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기획자의 멋없는 말
광고쟁이(?)라든가 컨설턴트를 만나면 서비스 기획자와 다른 느낌이 있다. 바로 전문성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광고업계와 컨선팅업체와 대화할 때는 유난히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이 나온다. 한국어가 있음에도 첨 들어보는 영단어를 쓰기도 한다. 컨설팅 보고서를 받으면 다 아는 말도 더 어렵게 쓰여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업계의 어휘가 법조계처럼 강력하게 잡혀있고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문화가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서비스 기획자는 이런 문화가 반대로 작용한다. 온갖 이론과 책만 접한 주니어 서비스 기획자는 어려운 용어와 이론을 대면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지만 연륜있고 잘 하는 기획자일수록 간단한 통계이론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논리적이지만 비교적 단순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어려운 개발과 난해한 일들 투성이지만 어쩌면 문학적으로 비유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간다.
아마도 커뮤니케이션이 서비스 기획자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이용자에게도 협업자에게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고도 목적에 맞게 이해될 만한 기획을 해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잘 하는 기획자일수록 자연스러워 돌출되지 않고 더 완연히 농익을수록 오늘 반영되도 오류없이 조용히 지나간다.
마케팅 클래스는 배우기 전과 후에 용어부터 달라지니 멋있어 보이는데, 어쩐지 서비스기획 일은 실무를 배우기 전과 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더 쉬워지고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 수더분해지고 안 멋있어보인다.
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용히 상황을 자연스럽게 처리해나가는 진짜 서비스기획자들을 본다면 우리만의 문화권의 멋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맨날 부탁이나 하고 미안해하는 것 같아도 그게 서비스 기획자의 전문성이다.