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지만,

사람과 관계, 그리고 감정의 컨트롤

by 도그냥


사회생활의 맥락이 다양해지면 어느 새 주변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생기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세상을 여행하며 어느 날은 두렵고 어느 날은 신났고 어떤 날은 설레기도 했다.


유난히 자주보고 또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건 어쩌면 축복.

그리고 그런 여러가지 관계들에서 새로운 감정들은 시간과 비례하며 별안간 마음속에 자라난다.

오래 보아야 이쁘고 가까이 보아야 이쁘다고 했던가.

오래 보고 가까이 보게 된 사람들에게 조금씩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을 때쯤 알게되는 것이 있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지만,
사랑하지 않는 감정도 숨길 수가 없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눈빛에서 느낀 호기심은 미소와 함께 호감이 되고,

호감가는 사람이 던져준 음악 하나가 귀를 타고 가슴에 꽂히고,

별 뜻 없이 공유한 책 한권이 내 시선을 잡아끌고, 지나가듯 말한 드라마는 내 시간을 잡아먹는다.

사랑한다거나 특별한 그 무엇도 아닌데도, 다른 이와 다정한 모습에 심장이 찌릿하게 질투를 느끼고

아무 이유도 없이 자꾸만 내 이야기를 하고싶고,

괜히 어슬렁대며 주변을 맴돌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때가 나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관계를 잠시 멈춰야 하는 순간임을 깨닫는다.


그저 좋아하는 것일 뿐.

사랑이라고 하기엔 서로에 대해 아는 바도 엄청난 섹슈얼리티도 없고,

첫눈에 반하는 철부지 짝사랑이라고 하기엔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성인들.

우정이라고 하기엔 온도가 다른 감정.

나는 어쩌면 그렇게도 그냥 내 삶을 지나가는 행인같은 타인에게 갑자기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순간들에 사이드에는 항상 문제가 일어나고는 했다.

재채기처럼 숨겨지지 않는 나의 감정을 나보다도 먼저 눈치채고 감정을 후벼파는 사람들.

나 조차도 예민하게 컨트롤하며 버리려고 노력하는 집착의 감정을 비웃고 떠들어댄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도 주변에서 끊임없이 나를 지켜보고 관찰하던 사람들,

나와 마찬가지로 어느 날 내 눈을 보고, 어느 날은 내가 본 책을 보고, 어느 날은 내가 말한 음악을 듣고,

그러다가 나의 시선에 심장이 찌릿한 질투를 느꼈겠지.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만큼 좋아하지 않음을 눈치채는 것. 절대로 숨겨지지 않는 감정이니까.

나는 그 시점에 감정을 쓰는 것을 멈추려 하지만, 서툰 사람들은 거기서 멈추지 못한다.

상대방에게 화살을 돌려 밤새 이불킥을 찰 만한 미친 짓으로 상처를 내고 공격을 해온다.


가까운 관계에서 느껴지는 소유욕의 문제는 성별의 장벽이 없다.

이성간에도 동성간에도 심지어 강아지와 같은 이종동물 사이에도 생겨난다.

호감과 사랑의 창은 눈빛이나 입술모양, 그리고 서로간의 거리에서부터 시작되니까.


서툰 사람들은 가끔은 해야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의 경계가 호감의 감정으로 흐려진다.

결국 눈이 향하는 상대를 향해 절대 하지 말아야할 짓을 아무렇게나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랑받을 수 없음을 더 진하게 느낄 뿐이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지만 관계의 문제는 쟁취보다 스며들어야 한다.

그래서 호감이 소유욕의 문제로 변질 될 때 멈추는 시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마음은 막을 수 없어도,
독점적으로 소유하려드는 욕심은 컨트롤 해야 한다


협업이 유난히 많은 직종에서 일하다보니, 사랑이 아닌 애정의 관계를 많이 보게 된다.

너무나 좋은 사람, 너무나 존경하는 사람, 같이 하면 너무 편안한 사람, 그래서 항상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마치 사랑이라고 착각하기 좋은 관계라면 어느 한쪽의 감정적인 폭주가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타인에게도 좋기 마련이니까.


사소한 문제로 사람들간의 무리가 갈리고,

그 사이에서 서로에게 평등했던 협업대상자를 놓고 경쟁하듯 이간질이 일어나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일부러 외면하고 생채기를 낸다.


결국 이기적인 태도에 관계가 파탄이 난 뒤에야 핑계를 댄다.

'너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널 망쳤어, 의도가 좋았다는 걸 알아달라'고 말한다.

이런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달라는 것은 '결과론적 윤리'로 봤을 때 최악이다.

어차피 자신만큼 상대방의 마음이 같지 않다는 것만 지독하게 느낄 뿐이다.


언제든 상대가 불쾌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타인은 결국 타인, 좋아하는 마음에 자신만큼 호응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불편해 하는 것이 느껴질 때, 가슴이 정말 아프더라도 물러나서 있는 그대로 그냥 바라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또 서로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같은 키워드로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게 되겠지.


그게 연인이든, 친구이든, 동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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