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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ul 09. 2018

[기고] 포스트잇이 없어도 괜찮아

디아이매거진 18년 6월호 기고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 디아이매거진에 5개월간 글을 연재중에 있습니다.

기존에 썼던 내용을 기본으로 5회짜리로 재작업하여 연재중인데요, 

읽어보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링크 연결합니다 :) 


http://www.ditoday.com/articles/articles_view.html?idno=22392



포스트잇이 없어도 괜찮아

2010년 이후 UX에 매료된 기획자들은 국내의 일반적인 서비스 기획 업무에 실망하고는 한다. 하지만 꼭 ‘포스트잇’을 사용해야만 이상적인 기획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웹 기획자’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일을 해온 경험치 높은 기획자들은 방법론에 냉소적인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보통의 서비스 기획자들 간 세대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서비스 기획자 일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글. 이미준 롯데닷컴 신사업추진팀 책임 

windydog@naver.com




<두 개의 세대로 구분되는 국내의 기획자들>
국내의 기획자들은 크게 두 개 세대로 구분된다. 편의를 위해 앞의 세대를 1세대, 뒤의 세대를 2세대라고 지칭하겠다. ‘아이폰을 든 스티브 잡스’를 분수령으로 그 전 세대인 1세대와 그 이후 세대가 되는 2세대는 직무에 들어오게 된 과정이나 직무에 대한 로망이 매우 판이하다. 

1세대 선배님들은 온라인의 시작을 알렸던 ‘닷컴 버블(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인터넷 기업 주가 폭등 현상)’ 시절에 생각지도 못하게 기획자의 업무를 하게 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마케터로 시작했는데 온라인 업무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웹 기획 부서에 자리 잡으면서 업무를 하게 된 사람들도 있고, 처음에는 개발이나 디자이너로 들어와서 구분 없이 일했는데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기획자로 자리 잡은 분들도 많았다. 물론 해외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이나 HCI를 전공하고 온 아주 소수의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웹으로 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대다수는 사수에게 일을 배우거나 일을 하면서 깨우치는 도제 방식으로 업무를 익혔다. 일하면서 등장한 UX 지식이나 고도화된 프로젝트 방법론을 다시 배우거나 접목해가면서 이 일을 구축해온 무리들이다. 직무에 대한 로망보다는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분별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2세대의 기획자들은 화려한 로망을 가지고 사무실에 입성했다. UX 기획이나 서비스 기획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이 일을 하게 된 1세대와 달리 UX나 HCI라는 단어라든가 IDEO 스타일의 아이데이션(Ideation), 아이폰의 혁신성이라는 이상을 가슴에 품고 적극적으로 이 직무를 택한 사람들도 많다. 
이미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이나 HCI 등을 전공해서 UX나 HCI에 대해 접하고 온 사람들도 많아서, 방법론을 연습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기획자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명석한 두뇌, 그리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씽크빅 넘치는 창의적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로 대변되는 온라인 서비스 기획자 수장들을 그린다. 화려하고 멋지다.

대부분의 사무실에는 여전히 경험과 목표가 다른 이 두 세대가 시니어와 주니어, 혹은 팀장과 팀원, 대표와 실무자와 같은 관계로 함께 하고 있다. 1세대에게 2세대 기획자의 로망은 걱정거리로만 보이고, 2세대 기획자에게 1세대의 현실적 이야기는 괴리감만 불러일으키고는 한다. 

<포스트잇은 왜 없나요?>
2세대 기획자 세대에서 아마도 가장 오래된 연차인 나는 사무실에 입성했던 첫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두리번거리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 할 ‘포스트잇’이었다. 
서비스 기획 또는 UX 기획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책이나 아카데미에서 가장 상징적인 활동은 ‘친화도 다이어그램(Affinity Diagram)’이다.




▲ UX 서적에서 자주 보이는 포스트잇 활용 방법론들,

출처.www.flickr.com/photos/12557689@N00/5016829583(좌),

www.nngroup.com/articles/empathy-mapping(우)



친화도 다이어그램은 일본의 인류학자인 카와키타 지로(Kawakita Jiro)가 개발한 사회과학 방법론으로 방대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내놓은 아이디어나 무규칙 하게 수집된 아이디어들을 친화도에 따라서 그룹핑(Grouping)하고 관계를 찾아내면서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도출해내는 방법론이다. 포스트잇은 모두가 평등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협의하게 만들고, 순서를 옮기기도 쉽기 때문에 워크숍으로 진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수단이 되었다. 게다가 2000년대에 놀라움을 선사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의 대명사가 되는 IDEO의 동영상에서도 이런 포스트잇을 사용하면서 ‘UX 분석은 포스트잇 활용’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UX 분석에 관련된 책이나 UX가 중요시되는 모바일 기획에 관련된 아카데미에서는 너도나도 알록달록한 포스트잇을 과시해왔다. 이런 것들만 접해오며 꿈을 키워온 나 같은 2세대들에게, 포스트잇을 사용해야 UX를 다루는 기획자가 되는 것이라는 착각이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입사했던 한 인턴사원도 첫날부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나처럼 포스트잇이나 벽에 붙어있는 거대한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나 ‘퍼소나’와 같은 것들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 아예 선수 쳐서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도 첫 출근 전에 미리 여러 가지 특별한 색상의 포스트잇부터 구매했었다고 했다.



<서비스 기획자의 일>


포스트잇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주니어 기획자가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실망’이다. 실제로 수많은 주니어들이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역시 한국의 UX 수준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나 서비스기획을 제대로 배울 수 없겠다는 실망감을 갖는다. 계속 일을 하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훌륭한 서비스 회사의 기획자들은 분명 이런 모든 방법론을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을 거라며 상상 속의 회사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포스트잇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 기획은 모두 잘못된 것일까?



이를 판단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웹 기획자, UX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등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아니지만,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정책을 만들고 초기에 기획을 하는 직무’를 가리키는 단어는 회사마다 다양하다. 과거 온라인이 웹만 있던 시절에는 힘들지 않았다. 웹을 대상으로 하고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의미에서 ‘웹 기획자’라고 주로 불렸다. 그러나 산출물이 웹이 아니라 모바일 앱과 다양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로 확산되고 ‘UX’라는 사상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기획자를 가리키는 어휘는 다양해졌다.



여전히 혼용되고는 있지만, 국문으로는 ‘서비스 기획자’, 영문으로는 ‘Product manager’로 가장 많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의 구글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웹 기획자’라는 단어가 줄어들고 ‘서비스 기획자’나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단어의 사용이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다.



▲ 구글 트렌드로 조사한 직무 명 사용 트렌드



서비스 기획자 혹은 프로덕트 매니저는 흔히 비즈니스, UX, 기술 영역을 망라하여 프로덕트를 구현해 낼 수 있도록 기획하고 관리하는 직무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쉽게 말하면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포함되는 수익구조와 고객과의 접점, 서비스의 지향점 등을 만들고 더 나아가 서비스를 구현해낼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의미다.



‘웹 기획자’로 불리던 시절의 일은 달랐을까? 여러 가지 비즈니스적인 정책과 지향점을 만들고 개발자,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프로덕트를 구현해냈다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웹 기획자라고만 불리던 시절은 프로덕트가 웹에 국한되어 있어 단순했기 때문에, 문서 산출물 하나하나의 규격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현재 사용되는 요구사항 정의서, IA(Information Architecture)의 양식이나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이나 개발 디스크립션(Description)이 담긴 스토리보드(Storyboard)는 다 그 시절에 정리된 것이다. 샘플을 찾아보면 2000년대 초에 나온 문서들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 1세대 기획자가 발전시켜온 기획업무의 산출물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젝트의 안정적 관리에 대한 이슈는 ‘UX’와 ‘모바일’로 넘어갔다. UX 방법론으로 고객의 생각과 경험을 관리하기 위한 포인트가 추가되었고, 모바일에서 활용되는 인터랙션을 예상하고 수정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 강조됐다. 게다가 모바일 서비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자, 애자일(Agile)한 프로젝트 방법론과 린 UX(Lean UX)와 같이 실험적인 적용과 변화를 강조하는 문화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서비스 기획자의 가장 큰 본질은 무엇인가?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은, 법적· 비즈니스적으로 문제없는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에게 적절한 UX를 찾아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다. 즉,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해내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방법론을 쓰고 오래된 대기업은 오래된 방법론을 쓸 수 있어도, 그 방법론이나 산출 방식은 서비스를 기획한다는 본질을 꾸며주는 장식일 뿐이다. 포스트잇이 없다고 해도 서비스 기획의 본질에 충실하다면 방법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서비스 기획자 혹은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량



<포스트잇의 진정한 의미>


몇 년 전 내가 존경하는 서비스 기획부서의 팀장님이 UX를 잘한다고 소문난 호주의 소프트웨어 제작 에이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선도적인 업체의 업무 스타일을 배우고 애자일한 프로젝트를 통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조직을 이끌 힌트를 얻으러 가셨는데, 의외의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분명 방문자를 위한 프로그램에서는 포스트잇을 활용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워크숍과 여러 색깔 모자로 서로 의견을 교류하는 ‘여섯 모자 생각법(Six Thinking Hats)’ 등을 진행했다. 그런데 세미나실 뒤에 실무진들은 조용히 자기 모니터만 바라보고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벽에 붙은 포스트잇은 있었지만 빨간 모자 따위를 쓴 직원은 없었다. 이유를 묻자 의외의 우문현답을 얻었다고 한다. 그곳의 직원들은 이미 체화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모자를 직접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UX 방법론의 본질은 사고의 활성화에 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에 있어서 비즈니스적 입장이나 내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쉽다. 왜냐하면, 기획을 요청한 사람이나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모두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절차와 UX에 대해서, 습관적이지 않은, 깨어 있는 사고를 해줄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더 좋은 UX·서비스가 나온다. 하지만 UX에 대한 생각이 숙달의 과정을 통해 체화되고 내부적으로 노하우가 축적된다면 매번 방법론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또한, UX 방법론을 통해서 나온 정성(定性. Qualitative)적인 결과를 기존의 서비스 산출물로 연결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과거 마케팅 직무에 대한 열풍이 불었을 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SWOT 분석과 포지셔닝 맵(Positioning Map)을 배웠다. 현재도 대학생들의 발표 수업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레임인데, 프레임을 활용하는 것은 프레임을 배우는 것보다 쉽지가 않다. 빈칸에 무언가를 쓸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의미 있는 결과가 되려면 정말 많은 사고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렇게나 진행하고 아무렇게나 인사이트를 도출한다면, UX 방법론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로 허무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1세대 기획자들은 구현 과정과 협업 과정을 많이 겪어본 사람으로서, 아무리 훌륭한 인사이트라도 구현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때문에 방법론에 더더욱 냉소적인 경우도 많다.



<포스트잇의 문화적 차이>


사실, 포스트잇을 많이 사용하는 워크숍을 하는 것은 문화적인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구권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청소년의 방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방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구권 청소년의 방에는 무언가 몰입하고 있는 것에 대한 포스터나 콜라주 되어 붙어있는 포스트잇이 어지러이 붙어있다. 특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나 천재 소년의 방은 더욱 그렇게 표현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방은 어떠한가?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성시원의 방에는 포스터는 붙어있지만, 소중한 연예인의 포스터는 구기거나 오염돼서는 안 되는 성질의 중요한 것이다. 이 위에 낙서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상징적인 비교일 뿐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포스트잇으로 아이디어를 더하지 않는 국내의 정서상, 이 형태가 완전히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 모범생으로 나오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방, 2014




▲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의 방, 2015(미술감독 김용만)



꼭 친화도 다이어그램이나 UX 방법론에서가 아니어도 포스트잇은 자주 사용된다. 고객의 태도와 행동을 시각화하는 공감지도(Empathy Map)에서도, 서비스를 기획하는 방법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구글의 스프린트(Sprint)에서도 포스트잇은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UX 방법론이 서구권에서 확산되어 넘어온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더 우리의 성향에 알맞은 UX 분석 방법론에서도 포스트잇을 꼭 써야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된 UX 분석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최근에는 간단히 온라인에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나 공감지도 등을 그려볼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꼭 포스트잇을 물리적으로 쓰는 것만이 UX 분석이라는 착각으로 조직과 선배들에게 실망부터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당장 사무실에 포스트잇이 전혀 없다고 해도, 서비스 기획의 중요한 세 가지 요소 중에서 고작 한 가지에 대한 것일 뿐이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여 회사 자체가 배울 것이 없다고 결론 내릴 필요는 없다. 회사는 비즈니스와 IT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한, 포스트잇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른 방식으로 고객의 UX에 대한 검증과 검토를 하고 있을 수 있다. 충분한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꼭 비주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이 충분히 인지하기 효과적이기에 방법론이 각광받을 뿐이다.



<서비스 기획에서 중요한 것>


그렇다면 현장의 서비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서비스 기획은 UX를 분석하여 얻어낸 비즈니스적 이슈를 해결하고 구현해내는 것이라고 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제의 해결’에 있다. 문제의 해결책은 UI 적인 것일 수도 있고 프로세스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X 방법론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와이어프레임부터 그려서 빠르게 적용해 보면서 해결방법을 찾기도 한다.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 기획의 역량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금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평가도 진행해야 한다. 이 회사의 서비스 기획 조직을 평가하려면 보통 어떠한 관점에서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1세대 기획자 선배들은 그런 점에서 아주 다양한 노하우와 서비스 구현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경험이 아집이 되어 버린다면 현재 상황에서의 판단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런 경험은 2세대 기획자들이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의 영업조직은 자신의 핵심 상품을 더 노출하고 싶어 하고, CS 조직은 분쟁 없이 고객의 클레임을 자동으로 처리해주길 바란다. 기술적인 변화와 환경적인 변화는 빠르게 달라져왔지만, 이처럼 비즈니스 조직이 추구하는 업무의 KPI와 비즈니스 자체의 특성은 변하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사실을 후배들이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들은 선배들을 통해서 습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물론 사내의 기획이 모두의 요구사항에 대한 오퍼레이팅(Operating. 고민 없는 단순한 실행)에 가깝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UX나 제품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기조가 보이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확실히 그 조직은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에도  실망하고 돌아서기부터 하기보다는, 먼저 조직에 자극이 되는 UX 방법론이나 워크숍을 통해서 서비스 기획조직에 서비스의 방향성을 환기한다면, 좀 더 조직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1세대와 2세대의 기획자가 서로의 지식과 사상을 나눈다면 기획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즉, UX 방법론에 대한 로망으로 나누어지는 1세대와 2세대 기획자들은 서로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폄하하거나 할 것이 아니다. 상호보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세대 기획자들은 선배들의 비즈니스적 이해와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노하우를 좀 더 강화하고, 1세대 기획자들은 후배들의 사상에서 UX 방법론적인 환기와 신기술에 대한 정보로 자극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1세대와 2세대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질 때, 서비스 기획 조직은 ‘서비스 기획’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적합하게 성장할 수 있다.



<마무리>


아주 아주 평범한 서비스 기획자들의 세계에는 웹 기획 시절에 업무적으로 일을 습득한 1세대 기획자 선배와 UX에 대한 로망과 실무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2세대 기획자들이 존재한다.



2세대 기획자들은 언뜻 보고 UX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 기획 조직에 대해서 실망하고 폄하하기 쉽지만, 서비스 기획의 본질은 UX 방법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의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서비스 기획자는 무언가 이슈가 되는 것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해결책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고, UX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결정적으로, 구현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포스트잇을 사용해야만 할 것 같은 UX 방법론이란 것도 해결책을 내기 위해 적절하게 활용되어야만 의미가 있으며 그 형태가 꼭 여럿이 포스트잇을 쓰는 것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사고가 체화되어 있다면 방법론의 형태가 꼭 외관적으로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1세대 기획자와 새로운 방법론 및 기술에 밝은 2세대 기획자는 서로의 가치만을 강조하지 않고 화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너무 많이 겪어서 UX 방법론보다는 구현에 초점이 맞춰진 선배들은 자신의 구현 노하우를 공유해주고, 후배들은 경직된 조직에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하면서 조직을 흔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상호 간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역량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사무실 벽에 포스트잇이 없어도 괜찮다. 기획자의 풍부한 사고의 과정만이 사무실에 가득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원 기고위치 : 

http://www.ditoday.com/articles/articles_view.html?idno=2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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