을 정처없이 걷고 지도와 위치를 맞춰보며 겨우겨우 기차역만 물어 다녔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차이니즈나 재패니즈냐고 물었고, 우리는 야밤에 기차에서 내려 잘 모르는 호텔의 문을 두드려 숙소를 잡았다.
싸게 먹을 식당을 찾지못해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반으로 나눠 점심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말한 물에 돈을 내는 것이 낯설었다. 겨우 찾은 한인 민박의 전화기로 몇일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게 언제적 이야기냐고?
놀랍게도 아이폰이 나오기 1년전인 2006년의 이야기다. 내가 21살 때의 이야기다.
아이폰은 삶의 혁명이다
아무리 말해도 입아픈 이 말은 어느새 너무나 자연스러워져서 나보다 몇 살만 어려도 저런 아날로그 여행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구글 지도로 실시간 위치를 찾고 모르는 것은 네이버를 찾아보며 온 세계를 누빈다. 바로 1년전까지 완전 다른 세상의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원래 사람은 업그레이드는 되도 다운그레이드는 안된다. 자가용을 몰던 사람이 뚜벅이가 되기 어렵고 벤츠 몰던 사람이 예쁘다며 소나타를 타고 다니지 못한다.
아날로그가 좋다는 막연한 구호는 언제나 인생의 편리함앞에서는 예외일 뿐이다. 나의 첫 배낭 여행은 지금은 굳이 흉내낼 수도 흉내내지지도 않는 진짜 아날로그의 추억이다.
그 고작 1년차가 이토록 많이 달랐는지 새삼 깨닫는다. 그 1년이 나는 또 얼마나 달라질 수 있었는지 또 생각한다.
모바일 전의 기억은 이제 완연한 세대차로만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나의 타이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VR하면 되는데 왜 바보처럼 직접 유럽에 가냐고 생각하게 될 날도 올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